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의 남북개최 반대를 반박함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평창 올림픽의 북한 동참을 반대하는 논리는 첫 번째 근거가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이다. 한 국가, 한 도시가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규정에 따라 평창 올림픽을 북한과 같이 개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의 남북관계를 이른바 ‘특수관계’로 보는 분단체제의 속성에 의한다면 과연 한 국가, 한 도시 개최 규정에 남북 공동개최가 어긋나는지는 사실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남과 북은 이미 1992년 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임을 상호 합의했다. 이른바 ‘특수관계론’이다. 이에 따른다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IOC의 한 국가 한 도시 규정에 반드시 위배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남북한 특수관계론은 실제에서도 남북 교역이 국가간 거래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거래로 간주되어 무관세로 행해지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고 있는 현실에서 입증된다.

그렇기 때문에 2003년 평창이 동계 올림픽 유치 첫 번째 도전에 나섰을 때 프리젠테이션의 초점은 분단 상황과 평화 통일의 염원이었다. 남북이 합의하고 그것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응당 IOC 헌장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공동개최는 충분히 가능하고 설득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남북한 특수관계론을 전제로 오히려 평창 올림픽은 전 세계에 우리의 통일 의지를 확실하게 과시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 가능성을 전 지구적으로 확인하는 역사적 계기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이 완전히 분단된 서로 다른 국가가 아니라 결국은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오히려 평창 올림픽의 북한 포함을 통해 널리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 국가 개최의 규정에 의거 남북이 같이 개최함으로써 미래 통일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평화통일 의지를 만천하에 과시하는 것과 아울러 평창 올림픽을 북한과 함께 치룬다면 그것만큼 극적인 한반도 평화의 진전은 또한 없을 것이다. 분단으로 가로막힌 철책선을 거둬들이고 삼엄한 대치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올림픽에 참가하는 남북 선수들과 전 세계 체육인의 통로로 개방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한반도 평화는 진전되고 성취될 것이다. 북한을 포함한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어 수많은 선수와 임원과 기자단과 관객이 그리고 남북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군사분계선을 오고가는 모습만으로도 평창 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평화적인 대회가 될 것이다. 분단의 철책선이 평화의 통로로 전환되는 역사적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더불어 북한을 포함한 평창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군사분계선 통과와 관련된 오래된 숙원이었던 3통 문제 해결에도 큰 진전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고 편하게 오고가야 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평창 올림픽은 통행 통관 통신의 3통 문제가 극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한 국가 개최라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북한 포함의 평창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한반도의 통일 의지와 정당성을 과시하고 전 세계 체육인들과 남북의 사람들이 군사분계선을 오고가는 모습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증진을 실감하고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것에 대해 기껏해야 IOC 헌장을 내밀어 반대하는 것은 사실 구차함을 넘어 치졸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근대올림픽은 체육을 통해 전 세계의 평화를 증진시키고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피스메이커로서의 의미가 가장 컸다. 전쟁을 했던 나라가, 전쟁 중인 나라가 한 데 모여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형성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근대 올림픽의 가장 큰 가치이자 의미였던 것이다. 동서 냉전의 와중에 유혈 테러 사태나 무더기 불참 등 정치적 얼룩도 없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가장 큰 정당성이 바로 평화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은 평화가 이미 만들어진 곳에서 개최되는 게 아니라 평화가 필요한 곳에 평화를 형성해야 할 곳에 개최됨으로써 그를 통해 평화를 진전시키고 성취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응당 평창 올림픽은 남북의 평화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촉진하고 성취하는 것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하고 이는 곧 북한을 포함한 올림픽 개최의 선차적 정당성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

남북 공동개최를 반대하는 또 하나의 논리는 올림픽 유치를 따낸 결정적 잇점으로서 경기시설의 근접성을 해칠 수 있다는 기술적 이유이다. 세 번째 도전에서 평창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경기시설들이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상대적 우월성이었음은 맞는 이야기다.

따라서 기술적 잇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평화와 통일의 평창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를 우리는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상 공동개최는 IOC의 동의와 조직위원회 구성 및 시설 준비와 경기 운영 등의 측면에서 복잡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남북 공동개최의 정당성에만 매몰되어 평양과 백두산 등의 분산개최를 이루려면 경제적 비용과 효율성 차원에서 적잖은 반대가 예상되기도 한다. 때문에 어렵게 따낸 평창 군민과 강원도민의 정성과 노력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그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통일에 기여하는 피스메이커로서 체육 제전이 되고 동시에 시설들간 근접성을 충분히 살리기 위한 우리의 지혜로운 대안은 바로 금강산을 평창 올림픽 개최 도시로 포함하는 것이다.

이미 평창 올림픽 계획도 평창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인근 도시인 강릉과 함께 경기를 개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느 올림픽도 문자 그대로 한 도시에서만 경기를 치룰 수는 없다. 때문에 평창 올림픽의 주도권도 살리고 동시에 북한을 포함하는 평화 올림픽이라는 명분도 살리고 아울러 시설들간 근접성도 확보하는 대안은 바로 평창을 중심으로 하되 인근 도시의 하나로 금강산을 포함해서 경기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 공동개최라기 보다는 평창 올림픽의 범주에 금강산이라는 인근 도시가 추가되는 성격이 됨으로써 공동개최의 정치적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잇점도 있다. 필자가 굳이 공동개최라는 용어보다 ‘북한을 포함하는’ 평창 올림픽 개최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금강산 관광 특구는 현대식 건물과 인프라 등이 일부 갖춰져 있고 평창과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다. 따라서 정책이 결정되고 국제사회의 동의가 이뤄지고 남북이 합의한다면 평창과 금강산은 동계 올림픽 준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금강산과 함께 하는 평창올림픽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한걸음 앞당기는 역사적인 쾌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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