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월간 폴리피플 2011년 3월호(20호) ‘COVER STORY’에 게재되었습니다. >

지난 2월 17일 <폴리뉴스> 및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은 이명식 편집주간 진행 하에 고성국 정치학박사, 황인상 P&C 대표이사,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 김능구 e윈컴 대표가 정동영 최고위원의 정치행보와 정책, 비전 그리고 2012년 가능성에 대해 점검했다.

사회: 행보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전에, 2007년 대선후보가 됐지만 두 번째다. 2002년은 노무현과 경선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007년도에 530만 표로 졌지만 후보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이후 정치과정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짐이 되고 있는지, 그때가 아니라 오히려 다음에 후보로 나선다면 훨씬 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2007년 본선 실패가 DY만의 책임한계라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지 않나? 2007년 선거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 심판의 성격이 짙었다.

고성국: 그런 점도 있다. 2007년으로 다시 상황을 돌리면 정동영이 노무현에 대해서 굉장히 유보적이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말씀하신 대로 이명박은 노무현 심판, 경제 살리기로 구도를 잡고 갔는데, 어쨌든 공이고 과고 간에 내가 다 껴안고 가겠다면서 정면으로 노무현이 뭘 잘못했느냐고 하면서 붙었으면 530만표보다 차이를 줄였을 수 있고, 설사 차이가 났다 하더라도 지금의 정동영 포지션은 달랐을 것이다. 그 점에서 정말 담대하게 승부했어야 했다.

10.3 전대에서 민주당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선택은 전략적이었는데, 그 의미를 잘 살피는 데서부터 정동영의 행보는 시작됐어야 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10.3 전대에서 민주당 지지자 당원들이 6.2 지방선거를 보니까 잘하면 승리할 것 같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전면배치해야 된다면서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손학규 1등, 정동영 2등으로 뽑아준 것은 일단 손학규가 제일 경쟁력 있을 것 같으니까 뽑아놓은 것이지만, 만의 하나 손학규가 잘못될 경우 그래도 우리한테는 정동영이 있지 않나, 예비로 정동영은 일단 살려주자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유권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괘씸해서 정동영을 4, 5등으로 떨어트려놨으면 그 순간 아예 대권주자 안 되는 것인데 선택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정답 아닌가. 지금 자꾸 인위적으로 이슈 만들어서 하려고 하지 말고 손학규가 잘 하는지 보면서 기다려야 한다. 손학규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테니 자칫해서 낙마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유시민이나 정동영 둘 중에 하나’라는 터닝포인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역사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지금 그것과 상관없이 뭔가 작위적으로 이슈구도를 만들고 하려고 하면 할수록 약점이 노출되기 쉽다는 느낌을 갖는다. 너무 가혹한가. 저는 현명하게 조언을 하려고 했는데…(웃음)

황인상: 정동영 의원이 이렇게 가혹하게 비난을 받는 이유에 대해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행태적인 문제에 대한 여러 사례가 있는데, 유시민도 왔다갔다했고 손학규도 실패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유독 정동영에게 과도하게 비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같이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역사상 야권을 대표하고 민주당을 대표하는 대권후보로서의 격과 자질의 기준을 그분에게 들이대고 있다. 둘째, 그러한 평가의 대부분이 정치세력적 분석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제가 DY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사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왜 친노는 DY에 대해서 그렇게 공격했는지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2007년 대선에서 친노세력은 DY를 진짜 밀어줬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아니면 후보시절부터 이후까지 원천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도 한다. 그러한 것을 배제하고 본다면 개인적 특성 정도에 불과한 정치인의 행위도 너무 크게 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DY의 모든 것을 기만적이고 작위적으로 보면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매일매일 언론에 노출되는 자신의 언행을 일절 삼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권을 위해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면 이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베일을 까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도자다운 모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정치지도자라고 본다. 끝없이 정치현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가다듬는 것은 모든 정치지도자의 책무일 수 있다.

