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월간 폴리피플 2011년 3월호(20호) ‘COVER STORY’에 게재되었습니다. >

지난 2월 17일 <폴리뉴스> 및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은 이명식 편집주간 진행 하에 고성국 정치학박사, 황인상 P&C 대표이사,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 김능구 e윈컴 대표가 정동영 최고위원의 정치행보와 정책, 비전 그리고 2012년 가능성에 대해 점검했다.


사회: 안타까운 게 야당에서 DY가 부유세를 비롯해 복지문제에 대해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해 왔는데 여론조사에서 ‘누가 복지를 가장 잘할 것 같나’ 하는 질문에 손학규, 유시민이 높게 나오고 DY는 별로 높지 않다. 이래저래 벽에 부딪히고 있다. 남북문제 역시 DY가 잘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역시 손학규, 유시민이 높고 여권까지 합치면 압도적으로 박근혜다.

앞으로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각 당의 전당대회-총선-야권의 재편·연대·연합까지 세 번 정도의 모멘텀이 예상된다. 이 속에서 각 후보가 지지도 상승 내지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동영 후보의 경우 각각의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가야 할지 한번 짚어보자.

황인상: 민주당은 전당대회 후에 총선을 치르는 구조가 예상돼 있기 때문에 결국 대권을 지향하는 후보냐 아니냐를 12월 전에 본인이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소위 민주당 안에 있는 후보군들의 고민이자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당장 선언해야 되느냐 마느냐의 고민도 해야겠지만, 대외적인 것보다는 대내적인 요구에 후보들이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DY의 경우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를 했지만, 스스로 대권에서 승부를 걸 것이냐 말 것이냐부터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내 기반이 허약해져 있다. 비록 전당대회로 표는 들어왔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친이-친박이라는 내구성을 강력히 갖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그런 구조가 상당히 유연하지 못하다. 또 당 외곽에 상당수가 있어 사실상 민주당이라는 세력 자체는 당 안에 있는 세력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당 밖에 있는 잠재적 군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것을 총체적 틀 내에서 본인의 위상을 총괄해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DY가 그러한 세력들과 본인의 역할을 확정해 가는 것이 지금부터 전당대회까지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해결할 문제가 있다. 우선, 비토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저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항상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경선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단순경선의 끝없는 반복과 그 과정에서 고착화된 당내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고, 그러한 골이 상당히 깊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과거 DJ처럼 대통령후보로서 이후에도 계속 독자적인 권력으로 서지 못했는지, 이 고립돼 있는 경선 과정들을 끝없이 반복되면서 번도 진심으로 화해해보지 않았다. 그런 세력이 소멸하거나 완전히 섞어져서 중화되지 않은, 불완전한 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계속 취해오지 않았나. 심지어 민주당 10.3 전당대회의 경우도 전형적으로 그러한 구조를 전면에 드러내는 정도로 마감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어렵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후보자 DY가 취할 태도는 화해와 통합의 개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이 내부에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는 것이 본인으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고성국: 같은 맥락이지만 다른 영역의 문제로 접근하자면, 노무현이 1%대에서 시작해 후보가 될 때 1년 전쯤 노무현 캠프에서 ‘호남 기반의 영남후보 필승론’이라는 글을 보았다. 결국 그대로 됐다. 이것이 전략이다. 내가 제목만 이야기해도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안다. 이것이 살 길이라고 사람들한테 설명해낸 것이다. 지금 정동영이 후보가 되려면 정동영과 함께해야지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도 정권 빼앗아 올 수 있다고 현역의원들, 원외위원장, 책임당원들 설득할 수 있는 전략경로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인데 지금 정동영은 이를 안 하고 이슈만 자꾸 만들어내고 있다. 승리의 비법을 갈구하고 있는 대중들은 그냥 내버려둔 채 상품만 계속 만들고 있다. 이것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

손학규는 완성된 형태는 아니지만 꽤 있다. 호남을 바탕으로 수도권 기반인 후보를 내면 중원공략이 가능하다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동영이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와 경쟁해서 이기려면,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10.3 전대에서 상당히 위력을 보인 그 그림을 능가할 만한 전략경로를 빨리 보여주고 자기와 일체화시켜내야 한다. 그것 못하면 게임 안 해야 한다. 그것 없이 어떻게 이기나. 이긴들 과연 본선에서의 승리를 담보하겠나. 본인은 그것에 집중해야지 개별 정책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꼭 정동영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능구: 손 대표의 지난번 전당대회 결과를 가지고 단체장, 국회의원 등 호남의 여러 정치인들에게 물어봤는데 결론은 아주 심플했다. 비호남 후보론이었다. 이번 전대는 6.2 지방선거 속에서 대선에 대한 희망, 대선후보감의 당대표 일선배치 차원에서 손학규를 지지한 특별한 이유는 90%는 비호남 후보라는 이야기다.

