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남북대결: 배경과 해법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을 즈음하여 남과 북은 정면충돌의 극한 대결을 지속하고 있다. 퇴로가 없이 막다른 지점을 향해 달리는 치킨게임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 없이 엑셀만 밟고 달리고 있는 자동차와 같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충돌 외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최근 정면충돌의 양상은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이 이명박 정부 임기동안은 강경기조를 지속하고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미 김정일 사망 이후 여러 차례 공식 입장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상종불가’를 밝혔지만 권력승계 이후 더욱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비난하고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어 ‘찢어죽이자’는 구호를 내뱉는 모습은 단순한 상종불가를 넘어 불구대천의 원수로 간주하는 수준이다. 최고사령부 산하 ‘특별작전행동소조’ 명의로 구체적인 공격 대상과 방식을 밝히고 혁명무력의 특별행동 개시를 선언한 것은 퇴로 없는 대결 고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정은 체제의 극단적 대남 강경 입장에는 나름의 배경이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와는 결코 상대하지 않겠다는 유훈통치 입장에 더하여 최근 남북이 주고받은 비난과 공격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에스컬레이트 시킨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을 압도할 최신무기를 강조하고 국방부가 김정은의 집무실 창문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미사일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북한에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직후에 북한은 평양군중대회를 열고 상상불허의 고강도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교육원 특강에서 농지개혁과 인권개선 나아가 쟈스민 혁명을 언급하며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구전홍보를 거론했고 이는 북한에게 체제붕괴 시도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직후에 북한은 대남 공격을 위한 특별작전행동을 개시한다고 공개선언했다.

물론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단순한 엄포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켓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압박을 피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동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에게 활용하기 좋은 빌미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을 한껏 고조시킬 경우 미국은 대북압박을 강화하기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북한과 협상하도록 압박하는 데는 남북의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만한 것이 없다.

또한 로켓 실패와 강성대국 진입의 사실상 무산이라는 인민들의 대내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김정은 체제 등장에 맞춰 가장 높은 강도로 체제결속을 확인하기에도 지금의 남북대결 고조는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남북대결의 심화는 남북의 주고받기식 감정적 대응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북미관계를 겨냥한 북한의 외교적 노림수와 북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성이 적절하게 결합된 선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자마자 공교롭게 남쪽에서 북의 ‘최고 존엄’을 겨냥하고 ‘체제 붕괴’를 의도한 듯한 발언이 나왔고 북한 역시 최고조의 대남 강경모드로 맞대응하면서 남북관계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상호 강경 입장이 교차할 경우 남북관계는 단순한 긴장고조를 넘어 실제적인 군사적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상호 상승과정에 들어서버린 대결의 악순환은 자동촉발의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퇴로가 없는 강경 대 강경의 치킨게임 양상에서는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길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통제불능의 한반도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의 특별작전행동이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극한으로 가있는 한반도 위기를 낮추고 에스컬레이트된 남북의 대결을 완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어야 한다. 한판 붙자의 밀어붙이기식 맞대응은 긴장을 파국으로 이끌어갈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위기해소와 문제해결의 답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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