저 역시 DY에 대해 상당한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심하게 이야기하면 유독 DY에 대해 우리나라 야권 전체가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덤터기 씌우려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강도, 충성도 등 세력화의 본질을 따져봤을 때 오히려 친노만 하겠나? 구 호남세력과 비교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야권 실패의 정치역사를 특정인에게 씌워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오히려 거두어낼 때 우리 야권 전체가 뒤집어써야 될 많은 치부가 있고 본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본다.

고성국: 그 점에서 생각이 다른 게, 잣대가 정동영뿐만 아니라 유시민도 왜 나에게 그렇게 가혹하냐고 할 것이다. 제대로 대접 받은 적 있나? 유시민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떨어뜨린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말로 죽이는 것보다 선거로 죽이는 게 훨씬 큰데 유시민은 오죽 답답하겠나. 이에 특별히 더 가혹하다는 부분은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 황 대표가 일부에서 침묵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고위원들이 다 대권주자는 아니지 않나. 그냥 최고위원 정도의 역할을 할 사람들에게 굳이 이런 식으로 검증할 이유도 없고 잣대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정동영이 내년 대선 후보가 되고 본선에 나가서 이기려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점 중 어느 부분이 고쳐져야 되는지 차원에서 혐의를 갖고 들이대다 보니까 문제가 제기되는 것 아니겠나. 저는 최고위원으로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의 침묵에 대해서 저는 박근혜는 침묵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이정현은 개헌의총 끝나자마자 “침묵도 정치”라고 했는데 실제 침묵도 정치다. 그러나 저는 박근혜가 침묵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알아듣지 못해서 대답하지 못하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알아들을 만큼 다 했다. 예를 들어 박근혜가 제일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이미 그 부분은 제 입장 정리해서 이야기한 바 있다”는 말인데, 그 입장이라는 것이 자기는 때로는 4~5년 전에 한 이야기를 생각해서 발언한 경우일 수도 있다. 당장 17일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통령 책임이고, 신공항은 공약에 있는 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공약 찾아보면 그것이 박근혜 입장인 것이지, 꼭 박근혜한테 밀양인지 물어볼 문제가 아니다. 현안에 대해 대답 안 하고 이미지만 관리한다고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공격할 때는 이야기할 수 있으나, 박근혜가 아무 메시지도 없고 입장도 없이 시간만 뭉개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

김능구: 노무현 대통령 회고록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우리 후보가 지는 선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여당후보가 참여정부의 공과를 부정하고 있고, 한나라당 주장에 말려들어가는 꼴이어서 이미 선거는 졌다는 부분이 나온다. 경제지표상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후보가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한다. 그런 점에서 DY의 또 다른 한계 아닌가. 유행을 따라가고 그 시점에서의 지배적인 흐름에 편승하고 그 앞에 선다.

DJ 때 정풍운동에 노무현은 참여하지 않았다. 당연히 노무현도 참여할 것 같은데 참여하지 않았다. 자서전에서 노무현은 정풍운동은 본인이 봤을 때 옳은 방식이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당을 개혁시키고 변화시켜야 될 일인데 이미 깔아놓은 멍석에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노무현은 투쟁 속에서 정치를 알게 된 사람인데, 정동영의 경우는 방송기자 출신이 플러스요인이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요인이 되기도 한다. 방송기자는 정보흐름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습관이 몸에 베이고 체질이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말을 진중하게 하더라도 대중이 보기에 무게를 못 느낀다. 미디어정치인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가벼운 정치인이 되기 십상인데, DY는 미디어정치인으로서 성과를 올렸지만 그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는 정치인이었다. 이에 이 부분을 극복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데 큰 악수(惡手)를 몇 차례 뒀다. 지난 대선에서도 남는 것이 없다. 2007년 대선에서 후보였음은 분명한데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친노세력도 후보가 MB와 맞서면서 왜 성과는 말을 안 하느냐. 이 부분에서 화가 나는 것이다. 호남 쪽에서 “‘천정배, 신기남’은 모르겠는데 ‘정동영’은 안 된다”고 했는데 이는 호남이 황태자로 키워준 것에 대한 배신감이 짙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일방적인 비판과 공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새 국민이 보통국민인가?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그 정도의 틀을 못 벗어나는 것이다. 윤 실장이 민주당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셨는데, DY가 이 점들을 극복해내야 다음 대선에서 정치세력으로서 민주당이 큰 파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동영 개인이 아닌 정치세력으로서 이야기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윤희웅: 한 기사에서 차기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DJ의 경우 ‘대중조응형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에 많이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기사를 보면서 어떤 면에서 과연 리더십 유형으로 이야기될 수 있는 조어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중조응형 리더십’은 다시 말해 리더로서 가지고 있는 원칙과 철학,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더십이 없는 리더십이라는 의미와 동일어가 되는 것이다. 그때 그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캐치해서 먼저 이야기해 주는 것이 ‘대중조응형 리더십’이다.

