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초본'... 박근혜의 최대위기, 한나라당 경선이 '초본'으로 끝나나? |
그러나 이 후보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에 캠프소속 인사들이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캠프는 일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초본 부정발급에 관여한 권모씨가 박 캠프 외곽지지조직인 한강포럼 소속이라는 것이 알려진데 이어, 이 초본이 박 캠프의 홍윤식 대외협력위원회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에게 건네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남아있는 뇌관, ‘김혁규 초본’은 누구에게서?
결국 박 캠프측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이 후보에 대한 검증을 진행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박 캠프 입장에서는 경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되었다.
그러나 정작 진짜 뇌관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박 캠프가 입수한 초본이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측에 흘러들어갔느냐 여부는, 박 캠프의 정치적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남아있다.
만약 박 캠프가 직접 혹은 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김혁규 의원측이나 열린우리당측에 초본을 건낸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의 경선은 사실상 종료된다고 할 수 있다. 박 캠프는 범여권과의 야합을 통한 매당(賣黨)을 했다는 오명을 쓰고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박 캠프에 들어간 초본과 김 의원측에 들어간 초본이 동일본인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발급일자과 발급처가 같은 점을 감안하면, 동일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보인다. 다만 동일본이라 하더라도 김 의원측에 초본을 건내준 사람이 박 캠프쪽 인사인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다만 권모씨나 홍윤식씨에 의해 초본이 열린우리당 쪽으로 건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캠프로서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 결과 범여권과의 연루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사태가 이 정도에서 진정된다 하더라도, 박 캠프는 8월 경선 때까지 수세적인 입장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명분싸움에서 이 후보측에게 밀리는 방어적인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역전극의 발판 마련 어려워진 박근혜 캠프
무엇보다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총력을 경주했던 박 캠프의 검증공세는 그 칼끝이 무디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일들이 한나라당의 당심(黨心)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검증공세의 둔화로 역전을 시도할 계기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박 캠프로서는 8월 경선을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치르게 될 상황이다.
더구나 이 후보측은 초본 부정발급 문제에 관해서는 박 후보측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고, 국정원의 자료조회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국정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정권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진 국정원 문제는 당심을 얻는데 있어서는 호재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이번 일들을 거치면서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들에 대한 면역효과가 생겨 여론의 반응이 이전보다 둔감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경선을 앞둔 이 후보 입장에서는 역시 안도하게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동적인 변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큰 변수는 이 후보측의 부동산의혹에 대해 진행중인 검찰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정 부분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에는 다시 분위기가 어느정도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하더라도, 당내 경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 후보측이 승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지율의 열세속에서도 박 후보측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당심’에게, 초본 부정발급 사건은 가장 악재가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해야하는 것”이고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캠프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이같은 말은 캠프차원의 검증공세를 독려하던 이제까지의 태도와는 상반된 것이다.
결국 박근혜 캠프의 브레이크없는 검증방식이 무리를 불러왔고 돌이키기 어려운 패착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여기에는 박 후보의 책임도 물론 따르게 되어있다. 주민등록 초본 부정발급사건은 어쩌면 한나라당 8월경선의 흐름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