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폭격 도발 이후 온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서해상에 집중되고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남북문제 전문가를 모시고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12월 17일 개최된 좌담회에는 통일연구원의 조민 선임 연구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이승환 집행위원장,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참석했으며 본지 이명식 편집주간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연평도 도발 사태에 대한 분석, 북한 내부의 실상, 동북아 정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 그리고 남북문제가 향후 우리 정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을 전개했다. 이 좌담회의 내용은 폴리피플 18호(신년호)에도 개제될 예정이다.

사회: 분단 이후 남북관계가 한국정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7, 80년대까지도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적대적 공생관계’, 남북한이 분단상황을 이용해 각자의 체제를 유지, 강화시켰고, 남한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남북문제가 경색되면 심리적으로 피해의식이 자동으로 발동된다. 이 정부 들어 또 이러한 현상이 왔고, 지난 10년 정도 남북관게의 진전이 후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보와 보수 정권을 경험한 상태에서 지금 맞고 있는 군사적 초긴장상태가 이후 한국정치와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또 이 문제와 관련해서 앞으로 선거에서 국민이 원하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이택수: 남북관계와 선거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 때는 김신조가 실패했던 124특수부대원 사건도 있었고 , 68년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등으로 3선개헌 저지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 때는 1983년 소련 KAL기 폭파사건, 북한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재야인사들과 학생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킨 적이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87년도 김현희의 KAL기 폭파사건 때문에 북풍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맞기도 했었다. 그러나 YS 때부터는 북풍을 활용하려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던 적이 많았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그랬다. 또 경우는 다르지만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박빙 승부를 벌이다가 이명박 후보에게 밀리는 상황이 초래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북풍의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 당시의 정설이다. 손학규 대표 역시 당시 백일 민심대장정 한 후 10월9일 대규모 행사를 하려다가 때마침 10월 9일 사태가 터지면서 북한과 악연이 있었다.

북풍을 놓고 보자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명박 후보가 큰 혜택을 받았다. 본인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군면제자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강경대응 할 수 있는 후보로 비친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대북포용정책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핵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국민들이 강경대응으로 기울면서 박근혜보다는 이명박을 선택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연평도 사건에서도 나타났지만 북에 유화정책보다는 강경정책을 원하는 국민들이 늘어난 실정이다.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서 2012년에는 군면제자들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단편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책과 관련해서 성장보다는 복지에 무게감이 실릴 것이다. 그런데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국민들에게 불안한 심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누가 되었던 강경대응보다는 합리적 대화로 문제를 풀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높을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선주자로 강경대응보다는 물밑대화를 할 수 있는 평화기조의 정책을 요구할 것이라 예측한다. 야당은 당연히 햇볕정책,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차기정부를 꾸려갈 대선주자들의 앞으로 화두로 삼을 것들 중 복지문제와 평화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 개인적 소견으로 북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받을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지만, 박근혜 전 대표나 이재오 장관 등 정상회담보다는 특사의 가능성이 그래도 있어 보인다. 박 전 대표나 또 다른 인사가 제3의 장소나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이벤트를 도모할 것이고, 남한정부 한나라당 내에서도 대응할 가능성 있다고 본다. 차기대선 과정에서 북한 문제는 결론적으로 대화국면을 도모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 본다.

이승환: 분단체제가 우리 한국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이론화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인문학자인 백낙청 교수가 이론화를 주창했다. 이러한 요구에 맞춰 학계에서도 분단체제론 내지 분단체제와 국내정치 등 학과 과목도 개설됐다.

