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 승부의 분기점 되나

'이명박 초본'... 박근혜의 최대위기, 한나라당 경선이 '초본'으로 끝나나?
한나라당의 검증국면이 반전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박근혜 후보측은 그동안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명박 후보를 향한 검증공세를 벌여왔다. 특히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과 공세를 통해 7월중 지지율 역전을 낳고, 이어 8월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거두겠다는 것이 박 후보 캠프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에 캠프소속 인사들이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캠프는 일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초본 부정발급에 관여한 권모씨가 박 캠프 외곽지지조직인 한강포럼 소속이라는 것이 알려진데 이어, 이 초본이 박 캠프의 홍윤식 대외협력위원회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에게 건네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남아있는 뇌관, ‘김혁규 초본’은 누구에게서?

결국 박 캠프측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이 후보에 대한 검증을 진행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박 캠프 입장에서는 경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되었다.

그러나 정작 진짜 뇌관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박 캠프가 입수한 초본이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측에 흘러들어갔느냐 여부는, 박 캠프의 정치적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남아있다.

만약 박 캠프가 직접 혹은 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김혁규 의원측이나 열린우리당측에 초본을 건낸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의 경선은 사실상 종료된다고 할 수 있다. 박 캠프는 범여권과의 야합을 통한 매당(賣黨)을 했다는 오명을 쓰고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박 캠프에 들어간 초본과 김 의원측에 들어간 초본이 동일본인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발급일자과 발급처가 같은 점을 감안하면, 동일본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보인다. 다만 동일본이라 하더라도 김 의원측에 초본을 건내준 사람이 박 캠프쪽 인사인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다만 권모씨나 홍윤식씨에 의해 초본이 열린우리당 쪽으로 건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캠프로서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 결과 범여권과의 연루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사태가 이 정도에서 진정된다 하더라도, 박 캠프는 8월 경선 때까지 수세적인 입장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명분싸움에서 이 후보측에게 밀리는 방어적인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역전극의 발판 마련 어려워진 박근혜 캠프

무엇보다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총력을 경주했던 박 캠프의 검증공세는 그 칼끝이 무디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일들이 한나라당의 당심(黨心)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검증공세의 둔화로 역전을 시도할 계기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박 캠프로서는 8월 경선을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 치르게 될 상황이다.

더구나 이 후보측은 초본 부정발급 문제에 관해서는 박 후보측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고, 국정원의 자료조회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국정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정권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진 국정원 문제는 당심을 얻는데 있어서는 호재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이번 일들을 거치면서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들에 대한 면역효과가 생겨 여론의 반응이 이전보다 둔감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경선을 앞둔 이 후보 입장에서는 역시 안도하게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동적인 변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큰 변수는 이 후보측의 부동산의혹에 대해 진행중인 검찰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정 부분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에는 다시 분위기가 어느정도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하더라도, 당내 경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 후보측이 승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지율의 열세속에서도 박 후보측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당심’에게, 초본 부정발급 사건은 가장 악재가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 사태에 대해 “기본적으로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해야하는 것”이고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캠프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이같은 말은 캠프차원의 검증공세를 독려하던 이제까지의 태도와는 상반된 것이다.

결국 박근혜 캠프의 브레이크없는 검증방식이 무리를 불러왔고 돌이키기 어려운 패착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여기에는 박 후보의 책임도 물론 따르게 되어있다. 주민등록 초본 부정발급사건은 어쩌면 한나라당 8월경선의 흐름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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