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월간 폴리피플 2011년 2월호(19호) ‘COVER STORY’에 게재되었습니다. >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피격 이후 안보위기상황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아울러 6.2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던 무상급식 문제로부터 시작된 복지정책에 대한 논란 또한 뜨겁다. 2012년 대선에서 핵심 쟁점이 될 사안을 놓고 이미 이슈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시점에서 월간 <폴리피플>은 정치분석 전문가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개최했다. 1월 20일 개최된 좌담회에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고성국 정치학 박사,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이 참석했으며 본지 이명식 편집주간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2012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정책 요인, 평화, 복지, 경제 등 정책요인에 대한 분석, 정책과 연대 등의 선거구도와의 관련성, 정책이 후보선택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점검했다.

사회: 그동안 폴리피플에서는 시리즈로 대선관련 주요 의제들을 다루어 왔다. 이번 19호에서는 기획특집으로 전문가를 모시고 ‘2012년 대선과 정책 아젠다’ 다루게 됐다. 우선 2012 대선에서 어떤 문제가 정책적 쟁점이 될 것인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토의해 보자.

고성국: 대선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한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텐데, 지금 흐름에서 보면 대체로 복지문제, 통일·안보 두 가지 문제가 2012년 대선의 핵심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2012년 여름 정도 들어가서 시작될 것이지만 저는 이미 작년 말에 시작됐다고 본다. 여야 주자들은 복지문제와 외교안보통일 문제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입장을 강요받고 있다. 또 후보에 따라서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 먼저 입장을 정리해서 공세적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왜 이 두 가지 문제냐에 대해서 여러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도 있다. 상황의 산물일 수도 있지만 저는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필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김형준: 미국의 미시건학파에 의하면 유권자들이 어떤 경로 거쳐서 투표를 하느냐는 것은 보통 세 가지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첫째,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고 둘째, 어떤 정책에 대한 의존이며, 마지막으로 후보자에 대한 이미지나 일체감을 갖고 있느냐는 세 가지 요인으로 투표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일체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근본적으로 정당의 뿌리가 약하다. 한국에서 제1당, 제2당이라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갖다 놓고 비교해 보면 정책적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번 대선 때 각 정당별 정책을 가지고 분석해 봤더니 20개 항목 중 18개 항목이 같았다. 그 말은 정책을 기반으로 정당이 차별화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 박사께서 통일, 안보, 복지 얘기를 했는데 이게 탄력 받는 것은 87년 체제 극복과정 속에 나오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를 들고 나왔다. 이에 바로 민주당이 ‘무상 3종세트’를 내놓으면서 복지문제가 크게 대두된 것이다. 보통 선거에서 이슈나 정책은 3가지 형태가 있는데 첫째는 어떠한 정책이나 이슈가 확 올랐다가 사라지는 형태로 크게 충격을 주지만 급격히 사라지는 이슈다. 두 번째는 한번 관심 받았다 계속 올라가는 ‘크리티컬 이슈’, 즉 ‘중요 이슈’이다. 세 번째 이슈는 서서히 올라가는 ‘세속적 이슈’이다. 그런데 지금 얘기하는 복지문제는 어디에 속하겠나, 첫째는 아닐 것이고 저는 크리티컬하게 가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양극화가 굉장히 심화되면서 계속 제기될 수 있지만 일반 국민이 생각할 때 복지문제가 몰입할 수 있는 이슈냐에 아직 동의하기 어렵다. 복지 대 반복지 구도를 가면 모르지만 대부분 유력한 대권후보가 복지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지 않는다. 정책에는 합의이슈가 있고 대립이슈가 있는데 이는 합의이슈다. 복지는 다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지금 많이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통합’과 여전히 ‘경제 살리기’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이다. 실제 조사를 해보면 앞으로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될 과제로 ‘경제’, ‘복지’, ‘공정’을 많이 거론한다. 복지문제가 한국대선에서 나름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잣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한국 대선과정 속에 임펙트가 굉장히 클 것이다.