결국 분단체제가 한국정치에서는 굉장히 유리한 양면게임을 할 수 있게 해왔고, 남북간 적대적 공생 속에 치받으면서 한반도와 관련된 국익이나 민족적 이해관계가 강대국에 의해서 좌지우지된 것이 분단체제의 본질이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분단체제는 점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천안함을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연평도 사건으로 상체까지 물 위로 드러났다고 비유하겠다. 북한의 경우 상식적으로 다 아는 얘기니까 뺀다 하더라도 남한에서 미치는 영향들 역시 당연한 귀결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남북관계의 기본적인 성격을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 시절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라서 평가한다면 입문단계로 평가 가능하리라 본다. 남북이 상호공존에 대한 합의를 한 것이고 그 합의에 대해서 상대에 대한 불신도 남아있지만 큰 틀에서 믿을 만하다는 정도가 형성됐다. 제도화 수준에서 미미했고 초보적이지만 어쨌든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연합의 입문 단계 정도로 의미부여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입문단계에 서 있던 남북관계가 불안정한 대립관계, 그것도 군사적 대립관계로 후퇴했다.

남과 북 사이에 국가적 프레임, 각자의 국익과 현실적 힘의 논리가 추구되면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특징이다. 국가권력이 일방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일정하게는 위협과 관련한 문민적 제어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민사회의 약화라는 것이 그렇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국민들에게 전반적으로 대북 적대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명백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국민들의 대북의식이 현저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은 단편적인 여론조사가 아닌 누적된 결과들에서도 명백히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은 소위 우파시민사회의 확대로도 연결된다. 우파시민사회가 확대되고 발전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특수한 의미가 있다. 원래 우파의 기본적 이데올로기가 자유주의인데, 한국은 반공 군사독재라는 틀 위에서 우파의 기반이 형성됐다. 오히려 민주화세력이 자유주의 토대 위에 서 왔다. 이후 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민주화 세력이 급진화되면서 현재 우파들이 자유주의를 가져가는 상황이 됐다.

사실 자유주의는 상당히 진보적인 것까지 포용하기 때문에 진보적 자유주의는 그런 점에서 흔히 좌파들과 친화력 있는 것으로 얘기되는데, 한국의 우파는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적인 감수성이 대단히 약하고 현실에서 자유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는 정치세력에 대해 굉장히 적대적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정상적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우파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은 분단체제에서 적대적 관계가 확대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연평도 사건 이후 이와 같은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러나 한국사회의 장래를 위해 우려스럽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북핵문제의 경우, 북이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선군과 핵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철저한 힘의 비대칭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인데 남쪽의 시민사회에서 그런 논리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시원하게 해답 내려줄 수 있는 정치인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할 때 국민들에게 일정한 지지를 받았던 것은, 아까 조 민 박사가 갑을관계를 말씀하셨지만, 남북관계의 룰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는 주고도 제대로 인사도 못 받고 퍼주기만 하고 질질 끌려다녔다는 식의 논리들이 국민들에게 먹혀던 것이다. 말하자면 남북관계에서 룰을 변화시켜서 당당하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것이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게임의 규칙과 운영의 룰을 바꾸는 수준에서 문제를 접근한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를 바꾸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강경대응이 과거 실패한 YS정부의 대북정책, 초기 부시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가거나 훨씬 더 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룰의 합리적 개선과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대북정책에서 이런 기조를 국민들 마음에 와 닿는 정책으로 제시하는 정치인이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 있어서 전쟁이냐 평화냐는 프레임으로 국면이 흘러간다면 강경입장이 설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자신의 입장을 분식할 가능성이 높아 국민들이 보기에 차별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민: 북한체제는 인류사의 흐름을 거역하는 체제이다. 금번 3대 후계세습은 문명사회에 대한 조롱이자, 조선(한)민족에 대한 모욕이다. 이러한 인식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추진하는 것은 북한이 올바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진보 진영은 북한의 모습에 대해 분명히 틀렸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체제가 틀렸고 부당하지만 우리가 비난하고 외면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민주진보의 진영의 많은 분들은 북한체제에 대해 일체 비판을 거부하고 있다. 사실이 이렇다면 이 분들이 주장하는 대북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지난 정부는 경협과 돈이 아니라 ‘정신’을 북한 쪽에 퍼줬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누가 북한의 저 행태를 무작정 관용하는 입장을 지지하고 따라가겠나?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지식인, 민주진보 진영은 북한을 비판하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다.
물론 북한을 비난만하고 상대하지 않고 외면한다고 해서 풀릴 일은 하나도 없다. 북한체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판단 위에서 민족 미래를 내다보고 대북경협을 추진하고 인도적 지원도 지속해야 한다.

