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신당? 이대로 가면 ‘미래’는 없다

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폴리뉴스)
말은 새로운 당이라고 하는데, 무엇이 새로운지 알 길이 없다. 어차피 범여권의 현역의원들 가운데 열린우리당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니까, ‘도로 열린우리당’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도리없는 일이라 치자. 하지만 창당과정에서 구태정치니 지분정치니 하는 야유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당명이 하도 길어서 외우기도 어렵다.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가칭이라고는 하지만 지분정치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신당에 참여하는 각 세력들의 이름을 한 단어씩 조합한 결과이다. 국민들이 듣기도, 기억하기도 어렵다는 점은 그 다음 문제였나 보다.

구시대적 ‘지분정치’의 재등장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신당내에서 지분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신당은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자리부터 정치권과 미래창조연대가 1 대 1의 지분으로 3명씩 나누어 가졌다. 중앙위원 자리도 1 대 1의 지분으로 나누었다. 구시대정치의 상징처럼 되었던 ‘지분’이라는 용어가 신당을 만드는데 등장한 것도 못마땅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 지분의 논리가 창당과정 내내 싸움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 측에서는 당조직 구성에서 열린우리당 탈당파, 통합민주당 탈당파, 시민사회의 지분을 1 대 1 대 1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진영인 미래창조연대는 정치권과 자신들의 지분이 1 대 1로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신당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정치권 인사들은 미래창조연대측의 지분챙기기 행태를 비난하고 있고, 미래창조연대 측에서는 새로운 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는 밥그릇 챙기기를 위한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진영이라는 미래창조연대조차도 지분정치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분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은 신당이 어떤 대의를 위해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모인 곳이 아니라, 결국 각자가 살 길을 찾기 위해 모인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당의 도덕성은 출발부터 흔들리게 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던져버리는 모습을 보여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가 쉽지않은 상황인데, 이렇게 밥그릇 챙기기 싸움이나 벌이는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신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국민감동은 고사하고 불신만 가중시켜

구태정치라는 비판도 신당세력이 자초한 것이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자리에 부패비리 연루인사, 탄핵주역, 잦은 당적변경 인사를 앉혀놓고 신당의 얼굴로 내세웠으니,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과거의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면 그에 걸맞는 얼굴을 만들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신당의 얼굴을 보면, 말만 신당이지 실제로는 신당이 아님을 스스로 고백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미래창조연대 측에서 시민사회 지분으로 추천한 사람들 가운데 과거 정치권출신 인사들이 여럿 포함된 사실도 유감이다. 이들은 대체로 과거에 못이룬 정치적 입신의 꿈을, 이번 기회에 달성해 보려는 인사들이다. 그들의 개인적 소망을 뭐라할 것은 못된다. 그러나 그런 전후사정을 뻔히 알고 있을 미래장초연대 측에서 그들을 시민사회세력의 몫으로 밀어넣은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신당에 참여하는 세력들은 지분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신당이 국민에게 제시하는 비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신당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과는 다른 정당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도 차별화된 정당이라면, 자신들의 비전은 무엇인가를 출발단계에서 내놓았어야 했다.

범여권세력이 과거의 무엇을 반성하고 바로잡을 것이며,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려고 하는 것인지,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최소한의 말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신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러다가는 범여권 신당은 국민에게 감동은 고사하고 범여권세력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모르겠다. 범여권세력이 17대 대통령선거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만든 것이 신당이다. 이 신당마저 국민의 비판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다면 범여권에게 이번 대선은 그것으로 끝이다. 다같이 망하는 길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 것을 버리고 함께 사는 길을 찾을 것인지, 신당참여세력들이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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