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둔 당적변경은 정치적 자살행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폴리뉴스)
손학규 전 지사를 여권후보로 끌어들이자는 목소리가 열린우리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냥 한번 해보고 지나가는 차원이 아니라, 제법 진지한 분위기에서 거론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고건 전 총리의 중도포기 이후 여권 후보의 기근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손 전 지사 영입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손 전 지사를 곧 바로 열린우리당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은 아니고, 제3지대에 신당이 창당되면 거기에 합류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같은 구상은 명분도 없고 가능성도 희박한 발상일 뿐이다. 굳이 한나라당의 말을 빌지않더라도, 그같은 행동은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상대당의 경선에 나선 인물을 빼와 자기 당의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발상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온당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여권의 후보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처해있다고 해도, 상대당 인물을 빼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것은 여당에 대한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가려야 하는 것인데, 지금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그같은 이야기는 해서는 안될 성질의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것도 당사자가 먼저 그같은 생각이 있어서 여당이 고민하는 경우가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인 러브콜의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모양이 더 우습기만 하다.

<여권의 위신만 깎아내리는 카드>

그리고 손 전 지사 ‘여권후보론’은 현실적으로도 가능성이 희박한 카드이다. 당사자인 손 전지사가 그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얼마나 부정적인가는 근래의 여러 선거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여야 혹은 정치이념을 불문하고 선거를 위해 느닷없이 당을 바꾸는 행동은 ‘철새행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같은 국민정서를 감안한다면 손 전 지사가 대통령선거가 1년도 남지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상대당으로 말을 갈아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손 전 지사 자신에게 있어서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위험이 크다.

손 전 전 지사가 그래도 ‘빅3’로 대접받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주자라는 강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당적을 옮기는 선택을 했을 때,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하게 되고 결국 아무런 파괴력을 갖지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손 전 지사가 명분은 명분대로 잃고 아루런 성과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 모든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손 전 지사가 당적변경을 결행할 정도로 여권의 개혁노선과 일치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동안 손 전 지사가 보여온 여러 정책노선을 돌아보면 그래도 한나라당 노선이라는 큰 범주내에 묶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현실적인 입지면에서도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남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설혹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빅2’에 훨씬 뒤지는 부진한 결과가 예상된다해도, 그는 차기 정권에서 ‘개혁파의 리더’라는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특히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에는 ‘통합’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개혁파를 중용하게 될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의 경우 한나라당에 그대로 있게 되면, 경선에서 얻는 지지율보다도 높은 대접을 차기 정권에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손 전 지사도 정치를 하루 이틀 한 사람은 아니다. 이같은 앞뒤 상황을 모를 리 없고. 계산하지 않을 리 없다. 한나라당에서 경선을 하지않고 탈당하는 선택을 했을 때, 결국 해봐도 안되니까 불리해서 탈당하는 모양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한나라당보다는 손 전 지사가 입게 되는 타격이 더 클 것만 같다.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여당 내에서 모락모락 손학규 여권후보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오죽하면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결국 여당의 체면과 위신만 스스로 깎아내리게 된다. 이제 손학규 여권후보론은 이쯤에서 접고, 진짜 여권후보를 찾아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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