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남북관계 전망: 失機와 孤掌難鳴의 남북관계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2012년에도 남북관계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 내내 상호 신뢰를 잃어가고 대결과 갈등이 구조화되면서 이젠 스스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김정은 체제라는 새로운 리더쉽이 김정일 시대의 유훈을 내세워 권력승계의 과도기를 진행하는 동안은 대남전략에서 유연성보다는 원칙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고조를 반대하고 나선 만큼 2012년에도 최악의 위기상황은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재발할 경우 남과 북은 통제 불능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이같은 전쟁위기는 미국과 중국 어디도 원치 않는 상황이다. 북한 역시 내부적으로 권력승계 과정이고 새로운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조건에서 섣불리 위험한 긴장고조를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2012년은 도발과 응징이 교환되는 최악의 긴장고조는 피하되 북의 대남 강경 기조와 남의 원칙 고수가 결합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여전히 교착과 갈등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 뚜렷한 이유도 없이 대북정책을 전환하기 어려운 국내정치적 상황이 존재하고, 북한 역시 대내적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1년을 더 견디고 후임 정부와 새로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는 판단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역시 실제 성사되기에는 이미 失機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즉 2012년은 남과 북 모두 관계개선의 필요성이 낮고 각각 내부의 제약요인이 큰 데다가 정책전환의 환경이 불리하다는 점에서 孤掌難鳴의 남북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주치지 않는 손바닥은 결코 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북한 정세

유훈통치의 권력승계 과정은 선대 수령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과 노선을 가능한 한 그대로 계승하는 입장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일관되게 6.15와 10.4 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남북관계 선행조건으로 주장해왔던 북한으로서는 이제 임기 1년을 남긴 상태에서 굳이 남쪽에 고개를 숙이고 싶지도 않고 고개를 숙일 이유도 없다. 김정은 시대의 첫 신년사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고 남측의 대북정책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북이 먼저 전향적으로 손을 내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굳이 남북관계를 통한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이를 대체하는 북중협력이 확대되었고 이제 이명박 정부 임기를 1년 남은 상황에서 원칙을 벗어나 굴욕적인 대남 유화조치를 취할 까닭이 없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국방위원회라는 비중 있는 성명을 내놓고 이명박 정부를 ‘역적패당’으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 남북관계에 대한 정상화의 가능성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연이어 조평통이 상종불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신년사설 역시 남쪽과의 대화와 협력의 기대를 아예 접어놓고 있다. 최고사령관 취임 이후 김정은 부위원장의 2012년 새해 첫 공식 일정이 한국전쟁 당시 최초 서울입성 부대인 제105 탱크사단인 점도 남북관계에서 원칙과 강경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2012년은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해야 하는 중요한 해로서 대내적으로 김정은 영도체계의 공고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군사적 긴장고조로 인한 감당 못할 대외환경의 악화는 강성대국에 부담인 만큼 한반도 위기를 일정하게 관리하면서 안정적 체제유지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북한이 강성대국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남측으로부터 받을 경제적 지원이 너무도 절실하고 절박했다면 2011년에 어떻게든 관계개선에 나섰어야 한다. 2012년 강성대국 선포가 4.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의 정치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상 2011년에는 관계개선에 응하고 그 댓가로 남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북으로서도 2012년은 시간상 남측에게 손을 벌려봐야 큰 득이 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북한은 때가 지나버린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는 북중협력으로 강성대국에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원칙적인 대남 강경입장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적절히 김정은 체제 확립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임기 말의 이명박 정부에 기대를 걸기 보다는 오히려 2012년 총선과 대선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에 기대를 걸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북정책 전환이 어려운 이명박 정부

북이 먼저 변화하지 않고 남측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한, 2012년에 이명박 정부도 근본적인 정책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북은 김위원장 사망 이후 유훈통치 기간과 권력승계 과정이라는 대내적 필요성 때문에 더욱 강경한 대남 입장을 고수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경비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운신의 폭과 가능성은 더 희박하고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국면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고민과 딜레마는 그대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의 북한체제 안정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기존 대북정책의 원칙을 벗어날 수는 없는 고민의 흔적이 바로 북한 당국이 아닌 주민에 대한 조의였고 당국 차원의 조문이 아닌 민간인의 제한적 조문허용이었다. 고민 끝에 내놓은 조문 조치에 대해 북은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퍼부었고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은 선북한 변화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연이은 북한의 대남 비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고 북에게 ‘기회의 창’이 있음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그 조건은 북한이 ‘먼저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오는 것’이었다.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남북관계의 정상적 발전과 대화 채널의 재개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은 ‘조바심 내거나 서두르면서 원칙을 어길 필요가 없다’는 예의 기다림의 입장을 강조했다. 김정은 체제의 등장이라는 변화된 남북관계 상황에서 관계 복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제약하는 요인이 더 큰 것이다.

대통령의 완고한 인식이 여전한 점 외에도 이명박 정부는 대내적 정치 환경 때문에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임기 말 보수 진영의 완강한 저항을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남북러 가스관 연결마저 김정일 정원에 달러가 유입된다는 이유로 극구 반대하는 보수 진영임을 감안하면 2012년 북의 근본적 태도 변화 없이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대북정책을 바꾸기는 매우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최대의 정치일정으로 점철되는 한 해이고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여당으로서는 보수층의 이반과 저항을 무릅쓰면서까지 대북정책 전환과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기 버겁다. 오히려 가시적 성과는 없지만 북에 휘둘리지 않고 끌려가지 않았다는 ‘원칙’을 지켰다는 보수적 평가만이라도 받자는 정치 셈법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을 허송한 이상 임기 말인 2012년에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무모해져 버린 셈이다.

한 때 일각에서 거론되었던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도 2012년에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정상회담의 당사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사실상 형식적 불가능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김정은 부위원장을 대화 상대방으로 사실상 간주한다 해도 아직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공식 직함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고 권력승계가 완료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2012년내 남북정상회담의 추진 가능성과 성사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2012년의 남북관계는 북한의 대내적 상황과 대남 강경입장, 이명박 정부의 원칙 고수와 정치적 조건으로 인해 관계개선이 어렵거나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엔 이미 때를 놓쳐 失機해버렸고 일방이 의지를 가진다 해도 상대방이 맞장구를 칠 수 없는 孤掌難鳴의 상황이 되어 버렸음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2012년에도 희망과 기대는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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