DY는 말하자면 이를 뚫을 뭔가가 있어야 한다. 제가 만약 그쪽 참모가 되어서 만들어보라고 해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정동영은 지금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다. DY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노출됐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지고 호소하는 모습이 통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고 박사님 말씀대로 DY는 자기희생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 자기희생의 모습이란 결국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한번 보여주고 거기서 만들어내든 못 만들어내든 종이 반성문이 아니라 실천적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재오가 금년 상반기 안에 5%대를 넘지 못하면 일말의 여지없이 포기하겠다고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DY의 경우 대선에 나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 예를 들어 9~10월 전에 10% 못 넘었을 때는 자기 평가 받았다고 생각하고 다른 모습으로 나라와 국민에 봉사하겠다면서 중차대하게 내년 선거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 말로는 안되고 자기희생 과정을 통해 ‘이제 영남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비호남 후보론’ 이야기 못하는데 또 지역을 이야기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는 돼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윤희웅: 전적으로 동의한다. DY와 정치인들이 차기 대권주자로 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성과와 결부되어야 할 필요 있다. DY의 경우 지금까지 여러 이슈들을 제기했지만 자기 브랜드로서 성과를 내세울 만한 것은 사실상 많지 않다. 현재 복지에 대해 ‘부유세’ 등 당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책적인 면에서 당론이 됐든 간에 한번 보여줘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그냥 이슈 제기만 하다가는 다가오는 대선기간 동안 당내에 분란만 일으키는 이미지만 굳어질 것이다. 자기가 내세우는 상품들, 복지와 관련한 것들이 최소한 당론, 나아가 야권에서 합의된 상품으로서 어느 정도 나와야 이 복지국면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적인 부분에서 본선까지 생각했을 때의 전략을 떠나 어쨌든 당내 경선까지 가는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서,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상 굉장히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호남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광주와 전남에서 손학규와 DY의 지지율이 거의 차이가 없다. 오로지 전북의 집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협소한 지약기반이기 때문에 본선에서의 승리를 떠나 일단 민주당 경선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호남을 대표한다면 전북뿐만 아니라 광주와 전남에서도 민주당의 전통성을 쥐고 그 지역정서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전략이 꼭 필요하다. 그것을 잡지 못하면 민주당 내에서 경선을 통과하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고성국: 저는 상황이 정동영에게 굉장히 엄중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나는 대권 안 하고 당권할 것이다’라고 해도 당권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3 전대에서 정세균이 페어플레이 하지 않아서 최재성이 486단일화를 거부하고 나갔다. 그때 최재성의 표와 이인영 표를 합치면 정동영 표보다 많다. 단순히 합치기만 해도 그렇다. 10.3 전대에서 당원, 대의원 지지자들의 두 가지 요구가 드러났는데 하나는 대권주자들의 전면 배치, 또 하나는 전면적 세대교체 였다.

