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비준을 둘러싼 정국기상도 전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 지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를 보니까 정말 대통령답더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이제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

‘참 나쁜 대통령’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180도 돌변했다. 한미 FTA 타결에 대한 노 대통령의 ‘결단’을 칭송하는데 여념이 없다. 여러 언론들은 보수성향의 언론과 정치세력이 노 대통령을 칭찬하고, 진보성향의 언론과 정치세력이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현상을 화제거리로 보도하고 있다.

한미 FTA, 12월 대선의 상수

한미 FTA 타결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올해 대선정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미 FTA 비준 문제는 올해 대선과정 내내 뜨거운 쟁점으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비준안의 국회처리 시기 때문에 그러하다. 여러 가지로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비준안의 국회처리는 정기국회 회기중에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반대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준안 처리를 내년 총선 이후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자신의 임기내에 마무리 짓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2월 대선을 앞둔 정기국회가 한미 FTA를 둘러싼 노선대결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일정상으로 볼 때, 각 정당, 그리고 각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선명하게 대비되고 비교되며 공방전은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미 FTA 문제는 대선정국에서 일과성 사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2월 대선의 상수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찬성 목소리 높여나갈 한나라당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가장 분명한 찬성의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협상타결 직후부터 가장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노 대통령에게까지 릴레이 덕담을 할 정도이니, 환영의 강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찬성입장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협상결과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생각보다 우호적인데 힘입어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특히 범여권 내부에서 찬반의 입장이 엇갈려 혼돈상황을 보이는 것과 대비시키기 위해서라도, 일사불란하게 찬성의 행보를 강화시켜 나가려 할 것이 분명하다.

한미 FTA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한 한나라당의 차별화 행보라 할 수 있다. 대선정국에서 한미 FTA에 대해 찬성입장을 분명히 해나가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과도 부합되지만, 정치적 실리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나라당은 하고 있는 듯하다.

범여권 대통합에 난항 예상

반면 범여권의 사정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한미 FTA에 대한 범여권 내부의 입장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범여권 내부는 당분간 한미 FTA 찬성연대와 반대연대로 재편되게 되어 있다. 찬성연대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지지세력, 그리고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내 보수성향 의원들이 함께하는 양상이다.

반대연대에는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내 반대세력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세력이 함께하는 양상이다. 특히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있는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은 반대투쟁의 선봉에 서는 모습이고, 정동영 전 의장이나 정운찬 전 총장은 원칙적으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범여권 내부의 상황이 이전과는 또 다르게, 매우 복잡하게 재편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범여권내 대통합 논의의 한 축이었던 ‘친노-비노’의 축이 일정 정도 퇴조하는 대신, 한미 FTA라는 새로운 축이 등장함을 의미한다.

특히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협상타결에 따른 국정지지도 상승으로 고무된 상태이다. 협상타결로 국정장악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고, 임기말 레임덕 차단도 어느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진보세력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는 하지만, 노 대통령은 대선정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범여권의 대통합은 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미 FTA에 대한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이 하나가 되는 통합신당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다른 사안과는 달리 이 문제는 명분적인 성격도 무척 강하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접어두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범여권내의 진보개혁성향 세력과 보수성향 세력이 당을 같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마침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점이, 범여권 대통합을 추진해야 할 시기와 맞물려있다.

올해 대선정국을 놓고 보았을 때, 한미 FTA 비준문제는 한나라당에게는 득을, 범여권에게는 실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는 FTA 변수로 인해 교착상태를 벗어나기가 더 힘들어질지 모른다.

그 때 범여권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대통합을 포기하고 당을 따로 하면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선거연합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이 하나이다. 아니면 서로의 입장차이를 인정하고 신당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한 지붕 두가족의 모습을 피할 길이 없다.

한미 FTA 협상타결은 범여권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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