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검증을 건너뛸지 모르는 범여권의 일정

후보검증 문제가 대선정국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우 후보검증이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같은 현상은 한나라당이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 차원의 검증작업을 벌이면서 생겨났다. 한나라당은 자체적인 검증위원회를 설치하여 당 차원의 검증작업을 벌였고, 검증청문회도 개최하였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검증작업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당 차원의 검증작업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들을 더 이상 밝혀내지 못하고, 검증보다는 해명으로 끝난데 대해서는 부실검증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자체 검증결과에 대한 평가는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될 상황이다. 만약 검찰수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들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의혹들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한나라당의 검증작업은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검증작업을 완료했다는 한나라당은 경선을 앞두고 검찰수사 결과를 긴장 속에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이제 범여권도 후보검증 논의해야

한나라당의 검증결과는 그것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고, 이제 또 다른 문제는 범여권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다. 그동안 후보검증은 한나라당쪽만 관심을 모으며 논란이 전개되었고, 범여권은 논의 자체가 없었다. 통합문제가 표류하여 후보선출 일정조차 잡지 못한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였다.

이제야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세력은 후보선출 일정에 합의를 보아가고 있다. 전국순회 국민경선을 9월 중순에 시작하여 10월 중순께에 후보선출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정을 놓고 보면, 범여권의 경우 과연 제대로 된 후보검증 작업이 원천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대통합세력의 국민경선에는 통합민주당측 주자들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열린우리당내 친노주자들의 거취도 유동적이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서는 범여권 후보의 최종 결정은 11월까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범여권세력의 경우 후보검증 과정은 대단히 압축되거나 생략이 되면서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범여권 후보들의 경우 재력가도 별로 없고, 과거정치와의 연결고리가 비교적 적은 편이기에 검증거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주장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범여권의 검증작업이 소홀히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범여권의 후보들 역시도 엄격히 검증받아야 할 여러 영역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동안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범여권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검증공방을 지켜보며 즐기는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후보검증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책임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범여권도 후보검증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범여권의 후보선출 일정은 국민검증의 견지에서 볼 때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단기간에 걸친 이미지 평가가 분위기를 좌우하며 바람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상황이 예견된다.

아무리 범여권 통합신당 추진에 따른 불가피한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일정은 후보에 대한 국민검증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분명 문제가 있다. 굳이 통합신당 추진 일정문제가 아니라 해도, 범여권세력 내에서는 이같은 막판 후보선출을 일부러 원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이 한나라당이 일방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구도에서는, 차라리 범여권의 막판 단일후보 선출을 통해 양자대결구도를 만들고, 막판 바람에 승리를 기대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사실 정치권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가급적 검증의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후보로 확정되고 본격적인 검증의 기간이 길어지게 될 경우에 대한 부담을 크게 의식했던 것이다.

이는 지난 2002년 대선의 경험에 영향받은 바 크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로 일찍부터 기정사실화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집중적인 검증을 받아야 했고, 결국 ‘병풍’의 영향으로 패배하게 되는 결과를 맞았다. 반면 패색이 짙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를 통한 바람으로 대역전극을 거두고 승리하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 탓에,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에서는 가급적 검증의 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각 정당과 후보들에 대한 검증다운 검증을 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어느 정당 어느 후보이든, 후보선출과 그에 따르는 검증의 과정을 정치적인 계산만 앞세워 판단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다. 17대 대선은 잘못하면 검증다운 검증조차 없이, 국민들이 대통령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될 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17대 대선은, 정치발전의 견지에서 볼 때, 역대 대선으로부터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선거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은 차제에 정치적 공방에만 매몰되는 정략적 검증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에 대해 검증받을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내실있는 후보검증을 위한 범여권세력의 책임있는 대안마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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