윤희웅: 복지와 통일·대북이슈는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국민의 기본적인 정서는 대북 이슈에 대해 대략적으로 무관심이었다. 북한이 핵실험하고 로켓을 발사한다고 해도 서울, 우리나라 국민 일상에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특히 김정은 3대 세습 등으로 예전에 비해 북한이슈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과거와 같이 북풍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북 이슈 자체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다음 대선에서 이 문제에 일정정도 해결능력을 가진 정치세력에 국민의 지지가 있을 것이다. 복지문제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노부모의 부양책임에 대해 과거에는 개인이라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란 응답이 2002년도에는 18.2%에서 지난해는 47.4%로 약 30%p 늘었다. 실제 우리나라 젊은 층인 20, 30, 40대층의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개인 힘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버겁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고 복지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것이 50, 60대로까지 확장될지는 의문이지만 젊은 층의 이슈로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우리나라 국민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먹고 사는 민생문제이고, 경제문제는 여전히 밑바탕에 깔릴 것이다, 실제 정책에서는 경제, 대북이슈, 복지문제 세 가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겠지만 발현되는 양태는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어떤 세력이 잘하고 대북이슈에서 안보나 평화는 누가 잘할지를 갖고 득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갖춰지지 않은 후보는 국민 시각에 일정정도 기준에 미달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복지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현실성 있고 실현 가능한 복지이슈를 누가 내놓느냐가 이번 대선과정에서 선택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김만흠: 김형준 교수께서 얘기하신 선거 선택의 변수요인에 대해 한국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차기 18대 대선에서 정책이라는 변수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지에 대해 우선 정의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예로 87년 13대 대선에서 과연 국민들은 정책을 보았겠느냐, 독재 대 민주화운동 세력으로 뽑았듯이 여러 가지 다른 기준이 작용한다. 그 이후로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를 겪어왔다. 그동안에도 정책을 강조한 경향은 계속 있어 왔다. 선관위, 일반 시민단체에서 매니페스토 등으로 정책을 선거의 선택기준으로 굉장히 계속 강조해 왔다. 이번 18대 선거가 과도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과거 진영의 유산이 계속 작용하지 않겠나, 후보가 소속돼 있는 정파, 정당,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전제로 고 박사께서 지적하신 대북관련 문제와 복지, 두 가지 이슈도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대북 관련 문제와 복지문제 역시 과거 진영의 유산 속에 대립해 있다. 복지문제는 8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아젠다로 형성돼 있으면서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동의한다. 더불어 쟁점화 됐을 때 어느 쪽에 유리하고 불리한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선에서 항상 경제가 중요했다. 87년 선거 때 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 제가 조사했던 100%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다 경제를 꼽았다. 어느 후보든 간에 경제를 인식하고 있고, 경제와 관련해 어떤 식을 접근을 할 것이냐 고민할 것이다. 18대 대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쟁점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합의된,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이슈 같은 것과 대립적이고 논쟁적인 쟁점으로 대북 관련 문제와 복지문제, 더불어 복지문제를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자면 교육문제 등을 포함한 사회정책 분야가 대선에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대체적으로 통일안보외교 문제 등 한반도 평화관리와 남북관계, 그리고 복지문제가 정책적 쟁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다만 김형준 교수의 경우 복지문제가 후보간 대립적 이슈가 아니라 합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 큰 쟁점이 될 것이냐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개별 이슈에 들어가기 전에 아까 고성국박사가 87년체제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도기적 과제란 말씀을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고성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역사적 전환기라고 생각한다. 