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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한나라당이 쪼개질 가능성은 희박


연초 17대 대통령선거를 전망하는 언론보도에서 빠짐없이 등장했던 변수 가운데 하나가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였다. 말은 한나라당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갈라서느냐 아니냐가 12월 대선판세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공정경선과 경선승복에 대한 한나라당 주자들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두 사람의 분열 가능성을 여전히 살아있는 변수로 설정하고 있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의 대결이 뜨겁고 과열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예선에서 대권의 꿈을 접기에는 아까운 각자의 지지기반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분열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쪽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떠나 범여권 정계개편에 합류할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들은, 다분히 말하는 사람들의 기대심리에 따른 주관적인 전망인 경우가 많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보았을 때,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분열도 그렇고,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 가능성도 마찬가지이다.

<역대 대선의 학습효과가 탈당 막아>

무엇이 이같은 판단을 내리게 하는가. 우선 역대 대선의 학습효과이다. 근래에 치러진 대선에서 당을 쪼개고 뛰쳐나가 대권에 도전한 정치인들이 살아남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인제 의원의 경우이다.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높은 지지율에 고무되어 경선에 불복하고 신한국당을 탈당하여 국민신당을 만들어 출마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경선불복의 멍에였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후보와의 경선결과에 불복하여 결국은 탈당을 택했고, 그 후 사실상 정치적으로 잊혀진 존재로 전락했다.

경선불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바꾸는 철새행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는 역대 대선과 총선 결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차기 주자들이 경선의 유·불리에 따라 탈당을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자기무덤을 파는 행위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분열을 제어하는 또 다른 장치는 집권에 대한 기대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여권의 막판 뒤집기 시도만 막아낸다면 정권교체는 무난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당을 깨고 나가 야당할 생각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수 있다. 야당 지도자가 되는 것보다는 집권세력의 2인자가 되어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당연히 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17대 대선이 있고 몇 달 후에 곧 바로 18대 총선이 실시된다.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의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는 탈당은 정치적 몰락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거론할 때 초점이 맞추어졌던 것은 박 전 대표보다는 이 전 시장이었다. 당심(黨心)에서 열세에 있는 이 전 시장이 상황에 따라 불공정경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반면 당내 기반에서 우위에 있는 박 전 대표가 불공정경선 문제를 제기하며 당을 떠날 가능성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거의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판세가 급변했다. 이 전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현격한 격차로 앞서고 있고, 당심에서도 앞서기 시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 전 시장이 당을 깨고 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 전 시장은 당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탈당 가능성의 의심을 살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이 앞서고 있는 판세도, 한나라당의 분열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한나라당 내에서는 아무리 개혁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한나라당을 떠나 범여권 정계개편에 합류할 경우 '철새’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

선거철의 당적변경은 여야 혹은 이념을 불문하고 비판을 받는 소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목을 받아온 것은 개인의 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잘나가는 한나라당의 주자라는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알고 있을 주자들이 한나라당을 쉽게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보수층의 압박이 차기 주자들의 분열을 억제>

물론 한나라당의 12월 대선까지 가는 길에는 아슬아슬한 여러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간의 대결은 시간이 갈수록 사활을 건 싸움으로 진행될 것이고, 양측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들이 있게 될 것이다. 특히 경선방식과 경선시기의 문제는 각 주자들의 유· 불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도 양측은 파국을 선택하기 보다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선에서 절충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의 경선방식은 국민의사 반영비율을 다소 높이고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은 한나라당이 특별히 페어 플레이 정신에 투철하다고 믿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17대 대선의 환경 자체가 한나라당의 분열을 허락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범보수진영의 기대가 확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그것이야말로 한나라당 차기 주자들의 분열을 억제하는 최대의 장치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분열을 기대하면서 17대 대선의 역전극을 기대하는 여권의 사람들이 있다면,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현명하다. 17대 대선에서 어부지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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