호남 민심 이반 - 부실한 친노 기반 - 분당차출론 부담 - 낮은 대선지지율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사실 손 대표 리더십은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예산 날치기 강행처리에 맞서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라는 돌발 악재로 아무런 성과 없는 등원 결정을 내린 이후 줄곧 삐걱거려 왔다.

등원 문제만 놓고 봐도 청와대 영수회담으로 날치기 예산 처리에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이래저래 무산돼 무엇 하나 건진 것 없이 ‘쪽박’만 찬 것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렸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도 턱없이 떨어지고 있다. 10%대 미만을 기록하며 야권1위 자리를 유시민 참여당 대표에게 내주고 있다.

게다가 야권 최대과제인 4.27 재보선의 '야권연대'도 제1야당 대표로써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4월 재보선 야권연대를 위해 ‘통 큰 양보론’을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당 안팎에서 불안한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4.27 재보궐선거 전국 4개 선거지역 모두 전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다.

그의 ‘통 큰 양보론’은 야권 통합과 연대를 부르짖었지만 순천 무공천 결정으로 당내 호남 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해 있다. 더군다나 여타의 재보선 지역에서 진행되는 야권연대 협상도 순조롭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경기도 성남 분당을 출마 요구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대세론으로 이어가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당 평창동계올림픽특위 고문을 빌미로 강원지사 선거에 적극적인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더불어 야권 대선주자 중 두 자리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본격 대선출격을 선언, 그 첫 시험대로 김해을에서 ‘올인’하며 손 대표에게 무서운 '정면승부'를 걸어오고 있다.

이처럼 지금 손 대표는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다. 4월 재보선은 그간 흔들리던 손 대표의 리더십이 거센 도전을 받으며 피할 수 없는 시험대로 다가오고 있다.

◇순천 무공천 탈당 도미노 사태... 손 대표에게 등 돌린 호남 민심

순천은 이번 재보선 지역에서 호남 민심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는 곳이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라면 무조건 당선될 이 지역에 손 대표는 통 큰 양보로 무공천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호남 민심이 손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의 근간이고 안방이다. 손 대표의 결정으로 안방을 순순히 외부인에게 내어준 것과 다름없어 호남의 반발은 예상된 결과였다.

손 대표의 무공천 방침에 순천 지역 예비후보들의 '도미노 탈당'은 물론,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호남 현역 의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순천을 무공천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하고 싶은 예비주자들이 대거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해버리면 야권단일화의 의미가 없어지고 성과도 없어진다”며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기 위해서 탈당하면 무소속으로 당선될 것이 뻔한데, 되버리면 야권 단일화 실패한 책임을 전부 민주당이 둘러써야 할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순천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상철 후보는 2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지도부를 적당히 구워삶아 순천을 대상으로 불로소득을 거둘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하이에나’만이 할 짓이다. 순천은 ‘정치적 하이에나’가 놀 땅이 아니다”고 손 대표와 민주노동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같은 처지의 허상만 예비후보 역시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무공천 논의’를 통해 권한남용을 저질렀고, 그 발표를 차일피일 미룸으로 해서 스스로 정당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지도부의 무공천 논의는 당헌·당규 위반으로, ‘야권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지는 야권 야합’의 길로 가고 있다”고 당 지도부를 헐뜯었다.

문제는 손 대표가 호남의 불만과 반발을 일거에 덮어버릴 리더십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공천문제에 걸려선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며 “어느 지역을 무공천한다는 것은 출마 후보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손 대표에게 순천은 통큰 정치의 상징으로 부각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야권 연대를 대의적인 결단이라지만, 이번 순천 무공천 결정이 대권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힘입어야 할 호남민심을 잃었다는 점에서 향후 상당한 패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해을 친노 기반 둘러싼 대리전

김해을 재보선의 경우 야권 후보단일화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계승하는 친노 정통성과 결부돼 유 대표와 손 대표의 대리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정치 일선 전면에 나서 김해을 재보선에서 자당의 첫 국회의원 탄생을 위해 ‘올인’ 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19일 참여당 전당대회가 열린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야권연대 연합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손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손 대표를 지지하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유시민은 친노(親盧)가 아니다”고 밝혔지만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원’으로 통했던 유 대표가 친노 정서의 흡입력은 손 대표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당의 전국 재보선 승리를 위해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는 손 대표에게 김해을 재보선에서 전력투구하는 유 대표와 정면대결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해을 야권 후보단일화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야권 대선주자로서 손 대표의 입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그런데다 진보신당까지 나서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야권 후보단일화라는 형태만 취한 연대 협상에서 패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21일 논평을 통해 “3월 20일까지 7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이 진행됐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는 순천을 제외하고 다수당인 민주당이 야권연합 후보를 독식하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여전히 가치 중심의 정책연합과 호혜존중 정신에 입각한 야권연합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부정하거나 어느 일방만이 연합후보가 될 수 있다는 패권적 태도에 대해선 타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협상파기 의사까지 내비쳤다.

만약 야권연대 파기로 이어질 경우 민주당 대표로서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재보선 승패에 따라 그 모든 책임까지 져야하는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의회 권력과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범야권 진보진영의 통합도 좌초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분당을 출마 놓고 불분명한 태도

'분당을 차출론'은 손 대표를 더 힘들게 압박하고 있다.