어제 미중정상회담을 보면서 중국의 놀라운 성장모습, 명실상부한 G2국가로서 미국을 여유롭게 맞상대하는 중국의 모습을 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구질서의 끝자락이면서 새로운 질서가 막 열려지는 시대인 것 같다. 남북문제도 단순히 연평도사건이나 북풍이 미치는 수준의 영향 정도로 봐서는 안 된다 이명박의 하나의 통일정책과 10년 동안 취해왔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또 다른 통일정책, 대북전략, 대중국전략, 대미전략이 있었다. 물론 제3의 다른 전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두 개의 전략이 우리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어느 것이 더 적절한 것이냐, 정말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안보에 실효성 있는지의 고민들이 본격화된다는 의미에서 저는 통일·외교·안보정책이 내년 선거의 핵심 쟁점일 수밖에 없고, 핵심쟁점이어야 하고, 치열하게 토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문제와 관련해 김 교수님 말씀대로 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어떤 아젠다와 어떤 이슈를 먼저 세팅하는가에 따라 흐름이 만들어지는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후보도 시대흐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87년부터 지금까지의 25년은 탈권위주의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이었다. 이제 그를 넘어서서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그러한 고민은 시작은 됐으나 제대로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좌 클릭한 노무현 정부가 우회전하는 모습도 있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그나마도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됐던 기초적인 사회안전망도 상당부분 위축되거나 후퇴되는 모습도 있었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 국민이 복지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핵심이슈가 된 것이고 국민의 관심이 그런 차원에서 1회성 관심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관심이고 이에 민심을 잃은 정치권은 어떤 형태로든 대답하려 노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일종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이슈들이고 크게 봐서는 역사적 전환기, 구질서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질서를 여는 과정에서 다양한 담론과 대안의 제출이라고 성격을 부여하고 싶다.

김형준: 정책과 관련해서 선거를 이야기할 때 일부는 ‘과연 사람들은 경제와 관련된 투표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즉, ‘이코노미 보팅(Economy Voting)’이라 할 수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 앞으로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 같다는 나름대로 추상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소셜트레픽 보팅(Social Traffic Voting)’이다. 둘째 당장 호주머니에 돈이 있냐 없냐를 가지고 투표하는 ‘포켓밸류 보팅(Pocket Value Voting)’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민주화되고 유권자들이 정치참여에 적극적으로 하면서 자기 생각을 표로서 표출할 때 점진적으로 ‘포켓밸류 보팅’에 따라 투표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추상적 경제 상황보다는 자기의 개인적인 경제상황이 어떻게 됐느냐에 따라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복지 얘기할 때 항상 상수는 경제다. 복지문제를 그냥 복지로 볼 수는 없다. 경제가 잘되느냐 못되느냐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찾아보면 북한변수는 거기에 들어갈 수 있다. 북한이슈와 경제는 연결되고 외교와 경제도 연결된다. 그러나 복지와 경제가 어찌 연결되느냐에서 문제가 있다. 복지문제가 해결 안 돼서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통합이 깨져버리면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한참 복잡한 논리적 연결이다. 엄밀히 말하면 복지는 성장의 파이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다. 더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은 결국 20, 30대의 방향성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앞서 20, 30대가 나름대로 복지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는데, 거꾸로 Deviation에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지 문제로 충분히 바뀔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몫이 다른 쪽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복지는 재정과 연결된다. 이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2006년, 2010년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 우익정당이 당선됐다. 핵심은 더 이상 보편적 복지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경제 불안 상태에서 65년 동안 사민당이 만들어온 보편적 복지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도메스틱 팔러틱스(Domestic Politics)’와 ‘글로벌 팔러틱스(Global Politics)’는 이제 절대 분리될 수 없다.
