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 국정운영으로 레임덕 차단하는 노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휴일인 8일에도 노 대통령은 '3불 정책'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 폐지 불가론을 폈다. 교육방송 특강을 통해 노 대통령은, "3불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이것을 무너뜨리려는 사회적 흐름이 계속 있는데, 이점을 우리가 잘 방어해 나가지 못하면 진짜 우리 교육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해서 제기되고 있는 3불 정책 폐지 요구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박을 한 것이다. 3불 정책은 현정부와 한나라당이 정책적 대치선을 형성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한나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3불 정책의 폐지 내지는 대폭 수정 입장에 서 있다. 심지어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총장 등도 3불 정책의 대폭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특강은 그같은 정치적 움직임에 대해서 쐐기를 박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임기말과는 확연히 달라

이 뿐만 아니다. 할 소리를 하겠다던 노 대통령의 다짐은 현실로 전개되고 있다. 한미 FTA 타결을 이끌어낸 노 대통령은 국정지지도 반등에 성공하였다. 한미 FTA와 관련된 노 대통령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반대세력과의 토론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가 하면, 워크숍에서 막연하게 '엄청난 피해'를 언급했던 주무장관들은 노 대통령의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우리가 보아왔던 임기말 대통령의 모습과는 자못 다르다. 임기 말을 향할 수록 말을 아끼며 조용하게 국정을 운영했던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까지 추락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여 여당없이 국정을 끌고나가야 할 처지가 된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범여권 내에서조차 노 대통령은 이미 배척당한 존재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임덕의 도래를 말했다. 그러나 지금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찾아올 레임덕을 공세적인 방식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각종 정치적·정책적 현안에 대한 공세적 대응을 통해 국정의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공세적 국정운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달 중순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이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국회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노 대통령은 자신이 꺼낸 의제를 4월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만드는 셈이다.

무산된 국민연금개혁의 재추진도 예상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함께, 국민연금법 개정 재추진에 범정부 차원의 승부수를 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영역에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권은 유지되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가리켜 '보따리 장수'라고 공개 비판했던 장면은, 노 대통령이 앞으로 대선정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미도 받아들여졌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선주자들에 대한 자신의 호·불호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들과의 정치적·정책적 논쟁을 마다않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단순한 대선관리자 이상의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 방지에는 성공, 그러나 '과유불급' 잊지말아야

'식물 대통령'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었던 상황을 돌아보면, 노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정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기말 대통령의 공격적 국정운영 방식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사안마다의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똑같은 방식이 반복되며 이어질 경우 그 또한 거부의 대상이 될 지 모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생각해야 할 것은 현정부의 권한은 5년 임기동안에 한정된다는 사실이다. 현직 대통령이 국정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야 좋지만, 그 의미는 자신의 임기에 국한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소신의 표명이 자칫 1년 후면 들어설 차기 정부의 책임과 권한을 부정하는 식으로까지 가서는 곤란할 것이다. 현재 정파간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안들은 결국 12월 대선에서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도 임기말 대통령의 발언들은 보다 신중할 필요는 있다. 그런다고 해서 레임덕이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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