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폭격 도발 이후 온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 서해상에 집중되고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남북문제 전문가를 모시고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12월 17일 개최된 좌담회에는 통일연구원의 조민 선임 연구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이승환 집행위원장,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참석했으며 본지 이명식 편집주간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연평도 도발 사태에 대한 분석, 북한 내부의 실상, 동북아 정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 그리고 남북문제가 향후 우리 정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을 전개했다. 이 좌담회의 내용은 폴리피플 18호(신년호)에도 개제될 예정이다.

사회: 북의 내부 상황, 북한의 일련의 행동의 배경이 되는 북의 실정이라 할 심각한 경제난, 권력 승계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짚어보아야 한다. 아울러 소위 북한 붕괴론 등을 보수층에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고 대통령께서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북의 상황과 이에 대한 남한의 인식 등을 짚어 달라.

조민: 북한 김정일 시대 15년이 지나고 있다. 김정일 시대 와서는 사회주의경제의 특징인 동원경제가 거의 마비됐다. 동원경제는 국가자원, 즉 물자동원뿐만 아니라 노동력까지 동원하는 계획경제체제로 거의 작동불능 상태였는데, 최근 전력과 석탄 등 에너지 부문에서 아주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 회복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와 달리 주민 생활은 배급체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시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대략 300~350여 곳의 종합시장이 당국의 통제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고 하는데, 국가 주도의 배급체제는 와해되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식량과 일상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시장이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은 생산 메커니즘과 무관하고 유통부문에서의 시장화로 생필품의 80%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오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세습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정권 이양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개 서방사회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정권이양 과정을 매우 불안정한 과정으로 바라본다. 선거체제도 아니고 정치엘리트의 교체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권력이양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자체를 정치 불안으로 해석하는데, 이러한 일반론에도 한계는 있다.

중국의 경우 모택동 사후 등소평의 집권까지 서방에서는 중국 국내정치를 무척 불안하게 바라보았지만, 약간의 불협화음은 있었으나 권력이양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소련의 경우도 브레즈네프 사후 85년 3월 고르바초프 등장까지 약 2년 반 동안 서방에서는 굉장히 불안하게 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름대로 권력이양 메커니즘과 프로세스가 있었다. 이처럼 서방이 사회주의체제의 권력이양 과정을 과도하게 불안정한 모습으로만 바라본 것도 문제라 하겠다.

그런 사회주의정권의 일반적인 권력이양 과정에 비해 북한이 한층 더 불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사회경제적인 토대가 상당히 망가진 상태에다 정권의 대민 주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세습권력이양의 안정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심과 의혹을 가지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이양기에 김정일의 유고 시, 북한체제는 곧 붕괴될 수밖에 없다거나 적어도 2년 이내에 붕괴된다는 주장이 국내외적으로 많은데 이는 지나친 망상이고 ‘희망 사항’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이승환: 북의 상황과 관련해서, 최근 있었던 4차 당대표자회의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남측 시각에서는 당대표자회의에서 후계가 설정되고, 앞으로 승계 과정에 들어간 김정은 이 이후 어떻게 될지 여러 가지로 걱정된다는 기조다.

일단 북 내부의 정황을 보면, 이러저러한 내부의 이견, 문제들, 이를테면 남에서는 장성택 섭정론 등 여러 가설이 흘러나왔는데, 이는 4차 당대표자회의를 통해서 정리가 됐다고 봐야 한다. 북 내부에 일정한 프렉션이 형성되는 징후는 틀림없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어쨌든 상당부분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문제는 경제다.

