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더십 실종된 각개약진식 탈당사태

열린우리당 비대위 회의. 백년가겠다던 열린우리당이 핵분열 초읽기에 들어갔다.(ⓒ열린우리당)
'대통합’을 이루겠다더니 ‘핵분열’로 가고 있다. 지금 열린우리당의 모습이다.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싸고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가 분열하더니, 이제는 통합신당파 내부가 분열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장관 등은 29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 결과를 지켜보고, 여의치 않으면 탈당을 결행할 태세이다.

염동연 의원은 조만간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이계안 의원, 유선호 의원도 탈당의사를 밝혔다. 전당대회 이전에 탈당을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 숫자가 이미 적지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김근태 의장은 합의와 승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 사수파와 함께 선도탈당론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탈당을 할 것이 아니라, 절서있는 합의를 통해 신당창당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의 설득이 연쇄탈당의 흐름을 막는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임종인 의원이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했다. 당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임 의원의 탈당선언은 이제까지의 통합신당 논의와도 맥락이 다르다. 임 의원이 말하는 ‘개혁정당’은 그동안 거론되어온 '중도개혁'의 통합신당과도 성격이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다가 통합신당파 내부에서도 실용-개혁 간의 노선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 사이에 있었던 ‘좌파’ 시비는, 이들 세력이 같이 당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준 바 있다.

무척이나 복잡하다. 너도 나도 ‘신당’을 말해왔지만, 각자가 그리고 있는 신당의 그림이 다르다. 앞으로 집단적인 연쇄탈당이 있다 하더라도, 생각과 행보가 하나로 모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열린우리당내의 여러 세력들이 제 각기 탈당하고 당분간 제 각기 길을 가는 상황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을 지킬 것이냐 해체할 것이냐를 놓고 갈라지더니, 이제 어떻게 어떤 신당을 만들 것이냐를 놓고 갈라서는 모습이다.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라는 두 세력 간의 갈등으로 전개되었던 열린우리당 내분사태는, 이제 세력분화 과정을 거치며, 세 조각 네 조각이 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열린우리당 사수파, 보수신당파, 개혁신당파, 진보개혁정당파......

<4분5열 속에서 실종된 리더십>

2007년 정국에서 이같은‘갈라섬’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범여권세력이 4분5열되는 상황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정치적 대재앙이다. 그같은 구도 아래에서는 대선승리는 고사하고 정치적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분열을 막고 자신들의 힘을 모아가려는 노력은 보이지를 않는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던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염동연...... 모두가 각자가 결정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아서도 집단적인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서 공동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의아한 장면이다. 그들 사이에 무슨 엄청난 입장과 노선의 차이가 있다고, 제 각기 탈당을 선언하고, 혹은 탈당을 만류하고 하는 식의 각개약진들을 하는지 말이다. 다들 통합신당을 해야한다고 말하면서도 각자가 알아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열린우리당의 핵분열 움직임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력이 실종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저마다 자신의 것만 지키고 자기 입장을 관철하는데 익숙할 뿐, 큰 것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견을 모아 타협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모른다. 다들 뺄셈의 정치밖에는 할 줄을 모른다. 정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2007년 정국의 의미를 읽는다면 다들 자성할 일이다. 열린우리당의, 아니 현집권세력의 현주소에 대해 일정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저마다 자기 방식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 상황속에서도 분열의 악폐를 답습하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세력의 새 출발은, 오늘의 상황에 대해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서로 힘을 모으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도 살 길이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각자가 살겠다고 제 각기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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