10.3 전대 시점만 하더라도 총선이 1년 반이나 남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다음 전대는 총선용 전대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승부처는 수도권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도권을 정면돌파 해서 최소한 2/3을 이겨서 제1당이 되거나 과반수당이 돼야 그 기세를 몰아 대선으로 간다고 대개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제가 보기에는 정동영 당대표 갖고 수도권 2/3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 정세균 턱도 없다. 이인영이 됐건 누가 됐건 486이 민주당 지도부 전면에 서서 수도권에 있는 30~40대와 혼연일체 되는 정도의 대대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캠페인을 벌여서 바람으로 몰아가는 것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라고 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력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총선에서 이겨야 대선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온다. 그 시점에 ‘나는 대권 안 될 것 같으니까 당권이라도 할게’, 천만의 말씀. 이미 누구한테 떠밀려가더라도 떠밀려가게 돼 있다. 타이밍을 그렇게까지 늦춰서 마지막까지 재보고 안 되면 꿩 대신 닭이라는 선택은 자살골이다. 선택은 지금 해야 한다. 당권으로 가려는 선택을 하는 것도 여전히 아니고 말 그대로 백의종군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당내 486을 전면으로 세워서 그들의 후원자로서 가야 이 흐름을 타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사회: 10.3 전대에서 ‘누가 안 됐으면 좋겠느냐’는 역선택의 질문에서 현저하게 DY가 높았다. ‘비호남 후보론’은 민주당 판갈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문성근 씨의 경우 “민주당이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비호남 후보론’을 들고 나오는데 이를 뛰어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을 넓히고 나면 왜 꼭 민주당이 ‘비호남 후보’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야권통합과 관련해 DY에 기회가 올 수 도 있지 않겠는가. 그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보자. DY의 한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야권주자로서 대권 가능성을 어떻게 봐야겠나.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깔려있었던 2007년 대선에서 여권 후보로 나왔던 것이 오히려 DY로서는 득을 본 것이 없는 결과였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 거치고 치러지는 2012년 대선에서 야권후보로서 DY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황인상: DY 이전에 2012년 대결양상이 더 중요하다. DY가 후보로 성장하고 확정되는 과정은 굉장히 드라마틱할 것이고, 본인 스스로 여러 결격사유, 제한요인을 다 극복했을 때만이 후보가 됐을 것이라고 전제했을 때 DY는 지금의 DY가 아닐 수 있다. 여러 전제조건이 있다. 이미 그 정도가 되려면 둘 중 하나의 양상일 것이다. 야권이 다 풀어헤쳐서 하나의 후보로 만들었는데 DY가 산전수전 다 겪고 그 틀 속에서 선택된 경우라면, 그때는 이미 야권연합으로서 위치를 갖고 있을 것이다. 거꾸로, 지금의 분위기와 달리 민주당이 현재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민주당이라는 힘에만 의존해서 당 내부 경선만 진행해서 후보가 됐을 때의 양상은 대단히 다를 수 있다.

저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DY도 이미 본인이 가야 할 길에서 이념적으로는 ‘담대한 진보’를 실천방안으로서는 야권통합에 기꺼에 나서겠다 했다. 야권대통합에서 민주당 출신 대선후보들에게 상당히 양보를 원하는 것 같다. 결국 DY에게 앞으로 닥칠 과제 중 하나는 그러한 대중의 시각에 부응하는 현실적 실천방안 모색이다. 꼭 대선에 출마해야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야권대통합의 단일후보로 갈 수 있느냐의 큰 틀을 갖고 짜야 한다. DY는 장점 중에 그러한 정치 감각이 있다. 그것을 위한 플랜이 짜져야 하고 그런 과정이 진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형식적인 이슈플레이 수준에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고성국: 야권연대가 야권 승리의 전제조건처럼 지금 이야기하시는데 저도 일단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른 야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보를 대폭해서 대선연대에 대한 약속을 정치적으로 가시화시키는 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리할수록 더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악을은 이정희에게 전략공천 결정을 지금 해버리면 총선에서 10개 양보할 것 7개만 양보해도 된다. 이정희 대표가 그곳에 출마하겠다고 했고 현역에 김희철 의원이 버티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김희철 의원 설득해서 지역구 조정해 주거나, 정말 이런 경우는 비례대표 준다고 해도 괜찮다. 그렇게라도 해서 빨리 조정해버리면 ‘민주당 이번에 진짜 연대하려나 보다’ 진정성 인정받고 총선 가서 10개 양보할 거 5~7개 정도 양보해서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당 대표가 하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대권주자 자격이 없지만 정치적으로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사람이 그 정도 결단을 내려줘야 되거나, 대권주자는 아니지만 그 정도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실질적 당 대표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면서 질러버려야 한다.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정동영 민주당 혹은 야권 후보가 됐다 치자. 그렇게 박근혜 전 대표와 붙었을 때 승률은 2, 30% 정도라고 본다. TK는 물론이고 PK도 박근혜가 후보가 되면 굉장한 응집력을 보일 것이다. 특히 부산에서 박근혜가 전통적으로 강했다. 여기에 충청권은 지금 누가 더 우세할지 모르겠다.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대 민주당이면 민주당이 우세하겠지만, 박근혜 VS 정동영이라면 제가 볼 때 박근혜가 표를 더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호남과 영남에서 나는 표 차이와 충청권에서 다소라도 박근혜가 더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을 수도권에서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6:4, 7:3 정도로 이겨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가 아주 극우적 포지션을 가지고 중간층도 쳐다보지 않고 자기 고정 지지층만 모으는 식의 전략만 쓴다면 해볼 만하다. 박근혜는 지금까지 있었던 여당 주자들 중 가장 중간층의 접근성이 높은 주자다. 이 후보를 상대로 해서 6:4, 7:3 정도로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둬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 논리적으로 가능성을 닫아둘 이유는 없지만 승률은 높지 않다. 다른 후보들 역시 다 비슷하지만 다만 1:1 대결구도에서 그래도 정동영보다 손학규가 좀 더 나오는 것은, 수도권에서 표의 확산성에서 정동영보다는 손학규가 좀 더 높다고 인정된다는 차이일 뿐이다. 그 차이가 어떤 국면에서 중요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상대를 박근혜로 놓고 몇 백만표 차이로 대세가 왔다갔다 할 경우 손학규와 정동영의 수도권에서의 차이는 그렇게 유의미한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이 이러한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도를 정면으로 돌파해낼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저는 굉장히 비관적으로 본다.

