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무너진 조세정의 세우는 조세개혁 상징적 의미...일종의 나눔세”

정치인 입장에서 ‘증세’를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가 상승 등 생활고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지금, 세금을 더 내야한다면 유쾌하게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하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더 나은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에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 가계 지출 규모가 커진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이 ‘증세’를 주장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수반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터부시 돼 온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증세’의 필요성을 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증세’는 서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부유세’를 걷자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30억 이상인, 국민 1%가량에 해당되는 부자들로부터 조금 더 세금을 걷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걷는 ‘부유세’가 결코 징벌적이거나 차별적인 것이 아닌, 나눔적이라는 데 있다. 생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세금을 냄으로써,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잘 사는 복지국가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부유세’를 ‘나눔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폴리뉴스> 창간 11주년 기념 및 월간지 <폴리피플> 특집으로 진행된 ‘대선특별기획 후보 검증 시리즈’ 인터뷰에서 “조세의 정의부터 바로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부유세는 단순히 하나의 세목이 아닌, “전면적인 조세개혁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버는 사람이 조금 더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이 조금 덜 내는 것”이 바로 조세의 정의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조세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유세를 시작으로 “조세정의 바로세우고, 최소한 중부담 중복지 국가까지 가자”

정동영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관련해 ‘조세정의는 무너져 있고, 저부담 저복지를 시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세정의를 바로세우고, 최소한 중부담 중복지 국가’까지는 가자는 게 그가 주장하는 ‘부유세’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국가의 목표를 잡을 때 OECD국가의 중간 정도로 목표를 잡아야 할 것 아니냐”며 “OECD국가 15등정도 나라의 국민 부담률은 100원 벌면 35원 정도인데, 우리 국민 부담률은 25원으로 10%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OECD 30개국의 평균수준을 목표로 해서 보육, 의료, 노후 불안이 해소되는 정도의 나라가 되려면 10%는 전 국민적으로 부담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10%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 또한 최소화시키기 위해 3차에 달하는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그는 “3차에 걸친 5개년계획을 하려면 2012년부터 정권을 세 번은 잡아야 한다”며 “이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을 구체적으로 펴서 국민이 혜택을 느끼기 시작하면 다음 정권 창출은 쉬우리라고 본다. 내가 찍었던 정권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나에게 돌아오는 게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부유세는 1차로 실시하는 5개년계획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여력 있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거기에 상응한 세금을 내야 한다”며 “능력에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조세정의의 원칙이자 ‘응능원칙(應能原則)’이 지금 무너져 있는데, 이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진 조세정의를 세우는 조세개혁의 상징어로서 부유세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유세는 99% 국민은 상관없다”며 “은행대출, 전세보증금을 뺀 순자산 30억 이상 보유한 0.58%의 국민, 27만명 정도가 해당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순자산이 30억 원까지는 비과세, 31억 원이면 1%에 해당하는 100만 원을 세금으로 낸다는 개념이다. 40억 원이 순자산이면 1천만 원이 되는 식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그 정도의 사회적 책무를 다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아닌 통합된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부유세는 ‘나눔세’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금 줄이면서 복지 못한다”...박근혜, ‘줄푸세’ 입장 밝혀야

‘복지’ 이슈와 관련, 민주당에 정동영 최고위원이 있다면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박 전 대표는 ‘한국형 복지’라는 모델을 내걸고 대선행보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복지국가를 꿈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재원마련 방안을 내놓고 있느냐’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다르다. 박 전 대표는 아직까지 과거의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얘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복지와 ‘줄푸세’는 상충되는 개념일 수밖에 없기에,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줄푸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말하는 복지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세금을 줄이면서 복지는 못한다”며 “만일 세금을 줄이면서 복지를 하겠다고 하면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줄푸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줄푸세에 대한 입장 유무 이전에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 맞춤형 복지를 이야기한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고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오세훈 시장처럼 혹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만일 박근혜 전 대표까지 공세적으로 ‘복지 포퓰리즘, ’세금폭탄‘ 입장을 취했다면, 복지논쟁이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권의 유력주자가 ’우리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면서 복지국가 논쟁에 합류했기 때문에 이것이 사회적 의제로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복지논쟁을 치열하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 도움 받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라며 “최초의 노선과 정책을 가지고 치르는 대선이 될 것이고, 이는 한국정치를 위해서도 건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공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많이 다르다”며 각을 세웠다.

“16조만으로 보편적 복지 할 것 같았으면, 노무현 정부 때 미리 했을 것”

각론으로 들어가 생각이 다른 대상은 박근혜 전 대표만이 아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를 겨냥, “낭비를 줄이고 비과세 감면 축소하고 부자감세 철회하는 것만으로 ‘보편적 복지’할 것 같았으면, 노무현 정부 때 이미 했을 것”이라며 “16조짜리 ‘3+1’정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몇몇 개 복지프로그램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최고위원은 “민주화 10년 했는데,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답을 못 내놓았다”며 “이번에 우리가 답으로 내놓고자 하는 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이고 ‘역동적 복지국가’의 청사진이고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0년 간 세계를 풍미해왔던 무역과 금융의 자유화, 민영화, 규제완화, 노동유연화.정리해고의 철학이 벽에 부딪혔다”면서 “신자유주의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미국도 거기에 대한 성찰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그런 정황 속에서 결국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 산업화와 민주화를 자산 삼아서 국민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갈지 모색해야 한다”며 “그에 대한 대답으로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747, 4만불 선진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면, 우리는 복지국가의 길을 가자고 새롭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가야할 길에 대한 설명이기도 한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