Globalization은 같이 함께 간다는 것이다. 유럽 진보정당이 굉장히 강세를 보이면 대한민국에서도 진보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고, 유럽에서 보수진영이 들어오면 이쪽도 보수 가치가 강화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복지가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가 될 수 있는 가치냐? 이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복지가 복지 자체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성국: 상당히 크리티컬한 포인트를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 고민을 김대중 정부가 한 결과 나온 것이 생산적 복지다. 우리 국민이 경제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있고 복지가 당위적 요구이건 현실적 요구이건 간에 이 부분에 대한 진전도 있어야 한다면 이 두 가지를 어쨌든 조화롭게 결합시키는 의미에서의 균형성장론, 균형복지론에 대한 고민은 진작부터 있었다. 민주당에서 김대중 같은 지도자가 있다면 지금 이런 식의 무상시리즈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당내에서도 지금 너무 성급하게 이슈 파이팅을 먼저 하는 바람에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역으로 보면 박근혜의 ‘생활주기형 맞춤형 복지론’은 그런 의미에서 성장과 분배 또는 성장과 복지, 경제와 복지에 대한 나름의 해법인 것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박근혜가 직접 하는 말이 ‘보편적·선별적 복지 식의 이념적 논쟁은 웃기는 얘기다. 국민한테 실제로 도움되는 것이 무엇인가가 자기에게 관심이다’라고 치고 나갔다. 저는 김대중의 ‘생산적 복지론’이나 박근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론’은 민주당 식의 ‘무상시리즈’로도 깰 수 없고 오세훈 시장의 ‘복지 포플리즘’ 식의 이념적 공세로도 깨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는다. ‘생산적 복지’는 이미 김대중 브랜드였고, 지금 박근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유일하게 양쪽을 다 갖추고 있고 어느 쪽의 공격으로부터도 방어력을 갖고 있는 브랜드로 일단 보인다. 여기에 맞상대할 수 있는 내용을 갖춰서 내지 않으면 야당의 복지아젠다 선점, 이슈선점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만흠: 경제가 항상 중요한 쟁점이었다. 특히 지난 2007년 경제를 화두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진실인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 있다. 조사 결과 뭘 보고 찍었는지와 실제는 정말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항상 얘기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책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분석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2007년 경제가 화두라니까 이명박 진영에서는 ‘성장+일자리’였고, 경제는 벗어날 수 없으니 정동영 측에서는 ‘평화중심 경제’를 이야기했고 문국현 측은 ‘사람중심 경제’를 이야기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평화중심 경제’나 ‘사람중심 경제’가 먹혀들지 않아서라기보다는 혹시 노무현 등 다른 쟁점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별로 영양가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지. 이와 더불어 역시 경제가 중요쟁점이 된다고 하지만 누구나 공유하는 쟁점이기 때문에 뭔가 대립적이고 논쟁적인 또 다른 경제가 있을 수 었겠는가, 이를 어느 정당이나 세력이 꺼낼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현재 불확실해 보인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둘째, 대북쟁점은 북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와 관련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번 치열하게 고민해보고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고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하나의 돌발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선이 오기 전에 남한 정부나 북한 정권에서 갑자기 화해정책을 취하는 돌발변수를 배제할 수 없는 문제다. 현 상황을 미국과 중국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든 북이든 새로운 돌발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고 박사의 복지담론과 관련해 민주당이 전당대회 때 보편적 복지 주장할 때부터 겉멋 부리는 것이라고 봤다. 학자들이 얘기해도 사실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인데 겉멋부리는 것이다. 특히 당시로서 정동영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측에 지원을 받으면서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했었는데 공감이 갈 것인지, 저는 정말 진정성 느껴지지 않았지만 여하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담론으로서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 갈 것인지에 대해서 실용적으로 뭔가 조정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질질 끌고 미루기에는 시간이 없다.