열린우리당 창당부터 경선 과정까지 장점을 많이 누렸지만 이제는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떨쳐내느냐, 새로운 리더십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이번 혹은 다음 대선 과정에서 DY에게 정말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고성국: 저는 정동영뿐만 아니라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내년 12월이 대선인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은 상태가 아니다. 출마할 거면 지금 선언하라는 것이다. 아직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람이 없어서 대권주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잠재적 대권주자들 대부분이 박근혜가 워낙 강적이라 ‘해보다가 아니면 당권으로 돌겠다’는 이야기들도 여전히 같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그런 문제냐는 것이다. 대권주자로 열어놓고 가보다가 안 되면 나중에 당권이라도 잡고… 당권이 그런 것이냐. 지금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해서 대권주자로 나갈 사람은 1년 전에 그만두도록 만들어놨는데, 12월에 대통령 나갈 사람은 그만둬야 한다. 그렇다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그때까지는 어쨌든 당헌·당규가 허용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해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최고위원 남아있겠다는 건지, 너무 옹색하지 않나.

더구나 훌쩍 앞서가는 상대당 강적 후보를 추격해야 하는데 혼자서 안 된다고 여러 명이 역할분담 해서 단체로 달려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가 대권주자이고 누가 당권이고 누가 무슨 역할인지를 국참당 포함해서 야권의 정치지도자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자임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집중적으로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뭔가 감동을 주려면, 역으로 “저는 이번에 출마 안 하고 총선·대선 승리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누군가 선언하고 가야 충격을 줄 수 있다. 꼭 지금이 아니고 12월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될 것 같아서 대권선언 했다고 치면, 정동영에게 물어보자, 이번에 왜 출마해야 하는지, 왜 본인이어야 하는지. 2007년에 530만표라는 엄청난 표차로 떨어졌고, 책임을 가장 크게 느껴야 하는 사람이고, 그동안의 행적을 보니까 자기 배지 단 것밖에 없는데 왜 한나라당과 박근혜를 반대하는 사람이 당신을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 과연 설명할 수 있겠나? 앞으로 10달 시간 보내면 그 설명이 만들어질 수 있겠나?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빨리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세적으로 문제제기를 야권주자들에게 하고 싶다.

윤희웅: 케인즈가 경제재정정책을 주장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다 죽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여기서 지금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선수’가 아니라 ‘관전자’가 될 수도 있다. DY를 비롯해 야권주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입장표명을 하고 차기대권과 관련해 출마선언을 빨리 해야 한다고 고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일정부분 그것이 필요하다. 이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지지도가 고사해버릴 수 있다. 일부는 나중에 출마선언하고 공약을 내세우면 지지도에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보듯이 5% 나오는 후보는 끝까지 5% 나온다. DY가 5% 나오다가 어쨌든 25% 나왔지만 그것은 DY가 올라간 것이 아니다.