북한 경제 시스템의 본질은, 시장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에 명백히 들어가 있다.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시장은 생산적인 것이 아니라 유통시장이 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의 북한 경제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내부 생산을 가지고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닌 펌프와 같은 시스템이다. 외부에서 물을 붓고 그것을 다시 퍼서 먹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지금까지 유지된 것도 많은 사람들이 경이롭게 생각할 정도이다. 어쨌든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일정하게 중국이 북의 어려움을 대신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문제는,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정치․경제 전체를 포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능력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고, 지금 김정일 정권이 가지고 있는 국가능력은 많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체제를 유지해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이택수: 남북관계와 세습에 관련한 여론을 잠깐 소개하면, 연평도 사건 터지기 전 북한 3대 세습과 관련해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 입장차이가 있었다. 당시 저희 조사에서 북한세습을 반대하는 입장이 60%이고,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24.3%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북한세습에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다. 33.9%가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20대 27.2%, 그 다음이 40대였다.

연평도 사건 이후 국민일보의 통일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지금처럼 교류협력하면서 공존상태로 갈 것인지 통일해야 할 것인지,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략 40%로 나타났는데, 흥미로운 점은 40대가 가장 통일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40대는 가정을 이끌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지향하는 동시에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인지 통일에 대한 의견이 가장 유보적이었다. 20대와 60대 이상 노년층은 통일에 상대적으로 열린 입장을 보였다.

또, 김정은 세습이 이어질 경우 북한 정권이 과연 잘 유지될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56.5%가 북한의 권력세습은 실패할 것이라고 답했고, 34% 정도만 안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세습에는 반대하면서 세습 체제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입장이다. 통일에 대한 당위론보다 현 체제 하에 공존을 원하는 수치가 높았다.

조민: 김정일 체제 15년을 2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기인 2000년대 초반까지 자연적으로 나타난 시장, 즉 ‘아래로부터 시장’을 묵인했고 또는 시장과 타협을 통해서 체제를 유지해 가려 했다면, 제2기라 할 수 있는 2005년 무렵부터 시장이 확대되고 체제에 위협이 되니까 시장을 통제해왔다. 그에 따라 2005년 하반기부터는 체제가 다시 보수화 경향을 띠면서 시장을 통제하고자 하는 세력이 당 요직을 차지했다. 결정적으로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으로 시장 세력에 대한 배제, 말살을 기도했지만 채 보름도 못 되어서 손들었다.

이처럼 김정일 통치 후반기를 본다면 체제가 여력이 있을 때마다 시장을 통제하려 들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 했다. 그런 면에서 김정일 체제 후반기는 체제와 시장 간의 갈등, ‘체제와 시장과의 전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주민생활 측면에서는 장바구니와 이를 단속하는 완장과의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개 북한체제 붕괴론은 붕괴의 개념, 조건 등에서 명확한 이론적 틀이 없다. 일반적으로 군부세력끼리 쿠데타로 유혈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민중폭동으로 주민이 대량 이탈하는 상태에서 국가가 질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없는 상황, 국가가 주민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붕괴상황이라고 말한다.

내가 시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에는 지금 국가가 없어도 시장을 통해 대다수 주민이 살아가기 때문에 ‘95~’97년처럼 대량 아사상태가 발생하거나 식량을 얻기 위해 강을 넘어 중국으로 가야할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과거 국가배급체제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아무런 대안이 없었다. 그래서 굶어죽느냐 강을 넘느냐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비록 수준이지만 시장에 의해 최소한의 생존이 해결되고 있다. 따라서 대량 탈북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 우리가 베트남 보트피플을 말하는데, 베트남은 1975년 4월 통일이 되었는데, ‘79년 캄보디아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했다. 이 전쟁 와중에 베트남 당국이 중국과 연계된 사이공의 화인과 화교를 밀어냈고 이들이 바다를 떠도는 보트 피플이 됐다. 그런데 북한은 붕괴 상황이 오더라도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보트피플이 나올 이유가 없다.

세 번째, 동서독 통일과정에 동독 주민들이 서독에 들이닥친 것처럼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와서 같이 살자고 밀려오면 북한이 붕괴된 상황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그런 상황이 나타나기는 힘들다. 동서독은 분단과정이 우리와 다르고 또 오래 동안 교류협력을 해왔고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 없었다. 더욱이 북한의 붕괴 상황을 중국이 쳐다만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어림없는 일이다.