김형준: <폴리피플> 16호 좌담회에서 이념과 관련한 토론을 했는데, 상식적으로 왜 민주당이 중도개혁을 포기하고 보편적 복지를 들고 나왔겠나, 왜 박근혜 전 대표는 ‘생애주기형 맞춤형 복지’를 들고 나온 것인지를 이념 스펙트럼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이렇게 해석한다. 그동안 주관적, 이념적인 분포가 보면 90년대 초에는 진보, 중도, 보수가 4:2:4의 포지션을 갖고 있었는데, 진보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이념지형의 변화가 오면서 3:4:3의 구도로 바뀌었다. 이는 중도가 두터워졌다는 얘기다. 40%를 차지하는 중도는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겠나. 결국 대한민국 선거는 중도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됐다고 본다. 2006, 2007, 2008년 3번의 선거에서 중도가 보수를 선택한 것이다. 보수가 강화돼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중도가 보수를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서 그러한 기본적인 패턴에 변화가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 2년을 치르면서 오히려 저는 중도가 진보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윤 위원께서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다. 중도의 진보화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중도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진보적 가치를 통해서 중도를 잡는 새로운 실험에 들어온 것이다. 지난 2007년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패배한 요인을 두 가지를 따진다면, 첫째 외연을 확대하는 데 실패하면서 중도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뼈아픈 요인이 있고, 둘째 너무 늦게 대선 관련 행보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작년에 공청회도 하고 연구원도 발족시켰다. 중도를 진보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방법이 ‘맞춤형복지’인 것이다. 그런 가설로 본다면, 지금 얘기하는 보편적 복지가 아주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민주당 입장에서 봤을 때 그 방향성이 옳을 수는 있지만 방법이 서툴다는 것이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은 여러 실증적 근거를 통해서 확인됐다. 특히 30대 초반~40대 여성 주부들이 무상급식 때문에 투표했다는 것이 굉장히 강하게 잡히고 있다. 민주당이 복지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를 ‘인물’로서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가 없다. 즉 이 인물을 초기단계에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정책’밖에 없다. 지금이 강력한 진보가치인 복지를 통해서 인물을 정책으로 막으려는 1단계인 것이다. 두 번째, 이러한 복지를 통해서 일단 진보에 연대를 가져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를 하지 않으면 민노당을 포함해 진보신당 등 진보세력을 무엇으로 묶을 수 있겠나.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진보는 진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저는 민주당의 방법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고육지책이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루는 방법이 너무나 투박하고 서투르다.

윤희웅: 여론조사상 선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정책이 60%를 차지한다. 그러나 선거는 정당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유권자는 후보자 또는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한다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김 교수님은 서구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정당일체감에 의한 투표 영향이 낮은 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투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정당일체감이다. 과거에는 3김 등 ‘인물’과 ‘정당’이 대선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쳤고 2012년 대선에서도 그런 요인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 전망되지만 ‘정책요인’에 의한 선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일정부분 나타났다. 무상급식은 이전에 나타나지 않던 일종의 정책 아젠다로, 현 정권 들어 야권이 처음 실질적으로 정책주도권을 가진 이슈였다. 이 이슈를 놓고 사실 ‘무상급식 선거’가 이루어졌다. 지난 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선거에서 정책적 특성을 가진 최초의 선거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지난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다음 대선에서도 복지이슈 등 과연 어느 후보가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좌우되는 ‘정책선거’가 될 가능성 높다. 87년 선거가 한국의 지역정당체계를 공고화시키는 특성을 보였다면, 약간 과도한 전망일 수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 경험으로 판단컨대 다음 대선에서 ‘정책’으로 일정부분 유권자들의 표를 가늠시킬 수 있는 특성이 나타날 것이라 전망한다. 이념성향과 관련해, 왜 폭넓어진 중도 성향층들이 진보적인 특성을 보이느냐, 민주당의 손 대표가 자신의 지지기반과 달리 좌클릭을 하고 있느냐는 퍼즐이 하나 있다. 중도 성향층은 중도 자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정치행태를 추구하는 양극단에 대한 강한 거부감 가진 층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가치지향성은 쉽게 변한다. 