지지도 5%였다가 10% 이상으로 가려면 많은 대중이 이 사람 지지한다고 했다가 저 사람 지지한다고 이야기하는 자기부정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것이 1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우리나라 대중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행태다. 대중이 자기부정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시간과, 자기가 그렇게 했을 때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로 후보가 새로운 상품을 내세워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장기적으로 다 죽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사회: 정동영 최고위원이 복지재원 마련에 있어서 부유세를 내세우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고 최근 국민참여당의 유시민도 뛰어들어서 야권 전체로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고성국: 민주당 손학규 쪽에서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는 것은 복지국가론을 생각하는 진보개혁진영 사람들을 전혀 설득할 수 없다. 만약 증세 없이 절세나 다른 방식으로 16조원 정도 만들어서 복지국가가 된다고 했을 때 그렇게 쉬운 복지국가를 왜 안 했겠나?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 될 일은 아니다. 증세 없는 복지 주장 자체는 복지포퓰리즘으로 공격해오는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휘말려버리는 결과라고 본다. 복지포퓰리즘으로 공격하니까 바로 증세 없다고 대응해버려서 사실상 출구를 스스로 막아버렸다.

그 점에서 야권 전체로 볼 때 정동영의 부유세론은 출구를 만들어 놓 의미가 있다, 내용 이전에 정동영이 그 중요한 포인트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야권 전체는 그러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유시민이 여기에 편승한 것은 별로 의미 없다고 본다. 손학규가 초기에 증세 없는 복지로 가고 ‘3무1반’을 이야기하니까 정동영이 대항적으로 부유세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10.3 전대로 가는 과정에서부터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정동영에 진정성과 일관성 있는 것이다. 부유세 내용과 관련해서, 복지를 이야기하려면 ‘복지대상’, ‘복지전달체계’, ‘소요재원 마련방안’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부유세는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고, 마지막에서도 여러 정책수단의 하나를 이야기한 것이다. 복지 부분은 진지한 정책토론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부유세를 이미 이슈로 가져가버린 것이다. 즉, 순서가 거꾸로 됐다. 나중에는 이슈싸움을 해야 한다. 우리가 정책경쟁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선거판에서는 이슈 수준으로 상향되어져서 이슈 대 이슈로 싸움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슈로 있기 이전에 정책적인 자기 내용들을 쭉 갖춰놓고 농축된 것으로서 이슈화되어야 하는데, 지금 이 내용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이슈화돼버렸다.

그 점에서 정동영이 시급히 해야 될 것은 이 내용을 채워서 부유세라는 자기 이슈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작업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윤희웅: 다른 측면인데, 어떻게 보면 복지시대의 창이 열린 상황이고 야권에게는 호기를 맞은 상황이다. 여기서 DY는 부유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서 ‘복지개발 5개년계획’을 순차적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실 그렇게 가는 것이 안정적인 복지국가로 가는 데 있어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국민이 경험해보지 않은 이 상황에서 과연 정책의 창을 열고 그 안에서 한번 뒤집어놓고 사람들이 ‘괜찮다’는 맛을 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호감을 갖게 된 것처럼 완벽하게 부유세 가지고 재원을 마련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 세금도 조금씩 올라가기 마련이고 세금논쟁으로 가서 논란도 커질 것이다. 지금 총선·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증세논쟁을 최소화하면서 가야 될 필요가 있다.

