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매월노동동향(2003.8)에 실린 "최근의 임금 변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이종훈 명지대 교수, pp. 45~59)라는 이슈분석 논문이 경제신문은 물론 보수일간지에 대대적으로 실렸다. 최근 현대자동차 임금협상타결을 두고 폭력적인 공격을 감행해 온 언론으로서는 논문에 포함되어 있는 '2002년의 지나친 임금인상'과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그렇게 호재일 수 없었다.




이 논문이 어떻게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아닌 대학교수의 입장을 빌어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따른 노동비용증가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몰아가게 되었는지 그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현대자동차노조 등 대공장 노조의 임금협상에 대해 지적하려고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글은 '고용 흐림, 임금 맑음?'으로 시작하여 청년실업문제가 여전한 데도 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 명목 평균임금은 203만6천원으로 1987년의 38만7천원에 비해 5.3배 높아졌고 명목가격 기준으로 임금과 생산성의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1985년 이후 우리나라 임금은 줄곧 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러 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대중적인 노동운동이 시작되고부터 임금이 계속 상승하여 지난 15년간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다면 어떻게 수출로 먹고산다는 대한민국의 경제규모가 오늘날 세계 10위권에 접근하게 되었겠는가? 그것은 성립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명목임금으로 생산성과 비교하였는데 같은 8월 노동동향보고서 중 '임금동향'을 보면 2003년 4월 현재 5인 이상 사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01만 2천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1% 상승하였으나 이는 임금총액 상승률 12.7%보다 4.6%포인트나 하락한 수치이다.




그런데 2003년 4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2% 상승하였으나 이는 전년 같은 달의 실질임금상승률9.9%보다 5.7%포인트 낮은 것이다. 올 들어 전년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 때문에 실질임금상승률은 명목임금상승률보다 3.9%포인트 낮게 나타난다(pp. 23~14).




2003년 4월 5인이상 사업체 임금 상승율은 지난해보다 5.7% 낮은 4.2% 상승에 그쳐




이렇듯 작년에는 별로 말이 없던 임금이 금년에 와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물론 분석하는 입장에서 금년은 교섭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아직 전체적인 임금인상자료를 파악할 수 없어서라고 생각되지만 작년도의 임금인상자료를 분석하면서 '2002년의 지나친 임금 인상'이라고 소제목을 붙임으로써 마치 금년도의 임금인상이 과도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그것은 전체 제목에서도 그러한 의도가 묻어난다.




작년의 과도한 임금인상이 금년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높은 임금인상이 금년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역시 불분명하다. 노동연구원의 금년도 4월 노동동향보고서를 보면 1987년부터 2002년까지 15년 동안 단 한 해도 실질임금상승률이 명목임금상승률을 초과 한 적이 없다(p. 13).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생산성 임금논쟁에서는 항상 노동자들의 생계비 충족의 문제, 삶의 질의 문제, 부채의 문제 등은 배제되고 만다는 점이다.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얼마나 주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급한 노동력의 대가 일부를 어떻게 얼마만큼 회수하는가가 더 중요한 관건이 되는 점이다.




그러나 임금인상 얘기만 나오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나 수출경쟁력 얘기만 나오고 가계의 생존경쟁력 얘기는 전혀 도외시하고 만다. 이것이 생산성 임금의 허구성이다.




국가별, 연도별, 단위노동비용 변화 추이를 분석하면서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1996년의 3.5% 증가 후 1997년의 마이너스 7.1%, 1998년의 마이너스 10.2%, 1999년의 마이너스 4.4%에서 2000년의 1.9%, 2001년의 5.2%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물론 2002년도에 전년 대비 미국은 마이너스 1.3%, 일본은 마이너스 4.5%, 대만은 마이너스 8.8%와 비교할 때 한국의 가격 또는 수출경쟁력은 정말 심각할 정도라 할 만하다. 그런데 환율 효과를 감안한 미국 달러 기준 전년 대비 2002년 단위노동비용은 9.3%까지 기록한다.




