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모여식 신당창당 밖에 없다'

6-7일 열린 민주당 '정계개편 워크샵'에서 원외들이 '독자생존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에서 당의 진로를 둘러싼 난상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에 있었던 워크샵에서도 '헤쳐모여식 신당창당론'과 '독자생존론' 사이의 입장차이가 드러났다.

일단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신당창당론이 우세한 편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위원이나 지역위원장들같은 '원외'에서는 독자생존의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크샵 분임토의 결과를 전한 이상열 대변인은,“상당수 조에서 민주당이 독자생존으로 가야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독자생존을 하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같은 독자생존론이 향후 정계개편이나 통합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독자생존하면서 민주당의 독자후보를 내세운 뒤, 그 이후 상황에 따라 통합이나 연대를 고려하면 된다는 방법론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론에도 불구하고 당 저변에서 독자생존론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은 일단 이해가 된다.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창당이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민주당이 그것만 기다리며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원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를 포기해야 할 지 모르는 대통합을 무조건 환영만 할 수는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대통합을 할 때 하더라도, 일단은 민주당이 독자적인 대선후보도 가시화시키고 기반을 확실히 다져놔야 정계개편이 있더라도 지킬 것은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법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독자생존론은 자칫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다가 큰 것을 놓칠 수 있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민주당 독자생존론, '헤쳐모여식 통합신당'에 찬물'

우선 민주당의 독자생존론은 그렇지 않아도 답보상태를 면치못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를 지체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은 진로를 둘러싼 내분상태로 인해, 내년 2월경이 되어서야 신당창당 문제에 대한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건 전 총리측도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서, '통합'보다는 자신이 주도하는 신당창당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독자생존론을 내세우게 되면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은 상당기간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독자생존이 가져올 향후의 결과이다. 민주당의 독자생존을 모색하며 대선후보까지 가시화시키는 것은 앞으로 있게될 대통합 논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非) 한나라당 세력간의 정계개편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않을 경우 대통합 논의는 기득권과 지분을 둘러싼 흥정의 과정으로 점철될 것이고, 국민에게 식상함만 안겨주는 실패작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국민에게 최소한의 감동이라도 안겨주는 정계개편이 되려면, 자신들이 내거는 대의명분을 위해서 자기희생과 기득권포기를 감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내의 독자생존론은 이같은 요구와는 상충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대통합 논의 전체는 물론이고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열린당이든, 고건이든, 민주당이든 답은 '헤쳐모여식 신당창당'뿐

열린우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고건 전 총리이든, 자신의 힘만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해서 정계개편을 하겠다면 그 답은 '헤쳐모여식 신당창당'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정당이나 세력이 그대로 결합하는 모습, 어느 한 세력이 주도하는 모습, 모두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신당의 모습이 될 때 결국 하나마나 한 신당이 될 것이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신당이 되면 지역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도로 민주당'으로 비쳐지게 될 것이다. 고 전 총리가 주도하는 신당이 되어도 이른바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세력을 결집시켜내지 못할 것이다. 특정 세력이 주도하면 실패하게 되어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신속하게 정계개편논의를 끌고가야 하는 어려움에 이들 세력은 직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정계개편 논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 물론 민주당에게도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 바로 그 다음해에 18대 총선도 치러지게 되고, 새로운 정당구도가 정립되게 될 것이다. 정치적 격변기를 앞두고 민주당이 가야할 길은 전국정당의 길이며, 민주개혁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길이다. 독자생존론은 민주당을 단명(短命)으로 끝나게 할 지역정당으로 몰고갈 위험한 유혹이다. 그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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