손 대표는 분당을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당 안팎의 요구와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당 대표로 할 일은 어떤 일이든 내 몸을 사리지 않고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을이 여당의 안방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론 경기지사를 지낸 손 대표의 계속된 손 사례도 마뜩치 않은 부분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민주당에 투영된 손 대표의 지분은 호남과 친노에 두고 있지 않다고 볼 때 당권 경쟁에서 호언했던 것처럼 600만의 중도 표심의 공략지로 선택한 서울과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중원이 바로 그의 세력 근거지다.

이렇게 보면 분당을은 손 대표가 반드시 공략해야 할 지역 중 한 곳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분당을 잃고 내년 총선 승리를 거론할 수 없고, 정권교체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폴리칼럼>을 통해 “손 대표가 전통적 열세지역인 분당을에 출마해 상징성 있는 승부를 펼칠 경우 그 영향은 전국 재보선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손 대표는 4.27 재보선의 격전장에 직접 뛰어들어 야권 전체를 이끄는 장수가 된다”며 “차기 대선에 뜻을 갖고 있는 손 대표로서는 이 같은 승부수를 던져 승리할 경우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극복하고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위치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분당을 출마 요구에 대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한나라당에서 정 전 총리든 강재섭 전 대표든 누가 나오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면서도 “차기 대선주자의 입지를 흔들기 위한 수단”이라거나 “한나라당이 배후에서 출마를 부추기는 손학규 무덤 만들기”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쳐 왔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정 부분 지역구인 종로를 떠나 분당을에 출마할 정치적 명분이 없고 당 대표이자 대선주자로서 지엽적인 재보선에 매몰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런데도 손 대표는 여전히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출마를 재촉에도 분당을 출마에 가타부타 결정타 없는 수사적 표현만 흘리고 있다. 손 대표가 분당을 출마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선거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뜸을 들이다가 다른 후보를 내보낸다면 지역 민심은 보기 좋게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 우려된다. 그에 따른 책임 역시 고스란히 손 대표의 몫으로 전가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잡음 많은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에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22일 라디오에 출연, “만일에 이분이 여기에 나온다면 광명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종로에서 국회의원을 출마하고 분당으로 왔다. 그러면 왔다 갔다 하는 철새”라며 “이런 것에 대해 분당주민들이 한번 심판을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비아냥 거렸다.

◇바닥을 맴도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의회권력과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대의에 비춰볼 때 손 대표의 대권 운명까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강원지사에 박풍을 불어넣고 있고, 야권 대선주자 그룹에서 선두를 질주 중인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김해을에서 첫 원내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정도면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선주자들의 전초전이라고 평가해도 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제1야당의 당 대표로 유력 대선주자인 손 대표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다.

<폴리뉴스>와 여론조사전문기관 <한백리서치>가 지난달 23일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 ‘야권 소속 차기 대권주자 중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손 대표는 16.0%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18.3% 유시민 참여당 대표였다.

여야 전체지지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대세론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37.6%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고, 유 대표가 15.3%로 2위인 반면 손 대표는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9.6%)과 김문수 경기지사(8.4%) 보다 아래인 5위(8.2%)에 머물렀다.

10%대도 안되는 8.2%로 한자리수대 바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폴리뉴스>조사와 대동소이한 8.4%로 나타났다.

지난 3월4일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박근혜 42.1%, 유시민 9.0%, 오세훈 6.0%, 손학규 5.7%로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

이처럼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손 대표는 이번 4월 재보선에서 '강원'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특위 고문을 맡아 전력투구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김해을'에서는 '참여당 첫 국회의원 탄생'에 올인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와 한판 승부를 겨룬다.

순천 호남 반발에 두명의 강력한 대선주자와 정면대결을 벌여야 하는 손 대표의 앞길은 지뢰밭이다.

이런 까닭에 대선 전초전이 되고 있는 4.27 재보선의 향배는 손 대표에게 또 다른 위기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순천 무공천의 경우는 호남 의원들이 원칙과 기준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손 대표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용한 것”이라며 “다른 야당의 야권연대 요구를 풀어가려면 누가 봐도 민주당의 텃밭을 내주는 것이 진정성을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손 대표를 향한 호남의원과 예비후보들의 비판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밝혔다.

또 분당을 출마와 관련해선 “여당이 먼저 후보를 공천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지난 모든 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야당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라며 “한나라당이 분당을 후보 공천에 우왕좌왕하며 휘둘리고 헤매게 만든 그 중심에는 손 대표가 있고 출마 보류한 것은 여당의 재보선 전략을 흔들어 놓는데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분당을 출마를 마지막까지 미지수로 남겨둬야 여당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정운찬 전 총리든, 강재섭 전 대표든 비례대표 출신의 여성 의원이든 상대 후보가 결정된 뒤에 거기에 딱 맞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인데 공천 관리와 야권 연대 통큰 행보를 비판하는 것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당초 손 대표가 600만표를 민주당으로 끌어오겠다고 밝힌 데에는 중도 표심 공략을 선언한 것인데 뚜렷한 성과물이 없고 장외투쟁에서 갈 지(之) 자(字) 행보를 보인 것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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