이들은 집권하고 있는 정치세력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신의 이념성향을 조정하는 프로세서가 작동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부터 이미 참여정부 지지기반이 무너지긴 했는데 그때 보수·진보가 비슷해졌다가 보수성향층 비율이 높아졌다. 진보란 보수보다 국민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거의 비슷해졌다가 보수성향이 많아지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이것이 일정부분 지속되다가 중반기 지나면서 진보성향층 비율이 상당부분 높아진다. 김 교수님 말씀대로 3:4:3 비율이 나왔지만 중도성향층 내에서도 성향을 물어보면 진보에 가깝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10%p 가량 높게 나타났다. 30% 가량은 지지정당이 없다고 한다. 이들 중 70%가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진보성향층이 많아졌다는 말이 맞다. 최근 안보정국에서 다소 조정된 측면은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고, 무당파나 중도성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중 진보성향층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성국: 분석 틀과 결론이 다른 듯하다. 윤 위원님 말씀하신 분석을 다시 보면, 이명박이 대통령 될 때 중간층이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반노표가 늘어난 것이다. 지금은 반MB표가 늘어난 것이다. 이념스펙트럼을 가지고 조사하면 반MB니까 상대적으로 진보 쪽에 동그라미를 더 많이 칠 것이고, 예전에는 반노무현이니까 보수 쪽에 동그라미 더 쳐서 중간층의 성향이 보수화됐다, 진보화됐다고 보일 뿐이지, 저는 실제로 그들이 그렇게 이념상 유의미한 이동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지 반노, 반MB라고 본다. 그렇게 봐야 제대로 풀린다. 반MB를 진보화라고 해석하면 그 표를 잡아야 하니까 민주당도 진보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MB로만 보면 진보화될 이유가 없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 민주당이 후보들 전부 반MB를 진보라고 오해하는 바람에 전부 거기에 맞추느라 다 진보정책 내서 당을 훨씬 좌쪽으로 가도록 만들어놨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간표를 공략해야 하니까 대표는 손학규를 뽑아놓아서 선거전략과 대표구성을 완전히 따로 놀게 만들었다. 손학규는 중간표, 600만표 갖고 오겠다고 해서 당선됐는데, 당은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훨씬 왼쪽으로 가버렸다. 손대표가 혼자 왕따 당할까 봐 자꾸 좌로 돌아서게 만드는 이런 잘못을 범하면서 전대 직후 임펙트까지 까먹어버렸다. 중간층의 보수화냐 중간층의 진보화냐라고 규정하는 것과 반노무현, 반MB라고 규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략구조다. 윤 위원이 6.2선거는 최초의 ‘정책적 선거’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그것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김상곤 교육감은 6.2선거 있기 1년 전에 이미 뽑힌 사람이다. 그때는 임기가 짧았고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는데 진보적이라서 들고 나온 것이 아니다. 김상곤 교육감의 성정으로 봐서 정말 진정성 있게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를 진보컬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들고 나온 것인데 중앙정부와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도의회, 김문수 지사로부터 집중공격 받았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피해자가 된 김상곤 교육감은 많은 반MB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생자이자 영웅이 됐다. 그 당시 김상곤의 무상급식을 갖고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논쟁도 없었다. 선거로 가면서 아이들한테 밥 주자는 것인데 그것을 저렇게 초토화시키냐, 김상곤 불쌍해서 안 되겠다고 간 것이다. 처음부터 커질 필요가 없는 무상급식 이슈가 그 과정에서 커진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받아버리니까 마치 무상급식이 굉장한 이슈처럼 된 것인데, 당장 곽노현 교육감도 서울시교육감선거 할 때 공약 중 하나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무상급식이 주요한 이슈는 아니었다. 오세훈이 지금 무상급식을 갖고 자기 이슈화 만들고 있는데, 이슈화로 만드니까 이슈화되는 것이고 민주당이 무상시리즈를 가지고 나와서 이슈화 되니까 되는 것이지, 제대로 된 정책선거로 또는 이념적 선거로 우리 선거의 질이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윤희웅: 동의한다. 어쨌든 정책은 우리나라 정당이 제시하는 것이다. 정당이 여론을 수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과 계급균열을 실제 반영하지 못하고 민의를 수렴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이 정책을 내세우는 데 있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정치를 보면 정책의 발전, 개선, 무수한 정책이 나오는 과정들은 정당 스스로의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 의해서 정책들이 나아지고 다듬어지고 가다듬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에서 정당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선거, 특히 대선은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고 박사님의 말씀은 의미가 있지만, 이슈화가 됐기 때문에 이슈를 만들었다고 하면 모든 논리가 그렇게 귀결될 수 있다. 현상은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선거 과정에서 이슈화 된 것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나타난 현상은 가볍게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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