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노 대통령 견제에 다시 나서다

노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대연정' 청와대 회동 사진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례적인 밀월은 한 달도 되지 않아 결국 끝이 나고 말았다. 한미 FTA 타결 직후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향해 '칭찬 릴레이'를 하며 청와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개헌안 발의 유보라는 정치권의 요청을 노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식을 통해,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의 충돌이 막아지기도 했다. 물론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같은 밀월기가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결국 한 달을 가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공방전

한나라당은 다시 노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칼을 뽑아들었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노 대통령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골프회동. 한나라당은 이 골프회동이 "노무현 신당 출범에 필요한 자금줄 확보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 ‘SOS’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느닷없는 SOS 얘기에 청와대도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정무관계수석회의를 열어“대통령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라며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내친 김에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재수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2, 3 정도 됐다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발언과 관련하여, 한나라당은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가능성을 밝혔다. 더 나아가 "10분의 1이 넘은 것이 확실한데 그동안 어떤 조치를 했는지 모르겠다.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자리는커녕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노 대통령의 책임문제까지 직접 겨냥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강하게 맞받아쳤다. "당시 민주당의 10배 가까운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한 한나라당으로서는 감히 취해서는 안될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선제공세에 대해 반격이라도 하듯이,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의 최근 악재들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안에서 돈 추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고 공격하며, "왕년에 해본 솜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인지, 몸에 깊숙이 밴 버릇이 다시 도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한나라당 상황에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구악이 여전히 반복되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야유를 보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공격하고 나선데 대한 역공으로 해석된다. 결국 양측의 관계는 FTA 타결 이전의 분위기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선제공격에 나선 이유는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의 이같은 공방전을 보면, 한미 FTA 타결에 따른 한시적 휴전기간은 끝나고 이제 다시 뜨거운 대결 분위기가 재현되고 있음을 읽게 된다. 그 일차적 원인은 선제공격에 나선 한나라당의 전략선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 FTA 타결과 개헌안 발의 유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의 반응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려했던 임기말 레임덕 현상없이, 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유지된다는 것은 결국 그가 12월 대선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발언을 통해 대선에서 중립을 지킬 위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한나라당의 집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내비쳐왔다. 그러한 노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은 결국 한나라당의 대선승리에 부정적인 변수가 등장함을 의미한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워낙 저조한 상황이기에, 범여권 내부에서 그래도 노 대통령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된다면 대선정국에서의 여러 역할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범여권의 통합에 대한 개입, 범여권 후보의 선출에 대한 영향력 행사,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견제........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영향력 행사와 친노세력의 결집이 결합된다면 대선정국에서의 무시못할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노 대통령의 입지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극단적으로 무너지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대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은 자칫 대선전에서 한나라당 승리에 암초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그것도 자극적인 공격적 용어를 동원하며, 재개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의 최대 무기는 결국 '반(反)노무현'

결국 한나라당이 17대 대선에서 사용할 최대의 무기는 '반(反)노무현' 정서에 대한 호소라는 점을 다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범여권의 후보가 누가 되는간에 '반(反) 노무현'이라는 무기는 17대 대선을 치르는데 있어 기본틀이 된다는 판단을 한나라당은 할 법하다.

그렇게 보면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 잠시 있었던 밀월은 애당초 시한부 성격의 것이었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의 공방과 대결은 이제부터 다시 달아오르게 될 것이다.

범여권의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를 계속해 나갈 것이고, 청와대는 참지않고 맞받아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 17대 대선정국은 당분간 범여권후보는 없이,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의 대결이라는 특수한 대결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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