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방 자제 분위기는 박근혜 후보에게 큰 부담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한국인 피랍자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인 피랍사태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후보경선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배형규 목사가 피살되고 나머지 피랍자들의 안위문제가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상황인지라,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 후보들도 정치공방을 자제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강재섭 대표는 "아프가니스탄 상황도 이런데 서로 네거티브를 자제해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양측의 전면전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양 캠프도 26일부터 전면전을 중단하고 휴전모드에 들어갔다. 이 후보 캠프는 정치공방의 자제를 결정했고, 박 후보 캠프 역시 정치공방 중단을 선언했다.

온 국민이 비통해하며 희생자가 더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서로가 정치 공방을 계속할 경우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공방 자제 분위기

실제로 26일의 부산 합동유세는 제주에서와는 달리 질서를 유지하는 가운데 치러졌다. 물론 응원도구 반입금지 등 행사장내 소란행위가 엄격히 통제된 영향도 있었지만, 한국인 1명이 피살된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 지지자들 역시 절제한 결과로 풀이된다.

합동유세에서 강재섭 대표는, "오늘부터 각 캠프에서는 경건한 자세로 상호비방과 네거티브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그리고 4명의 후보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피살된 배형규 목사에 대한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며 경건한 모습을 보였다. 후보들 간의 연설대결은 계속되었지만, 지켜야 할 '선'은 넘어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으로서는 앞으로가 문제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선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가야 할 지가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전국을 순회하는 합동유세가 계속되면 뜨거운 정치공방과 과열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조기에 해결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사태가 악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에는 걱정거리이다. 피랍자들의 안전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근심하는 와중에 한나라당은 정치공방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 된다면, 자칫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한나라당도 바로 이 점을 우려하여 앞으로의 합동유세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격해야 하는 박근혜 캠프에게는 큰 부담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 후보측의 입장에서는 매우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은 기간동안 판세 역전을 시켜야하는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총공세와 전면전을 벌이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 시점에 아프가니스탄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일단은 박 후보측에서도 정치공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경우 박 후보 입장에서는 초조해지게 되어 있다. 합동유세는 당초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치공방이 어느정도 절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총을 받지 않도록 공격의 수위조절도 하다보면, 이래저래 이 후보를 향한 공격을 칼끝이 무디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한나라당의 경선 분위기가 현상유지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현재의 분위기를 타파하고 역전을 시켜야 하는 박 후보측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당 지도부의 합동유세 중단조치로 역전 흐름의 맥이 끊겼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측으로서는 다시 맥이 끊기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선 일자의 변경까지 요구하고 나서기는 아직 이르다. 합동유세가 전면 중단되어 경선 일정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도 아니고, 경선 일자의 연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이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박 후보측으로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 자체도 조심해야 할 상황이다. 자칫하면 이 와중에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 후보 캠프의 고민은 어디까지나 속앓이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경선이 불과 3주 남짓밖에 남지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프간 사태는 경선판도에 영향을 끼치는 민감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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