그런데 한국 돈 기준 전년 대비 2001년에 5.2% 상승이 미국 달러 기준 전년 대비 마이너스 7.9%에 대해서 경제신문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IMF금융위기의 주요한 해인 1997년과 1998년의 전년 대비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마이너스 21.4%와 마이너스 39%를 기록하여 국민소득이 6천불로 곤두박질 쳤던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삭감과 정리해고의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96~2002년까지의 분석은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1989년부터 2001년까지 13년 동안의 단위노동비용의 변화를 1995년을 기준(=100)으로 분석한 한국생산성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1996년까지는 비용이 상승해 오다가 그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1년 현재는 80.2이다.




96-01년까지 단위노동비용은 저하되고 있고, 노동생산성지수는 90년초반부터 계속 상승중(한국생산성본부)




이에 비하여 노동생산성지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상승하여 1995년을 기준으로 2001년 현재 192.4이다. 이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0% 이내로 줄어들고 이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알 수 있다.




만약 수출경쟁력이라는 것이 기술이나 신제품, 환율변동 등의 요인은 전혀 도외시하고 임금과 관련된 가격경쟁력만이 핵심 요인이라면 우리보다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문을 닫아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우리가 단위노동비용을 국제 비교함에 있어서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 즉, 자본장비율이나 자동화율 등에 대한 비교가 필요하고 동일제품의 가격차별화나 또 어떤 시장이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가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 단순 비교나 유리한 기간의 분석, 그 분석에 따른 해석 등 복잡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작년 근로자 명목임금 203만원으로 급증, 제조업 수출 경쟁력 휘청', '작년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5.9% 급증, 수출경쟁력 약화 주범', '노동비용 미.일.대만은 떨어지는데 한국만 가파른 상승추세', '생산성 뛰어넘는 임금인상에 기업들 허덕 수출.투자 등 경제기반 무너진다'는 둥 현대자동차 임금인상에 대한 공격의 호재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 얄팍한 숫자놀음으로 속을 노동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최근 정치자금의 대부 격인 권 모씨가 체포되면서 또 한 번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권모씨의 체포로 한국기업경쟁력약화의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 드러났다.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 경영부실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스위스 노바 연구소는 이머징 마켓(신흥성장 국가) 25개국 중 한국의 노동숙련도가 1위임을 분명하게 밝혔다(조선일보 2003.7.6). 그리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금년 6월 생산, 출하는 증가하였고 경기는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분석하였다.




단지 소비가 부진하고 계절조정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말고는 양호하다는 결론이다. 한국의 신문들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거의 마음속으로는 '공돌이'라고 비하하고 있다.




'고졸생산직'이라고 마음대로 내갈기면서 한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들을 깔아 뭉게고 그들 내부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프로골프나 프로야구나 고졸들이 미국에서 엄청나게 돈을 버는 데 대해서는 그들이 이미 자본가의 반열에 들어섰기 때문인가, 미국에서 돈을 벌기 때문에 신성한 것인가?




지금 청년 대졸 실업자들이 신문에서 말하는 고졸생산직 노동자들의 철밥통지키기 때문에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인가. 중소제조업 현장의 20% 이상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채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졸 청년 실업자들이 그곳에서 일하지 않는 이유가 정말 고졸생산직 노동자들 때문이라는 말인가.




노동숙련도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고졸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낮지도 않지만 만약 낮다면 그것은 무식한 경영관리, 기술개발 투자는 뒷전에 두고 정치자금이나 갖다 바치고 개인의 재산치부, 사치 향락, 해외 불법 송금이나 하느라 나타난 경쟁력의 약화가 주원인이라면 그것까지도 노동자들의 책임이란 말인가?




고임금이 수출경쟁력의 주범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은 고졸 제조업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허구적이고 왜곡된 학력중심사회의 못된 사고방식이고 나라의 경쟁력을 망칠 처사이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땀흘려 일하는 한국경제의 기간인 제조업 노동자들의 자긍심과 긍지를 무너뜨림으로써 함께 몰락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들 말대로 제조업은 모두 중국 등지로 내보내거나 남아있는 공장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우면 저임금과 고 생산성, 그리고 높은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한 번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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