김능구: 내년은 20년 만에 총선·대선이 같이 있는 해다. 원래 총선·대선이 같이 있을 때 정치수요자들이 걱정한다. 저는 야권통합은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당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야권의 선거연대는 필연적이다. 5+4에서 진보신당이 빠졌지만 이제 진보신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들이 빠짐으로서 얻는 성과가 국참당보다 뒤지게 됐고 내부 비판도 있어서 이번에는 어떻게든지 실질적인 지분을 받아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박근혜와 야권후보 대결로 봤을 때 박근혜가 절대 만만치 않다. 후보만 놓고 봤을 때 대선에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서는 야권이 이긴다고 본다. 야권연대는 진보신당이든 누구든 빠질 수 없고 민주당도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차이가 날 것이다. 꼭 공천 협상하면서 서로 지분 약속하고 사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 인물들을 국민에게 미리 보여주고 야권연대를 기정사실화 시켜야 한다. 촛불과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팀장인 40대 표심을 특히 수도권에서 강타해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후보인물로서 누구도 박근혜를 넘을 수 없지만 총선에서의 파괴력은 대선으로 이어지는 힘이 될 것이다. 한명으로 안 되면 떼로 덤비는 ‘드림팀’으로서 치를 수도 있다. 이에 정동영이 지금부터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원혜영 의원이 수도권 16곳 정도는 비워주자고 했다. 그런 역할을 DY가 해야 한다. 수도권 동작을에 나왔는데 다시 동작을에 나와서 정몽준과 붙겠다고 해야 한다. 이래야 이전의 한계점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

만약에 내년에 동작을 나가서 된다면 굉장히 희망적이다. 지금까지의 행보와 180도 다른 행보를 해야 한다. 과감하게 국민적인 평가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몽골기병처럼 빠르기는 빨라도 너무 재빠른, 약삭빠른, 자기 이해관계에 철저한 이미지를 깨야 한다. 야당은 후보가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 과거 자신을 극복해나가는 행보와 메시지 전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모두 전제돼야 후보가 될 수 있고, 그랬을 때 승산이 있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답이 없지만 그러한 극복과정을 거쳤다면 정동영은 겉으로도 속으로도 아름다운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윤희웅: 다음 대선은 대북이슈, 복지가 큰 화두가 될 것인데,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해서 유권자들이 ‘묻지마 경제투표’를 하고 어떤 소리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DY가 민주당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면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라는 것이다.

예컨대 내년에 복지와 대북관계가 주요 이슈가 되고 DY가 후보가 돼서 이를 콘텐츠로 키운다면 토론이나 정책대결 등 논의 과정에서 크게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지난 대선에서의 처참한 패배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위력은 발휘한다는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산전수전을 겪기에는 지금 시간이 없다는 것이 DY에게 있어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 다음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에서 드림팀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정동영 후보의 적합한 포지션을 제시해 달라. 대통령후보부터 통일부장관, 복지부장관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텐데? 인적자원을 국민에 제시하는 차원에서 발상을 여쭙는 것이다.