우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과거와 달리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새우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적어도 상어나 돌고래 정도는 됐다. 한․미 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존중해 주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컸고 경제적 여력도 있고 동맹국으로서 부담도 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우리가 여태까지 가져온 변방국 의식이나 소국의식 또는 세계사적 객체로서의 피해의식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 핵문제, 동북아의 평화와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객관적 정세인식을 토대로 주도권을 행사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 남북관계 후 북미관계’를 주장해왔고 ‘통미봉남’을 우려해왔다. 즉, 북한이 워싱턴을 반드시 서울을 둘러가라는 입장이었고, 미국도 우리의 입장에 동의해왔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생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워싱턴과 평양이 직접 양자협상을 하면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우리가 먼저 워싱턴이 평양과 직접 관계개선을 추진해보도록 권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선 북미관계 후 남북관계’로 바꿔 접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한다고 미국이 우리를 배제하고 마음대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 상황이 아니다. 한반도 문제의 미래에 대해 미국은 우리와 충분히 얘기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고, 그만큼 우리도 경제적으로나 국제적 위상 차원에서나 달라졌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핵문제, 남북관계, 북미관계 전체를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10년 전 발상이나 접근방식을 바꿔도 된다, 아무도 우리를 배제하고 못 간다. 따라서 인식 전환을 하면 한반도 문제의 새로운 해법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비핵화와 경협을 선후 문제로 보아 비핵화 없이 남북관계 없다는 논리에서 한 발짝 물러설 필요도 있다. 내년 봄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와 협상 국면이 회복되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끄는 남북경협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 행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정부가 출범 초기 ‘비핵․개방․3000’을 이야기할 때 비핵화는 양보할 수없는 원칙론으로 생각했다. 비핵화는 그야말로 선결과제이다. 그런데 비핵화는 국제공조를 통해 접근하는 과제라면, 우리 정부는 북한 개방전략에 포커스를 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 개방의 전략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이 거의 나타나 보이지 않았다. 남은 2년 이명박 대통령께서 2007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기대를 모았던 개방전략의 실용적인 생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사실 남북관계를 트는 것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부의 역할이고 진보적인 정부가 하기 쉽다. 서독의 브란트 사민당 정부가 동서독 관계를 텄다. 이를 계속 비난했던 콜 정부도 결국 그런 기조를 따랐다. 보수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아무도 딴지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정부였기 때문에 대북 접근이 가능했고 남북한 화해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고 본다. 이후 ‘색깔론적인’ 의혹을 받지 않는 보수정부가 들어설 경우 보다 더 적극적이고 대대적으로 민족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발목 잡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대했고 그러한 방향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었다.

