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념관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 대한 우려

임기말 참여정부의 두가지 소식이 눈길을 끈다. 하나는 '노무현 기념관'을 인제대에 건립하기로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발족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계획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의 공통된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노무현 기념관을 둘러싼 논란

현재까지 국가예산이 들어간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은 2003년에 개관한 김대중 도서관이 유일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기념사업회측과 정부 사이의 마찰로 인해 보조금이 회수되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 얘기도 있지만,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은 단계이다.

김대중 도서관의 경우도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 논의되고 추진된 일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아직 임기중임에도 기념관 건립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굳이 한나라당의 반대가 아니라 하더라도 적지않은 논란이 따를 수 있는 문제이다.

물론 청와대측에서는 "건립계획은 재임중 추진하지만, 건립은 퇴임이후에 이뤄지는 것이며, 만약 정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재임중에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건립의 시기라든가 법률적인 근거 이전에 중요한 것은, 기념관 건립 논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될 것이다.

청와대의 설명은 인제대측에서 먼저 제의해왔고 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결국 청와대가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기념관 건립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기념관 건립이 노 대통령 퇴임후의 제2의 활동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청와대의 모습은 아무래도 우리의 국민정서상으로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쉽게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라면 특별히 논란이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를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노 대통령이 남긴 성과들을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념할 것이 뭐가 있느냐며 야유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 대통령 임기중에 기념관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직 국민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고, 아직도 비판적인 여론이 많은 현직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그렇게까지 서두를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념관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기념관을 추진하는 모습이 아니라, 퇴임 이후 그를 기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추진하는 것이 옳다.

참여정부 평가는 국민이 내려야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만드는 `참여정부 평가포럼'도 그렇다. 이 모임은 이병완 비서실장을 얼굴로 해서 노 대통령을 보좌했던 측근인사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럼을 추진하는 인사들은, "다음 정부가 출범한 이후 더욱 발전시켜야 할 정책들을 객관적인 사실들에 입각해서 정리, 차기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데 있어서 어떤 밑받침이 되도록 하자는 뜻에서 모이게 됐다"고 말한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정책적인 차원에서 정리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포럼이 발족해서 활동을 했을 때, 아무래도 참여정부의 공을 알리는데 무게가 두어질 것임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이룬 성과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비판을 받아온데 대한 일종의 명예회복의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들끼리 백서같은 것을 내면서 자신들이 한 일의 공과를 조용히 정리하는 것과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국민들을 향해 직접 설명하고 홍보하는 행보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선거에서의 영향력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는 아니라 하더라도, 임기말의 이같은 대국민 활동은 역시 논란에 휩싸이기 쉽다. 대선과 관련하여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평가를 굳이 자신들이 내려야 하느냐는 반론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다. 그 작업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후 여러 갈래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드러나고 모아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얼마 후면 퇴장하게 되는 집권세력이 굳이 자신들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물러나는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겠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놓고 보았을 때, 자칫 '자화자찬'이라는 정치적 논란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물론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가리워져 있는 내용들이 있다면, 그것을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자기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평가의 영역으로까지 가버린다면 임기말까지 자신들의 틀만을 고집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어차피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각계에 의해 진행될 것이다. 그 작업은 사회와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주는 것이 퇴장을 앞둔 집권세력의 겸손한 모습이 아닐까.

전국 순회특강을 하고 있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무현 찬양가를 불러도 자신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직 비서실장이 어떤 노래를 부르느냐가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냐 하는 것이다. 노무현 기념관 건립이나 포럼의 결성이, 참여정부의 핵심세력만 따로 부르는 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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