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중도-개혁의 조화 살리지 못하는 이전투구 공방

한나라당내 이명박- 박근혜 대치전선이 이명박- 손학규 대치전선으로 변화하고 있다.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손 전 지사측은 “독재정권에 대항해 목숨걸고 민주화운동 한 사람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이 전 시장은 민주화세력을 가리킨 말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차별성’ 부각에 주력하던 손 전 지사은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 박 전대표는 “지도자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공세를 계속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렇게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 특히 ‘빅3’ 사이에서는 물고물리는 공방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세 사람 사이의 상호공방은 매우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성향을 감안하면 보수-중도-개혁의 3분구도로 단순화시켜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의 현실을 고려한 경향적 분류일 뿐이고 이 전 시장이 과연 중도이냐, 손 전 지사가 과연 개혁이야 하는 논란은 제기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보수정당을 지향하는 한나라당의 성격을 감안할 때 세 사람이 상대적으로 그같은 경향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경쟁구도이기도 하다. 보수정당의 큰 틀속에서 보수-중도-개혁의 성격을 띤 주자들이 경쟁을 벌여나간다면 경쟁의 콘텐츠가 다양화되고 높은 질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또한 당원이나 국민들 입장에서도 다양한 노선과 정책간의 경쟁을 지켜보며 풍부한 판단의 근거를 가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비전의 경쟁 보여주지 못하는 한나라당 ‘빅3’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같은 이상적인 경쟁구도의 가능성을 전혀 살려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세 사람 사이의 공방전은 각자의 이념이나 정책을 제대로 반영한 대결이 되지 못해왔다. 각자가 보수-중도-개혁적인 위치에서 어떠한 국가발전전략을 갖고 있고 국민들을 어떻게 먹고살게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의 경쟁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대신 이들 사이의 공방은 신상문제에 대한 폭로, 말꼬리 잡기, 이전투구식 공세가 대부분이다. 쟁점도 경선의 시기와 방법같은 당내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 ‘빅3’의 이름에 걸맞는 수준높은 경쟁을 기대하던 국민들에게는, 크게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도덕성의 잣대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의 신상을 둘러싼 검증공방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매몰되어 주자들간의 경쟁이 네거티브전으로만 점철될 때, 한나라당의 수권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무능력과 실정을 그렇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이라면 자신들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는 마땅히 그만한 책임있는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나라당 또한 정치적 목소리만 크고 국정운영능력은 갖지 못한 정당이라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빅3’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벌여온 경쟁의 내용과 수준을 돌아보고 과연 이대로 좋은지 냉정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빅3’ 이외에 원희룡․ 고진화 의원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후보군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효과를 살리지 못한채 오히려 서로가 깎아먹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현주소이다. 한나라당이 누리고 있는 높은 지지율이 아직까지는 반사이익 수준이라는 점을 한나라당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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