DY가 부유세 주장을 너무 강하게 했을 경우에는 당 내에서 의견일치가 안 되고 열려버린 창에서 이 논의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있기 때문에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따라서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지금 부유세를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3+1’ 정도로 국민이 기대감은 맛보게 하면서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김능구: 노무현 때 종부세라는 세금폭탄으로 지방선거에서 죽 쒔다. 부유세는 그것을 연상케 한다. 세금 증세 이야기해서 선거 이긴 정치인 없었는데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DY가 왜 이러나 의아한데, 부유세는 대선 당시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이야기했다. 지금 증세 없는 복지를 손학규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DY가 부유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동시에 민주당의 ‘3무 캠페인’은 엄청난 낭떠러지에 놓일 수 있는데 부유세가 출구를 마련해 주는 측면이 있는 것이고, 이 속에서 민주당이 정책적 내용을 가다듬는 차원에서 토론하고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당히 건강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야권통합에서도 오히려 복지 부분이 민주당과 다른 진보정당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데, 이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기회다. 즉 DY의 부유세는 정치인으로서 금기시되고 터부시된 증세를 이야기하면서 깨뜨렸다는 차원에서 DY의 자기발전적인 계기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고성국: 박근혜의 복지와 비교해서 한 말씀 드리면, 앞서가는 사람들을 쫓아가는 쪽에서의 감성적 차이가 느껴진다. 박근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고 정의 내렸는데, 생애주기별이란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전 국민을 일단 복지 대상으로 설정해놓고 여기에 복지는 맞춤형으로, 굉장히 애매모호한 이야기다. 맞춤형으로 다 하자는 것이다. 사실 논쟁이 재원마련 쪽으로 가면 굉장히 첨예해지는데 이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제가 보기에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건드린다면 ‘잘하겠다’ 정도일 것이다. 이것이 정책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사기, 거짓말, 아무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정치지도자에게 정책전문가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에게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으로 족하지, 나머지는 정책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구현해보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대상을 짚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도 제시하고 재원까지도 말했다. 따라서 하나라도 틀리면 틀리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대체로 정책전문가 입장에서는 높게 평가되지만 선거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조급하고 뭔가를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3무1반’을 내놓았는데, 조급하게 내놓다 보니까 역공에 말렸다. 한나라당프레임에 민주당이 내놓은 ‘증세 없는 3무1반’이 위험하다 싶으니 정동영이 어쩔 수 없이 다시 “증세 없는 복지 없다”면서 부유세를 내놓았다. 이 자체를 놓고 보면 이 또한 위험한(Risky) 것이다.

언뜻 보면 민주당은 복지이슈를 선점해가는 것같이 보이지만 정치적 수준으로 논쟁에 들어가면 박근혜는 아무리 때려도 물렁물렁 유연하게 커버가 되는데, 민주당은 어느 고리라도 잘못 건드리면 탈선할 아주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황인상: 부유세 이전에 복지라는 화두가 2012년 대선에서 화두냐 아니냐가 우선 중요할 것인데, 저는 이것이 화두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현실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결국 성장논리, 우리의 삶의 질에 있어 보다 성장적인 국가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그것에 관한한 적극성이 이명박 후보에게 있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3년 정도의 기간을 보내면서 부족했던 게 뭔가 하는 반성의 측면에서 나온 것이 복지의 개념이다. 이것을 올바른 대안으로 성립시키면 또 하나의 정반합(正反合)의 발전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 단지 정권에 대한 문제를 하나 발견해서 공격하는 측면으로 활용했는데 국민적 동의가 잘 안 되면 해프닝이나 이슈로 갈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기로에 서있다. 대체적으로 2012년을 바라보는 주요한 가치관과 이슈의 중심에 복지가 꼭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합의를 한 것 같다. 왜 박근혜 후보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대안을 굳이 내놓아야 됐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 내부에 상당히 기여한 사람은 DY였고, 그것의 실현 가능성이나 세부적 리스크는 야당으로서는 언제든지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이후에 진짜 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되기보다는 그것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누가 더 아우르느냐는 측면에서 평가가 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민주당 입장에서 처음 정권을 잡는 당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꾸로 그렇게 주장했을 때 사람들이 의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받아들여서 불공정 시작한 것이 너희들인데 지금 와서 불공정 욕하느냐”는 이야기 하듯이 일방에게 몰아서 주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다만 복지라는 화두에 있어서 이니셔티브를 쥐는 과정에서 영향력 있는 제안으로서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본다. 더 검증되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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