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공식출범: 특징과 정책기조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북한은 당대표자회(4.11)와 최고인민회의(4.13)를 잇따라 열고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승계를 제도적으로 마무리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후계자 김정은 부위원장을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수령 사망 이후 권력승계를 완료했다.

4월 중 진행된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은 당과 국가기관이 나름대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대표자회를 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 비서국 및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재정비하고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주요 핵심 엘리트들을 당내 주요 직책에 배치했다. 물론 국방위원회도 개편해서 김정은 체제를 담당해 갈 새로운 국방위원으로 꾸렸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히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북한은 당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함으로써 형식적이지만 제도적 절차적 정당성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일을 김일성의 반열에 올리고 김정일주의로 격상시키기 위해 당 규약 서문을 개정하고 헌법 서문을 수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름 국가기관이 제도화되고 있음은 국방위원회 보선을 통해 국방위 산하 각 기관의 수장이 새롭게 교체 임명되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국방위원회는 공화국 전반의 무력과 물리력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산하에 인민무력부,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가 소속되어 있고 따라서 이를 담당하는 수장이 바뀔 경우 당연히 자연스럽게 국방위원도 교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새로 국방위원에 선출된 이명수와 김원홍은 그래서 인민보안부장과 국가안전보위부장이라는 직위를 갖고 진입한 것이 된다. 때문에 국방위원에서 누락된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은 신임 보위부장에게 국방위원직을 넘긴 것이지 이를 두고 숙청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국방위원회의 제도적 특성을 잘못 안데서 비롯된 오해의 가능성이 크다. 김정각이 국방위원에 잔류한 것 역시 최룡해가 신임 총정치국장이 되었지만 그는 신임 인민무력부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권력승계 과정을 통해 북한은 당 기능 정상화와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음도 파악된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선군정치의 강조는 부득불 군부의 입김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도 핵심적 주도 역할은 주로 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후계 구축과정에 최고 실세로 떠오른 리영호 총참모장이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면서 북한은 최룡해를 최측근 실세로 배치하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했다. 군 인사가 아닌 당출신 최룡해를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국방위원에 포진시킴으로써 리영호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군에 대한 당적 지도와 당 우위의 당군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룡해(62)와 김원홍(67) 장성택(66) 등 60대의 실세 등장은 혁명원로와 군원로 대신 김정은 체제의 핵심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의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당국가기관의 제도화, 당 기능 정상화와 세대교체의 특징을 통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북한의 정치체제가 상당한 안정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김정은 체제는 향후 정책기조를 단기적으로는 유훈계승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공개연설 내용과 4.6 담화의 내용에서 큰 줄기는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노선을 계승하고 유훈 통치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었다. 1월 신년사의 내용을 연상시킬 정도로 별로 새로운 것이 없는 기존 유훈계승의 입장을 그대로 재확인한 것이다. 후계준비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고 각 영역에 대한 김정은의 정치적 장악력과 리더쉽이 아직은 시작인 단계에서 제도적 장치로서 최고지도자의 직책은 서둘러 확보했지만 이후 정책노선은 여전히 아버지가 제시해 놓은 선군과 유훈을 계승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다. 아직 권력이 공고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정책전환의 불확실성보다는 선대수령의 노선을 이어받는 안전성이 당분간은 리더쉽 확보와 권력장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의 노선이 유훈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새로운 정책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이번 공개연설에서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평화’가 더없이 귀중하지만 지금은 ‘자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목은 경제적 성과를 위해 평화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모습으로 해석됨으로써 과거와는 달리 자주와 평화의 길항관계를 연상케 한다. 최근 외신에서 보도되었던 김정은의 자본주의식 경제개혁 가능성이 눈길을 끄는 것도 그 맥락이다. 일단은 권력승계 초기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유훈 계승이 강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식 정책 브랜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출범한 김정은 체제가 바람직한 정책기조를 선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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