고성국: 아주 좋은 차원의 질문인데 답하기 참 어렵다. 저는 두 자리가 생각이 난다. KBS 사장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맞나? 드림팀의 한 명이 되는 것이다. 또 한 자리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생각난다. 그쪽에서 뭘 해도 제일 잘 할 것 같다. 갖고 있는 장점이 제일 잘 발현될 것 같다.

김능구: 저 역시 문광부장관 자리가 뉴미디어 쪽 경험이 있어서 잘할 것 같다. 또 하나는 통일부장관이다. 다음 정권에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됐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접견한 인물을 굉장히 예우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활용할 수 있고, 또 상징적인 개성공단을 만들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DY의 행적 중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통일 쪽이다.

윤희웅: 다음 대선 때는 남북관계는 한반도와 동북아문제로 확장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외교정책과 맞닿아서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기관의 변화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예를 들어 통일부, 외교부가 따로 가지는 않을 것 같고 시대변화에 따라 기관들이 변화될 것 같은데 남북관계를 기본으로 한 ‘동북아부’(가칭)의 책임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부서를 통해 한일, 한중, 한러 등 관계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아시아에서 키우는 데 힘을 발휘할 것 같다.

황인상: 장관 할 때는 아닌 것 같고 제 생각에는 후보가 되지 못하면 은퇴하시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오히려 후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안 됐을 경우는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당연한 지도자의 자세다. 그만두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백의종군이 되어서 밑에서 열심히 정권을 도와야 한다.김능구: 정권을 재탈환하기 위해 힐러리 같은 역할이 이 사람에게 맞을 수도 있겠다.

사회: 여러 가지를 짚어보았는데, 정동영 후보의 경우 남은 기간 지금 부딪힌 한계를 넘어서서 야권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서 다가오는 총선·대선에 기여하는 것이 과제다. 그분이 갖고 있는 순발력과 탁월한 대중성 등 장점을 잘 발휘해서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앞으로 지켜보도록 하겠다.
끝으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어드바이스 한 마디씩 부탁한다.

고성국: 정동영 의원 부인이 전북 순창 분이다. 고추장을 선물로 받을 때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부인이 직접 고추장을 담가서 예쁘게 포장해 보낸 것 같다는 느낌을 줬다. 실제 그랬다고 생각한다. 『개나리아저씨』를 보면 그런 대목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저 밑바닥에 있을 것이다. 정치에서도 이를 충분히 잘 끌어올려서 국민에 그야말로 정동영의 참모습을 어떻게 잘 보여줄지가 1차 승부다.

김능구: DY에게 제가 계속 일관되게 이야기했던 미디어정치의 명암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데 리얼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 속에서 감동은 따라가는 것이지, 감동을 주기위해서 정치적인 액션을 취하고 과학적인 캠페인전략에 너무 치중 안 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주변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손학규의 민심 백일대장정을 DY가 하면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런 식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

부유세로 실제 표를 얻는 정치인에게 있어 금기, 터부를 깨뜨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민주당으로서 자기 기득권을 깨뜨리는 행보를 가져가야 한다. 특히 야권연합을 위해 자기희생적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국민에게 통한다면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수도 있지만 아니라면 깨끗이 승복하고 대세가 아닌 대의를 위한 정치를 함으로서 가벼운 정치인이 아니라 역사와 민족을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황인상: 저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이 ‘그 사람이어야 된다’는 승리의 확신을 가질 때까지 모든 것을 진심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을 실제 자신의 실천에서 체화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알릴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정치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여러 정치사례에서 보듯이 오히려 그런 어려움을 정면으로 딛고 간 사람만이 큰 길을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DY는 진심으로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 스타일이 대개 지도자들은 그렇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뭉쳐서만 정치를 하려고 하면 결국 그런 문제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오히려 정치 중심을 보다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두고 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정치패턴을 보여주는 것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윤희웅: 아직 젊기 때문에 정치를 길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회들에서 자기의 이익과 지분을 포기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 대중이 DY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걷히고 진가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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