그런데 내일 당장 김정일의 유고가 발생할 경우, 후계자 김정은이 과연 권력을 유지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2000명 대표자 가운데 약 1650여명 모였고, 124명을 당 중앙위원으로 뽑았다. 이들이 대개 북한체제를 장악한 통치그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수령독재체제로, 모든 권력이 김정일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이번에 정비된 당중앙위원회 밑의 정치국이나 비서국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 조차도 회의를 열어 중요한 국정을 의논하는 그런 행태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경우 부위원장이 김정은과 이영호 둘인데 군사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 개최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일이 후견이 오래 동안 지속되더라도 그의 유고 시 김정은의 국정통제력과 장악력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쉽지 않다. 아마 김정은의 실각과 함께 다른 권력자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체제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 것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권력형태가 곧 등장할 것으로 보는 편이 합당한 전망이다. 이때 새로운 지도자 또는 집단지도체제 형식의 권력그룹이 등장하면 중국은 즉각 지지하고 지원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미국이나 한국 아무도 북한 상황에 개입할 수 없거니와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에서는 전혀 손쓸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 붕괴론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이러한 붕괴론은 사실 미국의 국방안보 분야를 비롯하여 북한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의 강경론자들의 견해에 불과한데, 그들과 더불어 ‘서울 네오콘’ 그룹 사이에 독특한 신념체계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 붕괴론은 북한체제에 대한 왜곡된 가치론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북한 붕괴론이 먼저 붕괴되지 않으면 올바른 대북정책이 수립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봐야 하나. 평화관리의 측면, 남북관계 관리의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안보와 국방의 문제가 있다. 미중 간에도 물밑접촉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선택 미국의 입장, 미국이 전략적으로 지금과 같은 입장을 지속할지, 6자회담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줄지 갈림길에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한국정부의 입장과 태도도 문제가 될 텐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무엇인지를 논의해 달라.

이승환: 6자회담을 둘러싸고 여러 상황들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단시간 안에 6자회담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것에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일종의 이중족쇄다. 비핵개방3000과 같이 북핵문제 해결, 북한의 유의미한 변화가 전제로 되어 있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도 족쇄이다.

다시 또 연평도 사건이 터졌는데, 지금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6자회담과 연평도, 기타 문제를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기본입장을 보였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에 얘기하고 있는 것은, 북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순순히 들어주면 북한의 버릇을 영원히 못 고치기 때문에 북의 태도변화가 확실히 보여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전제를 여러 개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전제와 관련한 논의들이 한미일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갔다 오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IAEA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수준에서 사찰 받을지 북한의 정확한 속내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정도 가지고 이명박 정부가 잘 안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오바마 정부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통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를 확실히 과시했고, 여러 가지 실익을 챙겼다. 오바마 정부는 핵 없는 세계를 얘기하면서 북한과 협상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지만, 북한이이 자신들이 가장 원치 않았던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북에 대한 불신이 심화돼 있는 상황이다. 이후의 일련의 상황은 그런 불신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대북 불신을 바꿔서 주도적으로 대북정책을 입안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미국 정부 내에 사실상 없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있다. 따라서 한반도 6자회담이 단기적 국면에서의 재개 가능성은 현재 비관적이다.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북한은 이런 점까지 고려했을 것이고, 그 판단의 배경에는 북미간의 갈등, 남북간 갈등관계가 지속되는 속에서 적대적인 대북정책의 진행은 북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합법적 시간을 버는 기간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확고한 핵 억지력을 가지고 있을 때 협상에 나서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先평화체제를 내세우고 있고 입장이 과거와 달라진 점 등을 감안할 때 북의 동력으로도 6자회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중국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6자회담을 추진해가는 동력이나 현재 긴장과 대립상태를 깨부술 만한 동력은 단기적으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이택수: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5년마다 한 번씩 바뀌지만 북은 영속적 체제에서 남북관계를 전개해 가는데 남한이 확실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원칙을 내세우긴 했지만 정상회담을 정권 초기부터 타진해왔었고 향후에도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북한이 시점마다 남북관계를 긴장시키는 포석을 놓고 있다.

