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기 이후, 결국은 협력 가능성 높아

한나라당 후보경선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간의 사활을 건 대결도 종반전에 접어들었고, 다음주 월요일이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는 경선이 끝나기도 전에, 경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서로가 갈 데까지 가버린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관계를 생각하면 과연 경선승복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경선승복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가버린 것 아니냐는 진단은 한나라당 밖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 경선불복 가능성은 남아

물론 패자가 선거결과에 아무리 불만을 갖는다 해도 경선불복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선거법상 일단 경선에 참여하면, 탈당해서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과거와 같은 경선불복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따라서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본선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패자는 본선 도전의 꿈을 접고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

그러나 탈당을 해서 따로 대선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경선에 승복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냥 탈당을 해버리거나, 당에 남아도 승자에게 협력하지 않는 사실상의 경선불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은 바로 이런 경우들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경선결과에 불만을 품고 탈당을 해서 17대 대선을 지켜보는 것은 일단 무모하고 실익이 없는 행동으로 판단된다.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탈당 자체는 사실상의 경선불복 행위로 해석된다. 2002년 민주당 후보경선 이후 탈당했던 이인제 의원의 경우가 그러했다.

한나라당의 집권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믿고 있는 판에, 그같은 명분없는 탈당에 동참할 의원 숫자가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이다. 더구나 일단 한나라당에서 벗어나면 대선정국에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정치적 미아가 될 것이 예상된다. 누구의 경우이든, 차기를 기약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따라서 명분이나 실리 양측면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이다.

그보다 현실성이 있는 것은 패자가 경선결과에 형식적인 승복은 하되, 승자에게 협력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지금의 한나라당 경선분위기를 보면 이같은 가능성을 충분히 점쳐볼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양 캠프가 서로 다시는 안볼 것만 같은 이전투구식 대결을 벌였고 그로 인해 감정의 골이 심각히 패인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로가 원수처럼 여기게 된 마당에 상대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양 캠프간의 냉각기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교체 논리 앞에서 버티기는 어려워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다면 정치가 아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17대 대선에서 '빅2'가 함께 손잡고 전국을 누비는 장면이 연출되어야 경선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래야 한나라당 지지층을 총결집시키며 대세를 장악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패자를 설득하고 협력의 명분을 만들어주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빅2'의 가시적 협력장면이야말로 산술적 표계산 이상의 효과를 한나라당에게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패자는 이를 받을 것인가.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관한 전략적 판단과 연결되는 문제이다. 차제에 아예 갈라설 각오를 하고 비협조로 일관할 것인가. 아니면 정권교체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차기를 기약할 것인가. 패자는 이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같아서는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상대편의 당선을 위해 협력하는 장면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이 또 정치이다. 한나라당이 내걸고 있는 정권교체의 대의 앞에서, 자기 당 대선후보에 대한 비협조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큰 일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경우든, 패배하는 경우든, 자신의 향후 입지를 구축하는데 두고 두고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결국은 냉각기를 거친 이후, 적절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패자는 승자의 당선을 위해 협력하는 수순을 밝게 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한나라당 안팎에서의 적지않은 전망과는 달리, 일단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 사이의 협력은 어느정도 선에서나마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17대 대선을 전망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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