이 정부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고, 역사적 시행착오로 지체되는 ‘민족 시간’이 초조하기만 하다. 김대중 정부에서 한계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 가닥을 잡았는데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는 분단구조의 아킬레스건인 이념적 의혹을 해소시켜 가면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노무현 정부 5년, 여기에다 금번 정부 5년이 좌왕우왕, 좌충우돌의 10년이 된다면, 우리 민족사에서 10년의 시간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다음 2012년 우리의 역사적 선택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지금부터 논의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오늘 좌담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사회: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 전쟁의 공포가 다시 돌아왔다. 한나라당에서도 전쟁세력으로 찍히면 대선 때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실제 분위기는 전쟁을 두려워하면 평화도 없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 대선을 생각하면 본인들도 갑갑할 것이다. 전쟁세력으로 규정당하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을 텐데 실제 대선 때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이승환: 국민들의 판단과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 굉장히 안이하게 보고 있다. 천안함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가 책임이 있느냐는 여론조사를 말씀드렸는데, 북에 대한 국민들의 전반적인 적대의식과 비판의식이 유례없이 상승하는 것이 곧바로 보수정권, 보수당 지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 문제와 상관없이 현재 대북강경일변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쌓여왔고 선거가 1년 반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이 일정한 변화를 꽤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을 일정 부분 녹여내지 못하면, 한나라당 선거후보로 누가 나올지는 몰라도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2007년 선거는 모든 문제가 경제였고, 경제와 관련해서 성장이데올로기가 다른 어떤 얘기라 하더라도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오로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음 정부는 현 정부의 성장 중심 정책들로 인해 국민의 복지에 대한 관심을 높여놓았다. 이는 재보궐선거,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무상급식으로 현실화돼왔다. 결국 평화와 복지가 다음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압도적 다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에서 긴장을 격화시키면서 당면한 문제를 쉽게 쉽게 풀어가고 정국 주도권을 잘 가져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상황으로 인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어려운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민: 대선의 핵심적 변수는 복지, 일자리, 교육 문제에 있다고 여겨진다. 이 문제들이 핵심적인 아젠다가 될 것이다.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비전 제시로 표를 끌어 모으기보다는 자칫 ‘전쟁세력’ 또는 ‘반평화 세력’으로 몰릴 경우 매우 곤란해진다. 특히, 보수 캠프에서는 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안보, 평화, 통일 문제는 상대방을 흠집내는 네거티브 팩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캠프의 경우 항상 평화, 민주, 개혁을 선점하고 있는데 이를 선점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보수 캠프 쪽에서는 ‘전쟁 세력’으로 규정당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의 기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 대선후보 중에서 박근혜가 유일하게 김정일을 만났다는 것이 상당한 플러스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승환: 김정일 위원장과 접견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취급해서 접견자라고 하고, 접견자와 비접견자는 대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남쪽에서 김정일을 접견했던 소위 접견자들 중 북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욕한 사람 한 사람도 없다. 유일한 사람이 박근혜다. 박근혜에 대해서는 북이 무지하게 고민 많이 했고, 왜저런 식으로 반북적 발언을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 북이 대놓고 욕하기 시작했다.

북의 경우 박근혜가 접견자이기 때문에 북한 측면에서 갖는 기대는 없어졌다고 본다. 박근혜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보수꼴통 이미지가 아닌 나름대로 남북관계에 있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밀한 검토를 통해서 합리적인 대북정책을 세우고 나온다면 북의 반응과 상관없이 남한에서 일정하게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사회: 마지막으로 내년 상반기 즈음에 중미관계 변화 속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그러면 평화니 복지니 이런 이슈들이 대선에서 크게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조민: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기대치를 낮추어야 하며, 그 자체가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되기는 힘들다.

이승환: 정상회담은 시점을 놓쳤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최소한 정상회담을 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이명박 정부가 어떤 면에서 일정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이제 1년 남았는데 그 상황에서 만약 정상회담을 한다면 주도권이 북의 김정일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그럴 경우 이 정부가 북에 줘야할 것도 상당할 텐데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만약 그렇게 할 경우 역풍이 더 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연평도 사건을 일으킨 북의 입장은 이명박 정부와 향후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판단과 선택이 명백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어쨌든 대선과 연결시켜서 표를 벌어보려는 시도를 한나라당이 실제 한다면 훨씬 더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상회담 때문에 평화와 남북관계 이슈가 절대로 슬그머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 오랜 시간 진지하게 토론에임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연평도 사건은 우발적인 것이 아닌 북한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도발이라는 분석이었다. 특히 동북아에 위기를 조성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는 속셈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지만 이미 시장기능이 일정하게 작동하고 있고 권력 승계과정도 진행 중이어서 일부에서 거론하는 북한 붕괴론은 근거 없는 분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명분에 집착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기회를 잃었다는 것과 앞으로 미중관계가 변화될 경우 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지금이라도 북한 개방을 위해 적극적인 모색을 할 필요가 있고 선 비핵화나 선 남북관계 등의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정치 특히 다가올 총선 대선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당장은 북한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높을 수 있지만 향후 정책과 관련해서는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나 평화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고 이런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긴장 상태로 인해 전쟁이냐 평화냐는 문제가 대두될 경우 반평화세력 내지는 전쟁세력으로 몰릴 경우 선거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이 되었다.

이상으로 토론을 마무리하겠다. 거듭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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