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헌논의, 현행 헌법 가치를 폄훼하는 행위”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특임장관은 현행헌법이나 제대로 읽어봐라”

1987년 6.29이후 헌법개정안을 국회에서 마련할 당시 제1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의 정책위의장 겸 당내 개헌특위 간사였던 박찬종 전 의원의 말이다.

박 전 의원은 28일 <폴리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이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직계의 개헌 움직임과 관련 “무분별한 개헌논의는 87년 6월 항쟁의 결과, 민권의 승리로 쟁취된 현행 헌법의 가치를 폄훼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현행 헌법은 엄격한 3권 분립, 정당의 민주적 운영과 상향식 공천, 국회의원의 자율권 보장, 대통령 헌법수호 책임,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국민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환경권, 평화통일지향, 지역이념계층을 초월한 통합 등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의 이런 개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로 헌법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대통령 권력 집중현상과 국회에서의 여야 격돌파행 사태가 지속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것은 현행 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사태”라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혼란을 현행 헌법 탓에 돌리는 것은 그들이 헌법수호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데서 비롯된 것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끝내 개헌론으로 혼란을 부추기면 국민이 현행 헌법수호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의 개헌 추진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말하는 양성평등과 기본권 보장은 현 헌법에서 충분히 규정되어 있고,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조약도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선거구와 행정구역개편은 헌법사항이 아닌 법률로 규정될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의 개헌 필요성은 현행 헌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은 개정한 지 24년 된 현행 헌법이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 즉 기후변화 협약, 양성평등, 기본권 조항 등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고 선거구와 행정구역 개편도 단행해야 하며 그런 필요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이 장관의 ‘청렴공정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한 개헌’에 대해서도 “이 장관이 말하는 청렴공정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개헌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현행 헌법은 공직자의 직무의 청렴성,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장관의 말은 터무니없는 말로 들린다. 개헌과 무관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대통령 집중된 권력 완화키 위한 개헌? 현행 헌법만 잘 지키면 된다”

박 전 의원은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현재 대통령 권력이 강대하게 된 것은 헌법조문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결과이다. 헌법 46조는 3권 분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 국회의원은 당적을 초월하여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 견제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율권이 말살, 훼손되어서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정부를 제대로 비판, 견제하지 않음으로써 대통령 권력이 강대해진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완화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헌법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의원 다수가 대통령 눈치를 보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스스로 국회의원이 자율권을 포기한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헌법8조에 정당의 공천은 민주적, 상향식으로 하도록 되어있는데 대통령과 실세들이 밀실에서 공천을 결정함으로써 다음 공천을 위해서도 대통령과 실세들의 눈치를 국회의원들이 볼 수밖에 없도록 된 현실이 결과적으로 대통령 권력을 강대하게 만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박 전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모든 정치혼란을 극복해주는 대안인 것처럼 일부 개헌론자들이 말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4년 중임제는 절대로 채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그 이유로 “정당이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지극히 미미하여 패거리정당에 불과한데 4년 중임제를 채택하면 처음 당선되는 순간에 8년 집권을 위해서 정경유착, 부패, 온갖 부정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정치현실”이라며 “4년 중임론자들은 ‘5년 단임제 아래서는 대통령의 치적을 평가할 수가 없지 않느냐’를 이유로 들고 있는데 중임제를 채택했을 때 두 번째 4년 임기에 대한 평가는 어떤 방법으로 하겠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대통령 중임제가 부패를 심화시키고 타락시킬 따름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각제로의 개헌에 대해서도 “내각제는 정당끼리 정권교체를 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지역주의의 바탕을 둔 선거전문 정당들이 정권을 주고받고 하면 지역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부패를 가속화시킨다. 절대 될 수 없다. 이원집정부제도 내각제와 마찬가지 폐단이 있다”고 일축했다.

박 전 의원은 “아무리 좋은 헌법을 만들어놓아도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헌법도 활자화된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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