가령 국회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으면 금강산 여행객 피격사건을 벌였고, 정상회담 가능성이 나왔을 때 천안함 사건을 터뜨렸다.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론은 정부의 대응능력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쟁기념관에서 연설하는 등 북풍을 이용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G20 이후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고자 했지만 G20 이후 72%까지 올랐던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연평도 사건 이후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타 조사에서 2/3 가량 ‘대응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뭔가 하고자 했으나 자꾸 어긋났다.

정권 후반기에서 말기로 들어서면 정상회담 등 남북 평화기조에 대한 의사를 피력할 텐데, 북한도 북한체제를 다시 공고화시켜야하는 시점이고 핵문제 해결도 남아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2012년 선거와 관련해서 주요한 변수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고 주도권은 북이 계속 가져가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사회: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고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북한과의 관계를 풀려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는 말씀이신데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푸는 데 있어 적극적인 의지를 가졌다는 데 대해 의문이다.

지금도 대통령 본인 스스로가 붕괴론을 주장하고 있다. 대북관계에서 원칙이라고 하면 6.15나 10.4 선언 등 지난 정부와 맺은 협정이나 선언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파기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것이 결국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한 원인이라고 보는데?

이승환: 사회자의 말씀에 동의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전반기까지의 대북정책은 어느 길로 갈지 망설이는 내부적인 혼란이 있었다. 첫째, 북한의 버릇과 행태를 고치는 수준에서 그러나 기존 포용이라는 큰 범주 내에서의 남북관계를 운영하는 방향과, 또 다른 방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수단을 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 혼재해 있었다.

이 두 입장이 시시때때로 엇갈려서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 이후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소극적 대북정책을 넘어서서 적극적인 통일을 이야기했고,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쪽저쪽을 오가던 혼란에서부터 확실하게 후자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통일외교안보 쪽 인선이 어떻게 진행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텐데, 국방부장관 임명과 이후 상황들이 우려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북한을 자극하고 북한이 견딜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을 제기해왔다. 핵 선제공격 가능성부터 현재 개념계획으로 되어있는 것을 작전계획으로 바꾸려는 시도 등등, 거기에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된 문제까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고강도 자극은 계속해 왔다.

조민 박사가 이야기했듯이 연평도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가 가져온 산물이다. 천안함 사건 직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천안함 사건이 이명박 정부에도 책임이 있느냐는 물음에 국민의 54%가 있다고 답변했다. 없다는 답변은 17~18%였고, 반반이다가 20% 이상으로 기억한다. 반반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이명박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인 점을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천안함 사건을 유발한 측면이 크다는 것을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느끼고 있다.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서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의 이 천안함 이후의 이 문항에 대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남북관계 긴장과 악화상황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지만, 해병대를 가겠다고 지원하는 20대의 움직임 이면에는 이명박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저강도로 축적되고 있다고 본다. 차기 선거에서 대북정책과 평화의 문제는 심각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조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초기에 남북관계를 ‘갑을(甲乙) 관계’로 가자는데 특징이 있다고 보인다. 아다시피 상거래 관행에서 갑은 권리자이고 을은 의무 이행자 아닌가.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갑이고 저쪽이 을인데 지난 정부는 그것을 거꾸로 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우리가 발주자이기 때문에 이 관계를 분명 바로 잡자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문제 등의 접근방식에 있어서 보면 우리가 을이 아닌 갑인데 왜 북한에 끌려 다녀야 하는가 하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인도적 대북지원의 경우에도 북한이 “지원을 요청하면 고려하겠다. 우리가 언제 안 주겠다고 했냐”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이러한 원칙적 입장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래서 정부 출범 초기에 북한이 “곧 (고개 숙이고) 나온다”고 자신했고, 그 다음해도 “안 나오고 배길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갑을관계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었지만 2년간 성과가 없다가, 사실 아무런 성과가 없어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2년 차 말기에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왔고, 올 초 대통령께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물밑에서 접근이 있다는 보도도 흘러 나왔다. 또 통일부장관이 2010년 초 남북관계 개선이 기대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3년차에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어쨌든 물밑교섭에서 잘 안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 마인드’인데 그것은 실용적 합리성에 기초한다. 사실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새로운 남북관계 모색 차원에서 초기에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런데 국가 대 국가의 논리 속에서 북한 특수성 논리는 전면 배제되었고, ‘민족 문제’ 측면에서 타산적 합리성을 넘는 유연함이 필요한데 아쉽다.

