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는 순항, 9-10월이 고비

이명박 전 시장이 차기 대통령선거 레이스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대체로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를 추격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대략 20% 안팎, 고건 전 총리가 10% 중후반 대의 지지율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2위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월등하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의 이같은 일방적 우위는 한나라당의 당심(黨心)에도 영향을 주어,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세 계속 유지될까>

이 정도 되면 '이명박 대세론'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박 전 대표가 우위를 지켰던 한나라당의 당심까지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이 꺼지게 될 '거품'은 아닌지, 이 전 시장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판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선거일 1년전에 존재했던 대세론이 번번이 붕괴되는 상황을 경험했기에,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도 아직은 안정된 것이 아니라는 진단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은 역대 대선 초기에 흔히 있었던 '거품'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지율은 단지 이미지상의 효과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장 재임시 구체적인 일의 성과에 대한 평가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선 등의 실적에 근거하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실용주의적 요구와 맞물린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람'에 의한 지지율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 시장의 현재 지지율이 고정불변의 안정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이 전 시장의 지지층에는 중도층, 열린우리당 지지 이탈층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이 전 시장이 박 전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

결국 이들의 향배가 이 전 시장 지지율의 부침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범여권의 향후 대응에서 자신들의 지지층 복원을 가능케 할 계기가 마련될 것인가 여부와 맞물려있는 문제이다.

<통합신당으로는 판세변화 어려워>

이와 관련해서는 두 번의 중요한 고비가 예상된다.

우선 3-4월경으로 예상되는 범여권 통합신당의 창당이다.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범여권 신당창당을 통해 판세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지만, 막상 그같은 기대가 현실화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 현재의 여건에서는 통합신당이 열린우리당, 민주당, 고건 전총리 세력간의 평면적인 결합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 지지를 폭넓게 받는 신당창당이 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둘째, 범여권의 완전한 대통합이 성사되기가 쉽지않다. 열린우리당 당 사수파가 열린우리당 유지를 고수할 경우 통합신당 창당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의 분열은 피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올해 상반기에 예상되는 범여권 통합신당 창당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이 이명박 전 시장에게로 가있는 과거 지지층을 되찾아올 계기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후보경선이 이같은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치러지게 된다면, 현재와 같이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국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9-10월 범여권 후보확정이 분기점>

두 번째의 고비는 9-10월경으로 예상되는 범여권의 최종적 단일후보 선출이다. 상반기에 이루어진 통합신당이 친노세력과의 분열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범여권 통합이라고 한다면, 이 시기에 이루어질 통합은 단일후보 선출을 통해 대통합을 완결짓는 의미를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제3후보가 뛰어들고 가시화된다면,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결국 이 시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단계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선출되는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전 시장에게로 가있던 중도층과 여권 이탈층이 다시 이동할 것이냐 여부가 좌우될 것이다. 물론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선출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범여권 대(對) 한나라당의 양대세력간의 대결구도가 어느정도는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결정되는 범여권 후보의 파괴력이 크지못할 경우에는 그같은 구도의 복원이 낳는 판세변화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범여권의 통합 혹은 연대를 통해 선출되는 후보의 파괴력 정도에 따라 지지층의 이동 규모가 결정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이 전 시장이 지키고 있는 1위 자리는 상반기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범여권의 통합신당은 그같은 판세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이 전 시장의 행보나 주변에서 돌발적인 대형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이다.

결국 판세를 가르는 분기점은 9-10월 경에 마주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가 2002년 대선 구도의 재판(再版)으로 갈 지, 아니면 이변없는 현상유지로 갈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번 대선전도 결국 종반까지 가보아야 판단이 설 것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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