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포럼 결성, 참정연 해체, 안희정 발언의 조합

참정연 전국회원총회 (ⓒ폴리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는 친노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7일에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한데 모여 '참여정부 평가포럼' 결성식을 가졌다. 29일에는 열린우리당내 대표적인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가 발적적 해체를 결의했다. 오늘(30일)은 "어떤 형태로든 노무현 정치의 흐름은 이어져야 한다"는 안희정씨의 인터뷰 내용이 중앙일보에 보도되었다.

이같은 내용들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흐름은 친노세력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의미한다.

친노세력의 준(準) 정치세력화 선언

이병완 비서실장이 이끄는 평가포럼의 발족은 친노세력의 준(準) 정치세력화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평가포럼의 발족은 두가지 차원에서 해석된다.

첫째, 참여정부의 성과들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참여정부와 여기에 참여한 세력의 명예회복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언론에 의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채 훼손당했던 참여정부의 성과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나가겠다는 취지이다. 이같은 목적은 평가포럼측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이다.

둘째, 12월 대통령선거와 노 대통령 퇴임 이후를 내다본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평가포럼측에서는 12월 대선과는 무관하고 정치적인 조직이 아니라며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임이 다가오는 노 대통령의 직계세력이 재결집하는 것은 결국 노 대통령의 퇴임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명예회복' 이후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것이다.

더구나 평가포럼의 활동은 단지 내부토론을 거쳐 백서같은 것을 발행하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평가포럼은 향후 시민정책교실, 강연회, 심포지엄같은 대국민홍보 활동도 적극 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친노세력의 행보는 평가포럼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평가포럼 자체가 정치활동을 하는 결사체는 아니지만, 친노세력의 본격적인 정치결사체가 등장하기까지는 내부의 정치적.정책적 구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노세력 입장에서는 일단 평가포럼이라는 틀을 통해 세력결집을 이루어놓은 상태에서, 이후의 정국상황을 보면서 필요한 대응을 해나가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친노세력,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가능성

노 대통령의 '동업자' 안희정씨의 발언은 이와 관련하여 매우 시사적이다. 그는 "정치적 신념과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했는데 연말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할 일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할 일이 무엇인지는 안희정씨의 입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다...... 참여정부 5년이 끝났다고 이런 작업을 멈출 수는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노무현 정치의 흐름은 이어져야 한다.".

원론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답은 이 속에 다 들어 있다. 노무현 정치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친노세력은 계속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결국 노 대통령의 퇴임 이후까지를 염두에 둔 움직임들이라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임을 청와대는 여러차례에 걸쳐 예고한 바 있다. 폭넓은 사회활동을 할 가능성도 언급되었고, 노무현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사회적 활동을 해나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헌문제, 지역주의정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치적 발언도 삼가지 않을 태세이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역할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함께했던 친노세력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것이 '노무현 당'이라는 정당의 형태가 되든, 아니면 다른 형태의 결사체가 되든, 노무현 정치를 이어가기 위한 모색이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이 가능한 배경으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범여권 대통합 논의의 환경을 들 수 있다. 4.25 재보선 결과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범여권 대통합 논의에서 지역연합론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도 싫든 좋든 간에 지역연합론을 어느정도 수용해야 통합 논의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논리에 기초한 통합신당 결성에 친노세력이 합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신당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측에서도 친노세력의 합류를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결국 범여권이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채 여러개의 세력으로 나뉜 상태에서막판에 후보단일화를 시도하기가 쉽다. 그 과정에서 친노세력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친노세력의 움직임은 역대 정권의 주도세력들이 임기말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시절 임기말이 되면 주도세력들은 세력의 유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주도세력은 오히려 새롭게 재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결국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다.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하게 될 '평가'에 대한 '평가'를 국민들이 다시 하게 될 것이고, 친노세력의 독자세력화에 대한 평가도 결국에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언제나 평가의 주체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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