내년 남북관계 전망과 관련해 이 선생과 견해를 달리한다. 내년 남북관계는 미․중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같은데, 이 경우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 핵문제다. 12월 중순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베이징을 찾았다. 이는 내년 초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방중으로 보이나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얘기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나 연초의 냉각국면이 지나면서 1월 중 워싱턴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열린다.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아젠더는 미․중 경제문제의 조정일 것이나, 북한 핵문제도 의제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중간 선거에 패배한 오바마 정부 역시 3년차 들어가고, 이란 핵문제, 팔레스타인 정착촌 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동북아 지역에서 외교적 성과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은 ‘북핵 현실’ 차원에서 얘기를 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은 북핵 폐기의 원칙 위에서 당장의 북핵의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일이 12월 초 방북했던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통해 IAEA 사찰을 받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미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한정하는 것에 불과해 미국이 수용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지금 핵동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북․미 양국 간 내년 상반기에, 이르면 초 봄 쯤에 접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다시 핵문제로 돌아가는데 그동안 제재와 억압 국면이 지속되면서 북핵 문제가 한층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핵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북한이 이란과의 핵 테크놀로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크다. 북한의 핵 관련 과학자와 기술자가 3천명에 이르고 이들이 이란이나 시리아 등 중동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핵 이전 문제는 이처럼 핵물질이나 핵기술이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사회: 미국이나 중국이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놓더라도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확산을 막는 쪽으로 실질적인 목표를 두고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조민: 전략적 수정이라기보다는 ‘현실적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당장 현실적으로 급한 불부터 끄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북핵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 폐기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보면, “현존하는 핵무기와 모든 핵프로그램의 폐기”에 합의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핵개발 실체를 알아야 하는데 협상 없이는 어떻게 접근하겠는가. 미국은 ‘협상을 위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금 3차 핵실험 준비 모션으로 미국의 시선을 끌면서 협상 국면을 재촉하고 있다. 내년 1월 미․중 간 회담 후, 북한이 제한적인 IAEA 사찰 수용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단 핵 활동 동결 요구를 받아들이면 협상테이블이 만들어져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급진전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월 초~3월 사이에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이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또 중국이 경제적 군사적 원조로 설득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 중국, 미국 3자는 핵문제 중심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는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보이면서 남북 간 양다리를 걸치려고 하고 일본은 관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우리가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엇박자를 내게 되어, 미국에게 걸림돌이 되거나 결국 미국의 입장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따라서 1월 말 미․중 정상회담 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타협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야 하며, 그래야만 우리가 포지티브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이승환: 조 박사 말씀대로 일정한 대화국면이 형성될 가능성은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화국면이 조성될 때 성격은 변화될 것이라고 본다. 북핵문제를 협의하는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일종의 북한관리, 북한이 제기하는 한반도, 동북아 평화문제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내용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6자회담 성격이 변화하면서부터 대화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 정도 시점까지 간다면 이명박 정부 왕따론이 현실화될 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금까지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외교적 운용이 대체로는 동맹국 입장을 공개적으로 면박 주지 않고 의견을 존중하는 식으로 외교를 해왔고 특히 한미관계에서 그렇게 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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