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李의 지지율 구조적 분석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경쟁력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폴리뉴스)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추석 이후 계속 상승추세에 접어든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이미 30%대에 진입했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이다.

두 사람 사이의 경쟁에서 박 전 대표의 우세를 점쳤던 한나라당의 분위기에서는 이같은 판세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내년 대선정국에서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거론했던 사람들은, 내심으로는 열세에 몰린 이명박 전 시장의 탈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만큼 경선국면에서 박 전 대표의 우세를 점치는 견해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지게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넘겨주고, 이 전 시장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밑돌게 된 데에는 물론 표면적인 이유가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상당기간 정치적 휴식기를 가져왔고, 그에 따라 언론노출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지않았기 때문에 초래된 일시적인 부진이며, 이제 박 전 대표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나서면 상황은 다시 달라질 것이라고 박 전 대표측에서는 기대한다.

그러나 이 점에서 보자면 이 전 시장도 마찬가지의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시장 경우도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공식적인 직위를 갖지않은 상태에서 외곽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박근혜 지지율 격차의 본질은 '구조적 문제'

두 사람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보다 구조적인 원인은 다른 데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것은 지지기반의 폭의 차이이며, 그것을 가져온 노선의 차이이다.

박 전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반대투쟁, 사학법 무효화투쟁 등을 거치면서 이념적인 성격을 강하게 보여왔다.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한 일련의 투쟁과정에서 보수층의 구심으로 자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반대로 지지층이 보수층에 한정되는 한계를 안게되기도 하였다.
지지층의 응집력은 강한데 폭이 넓어지지 못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강한 보수적 이념은 그의 어법을 통해서도 나타나곤 한다. 그는 여야간의 쟁점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이념적 잣대를 동원하곤 했고, 정국상황을 규정하는데 있어서도 이념적 용어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래서 그는 강한 보수주의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내년 대선을 앞둔 박 전대표에게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경우는 이 점에 있어서 박 전 대표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전 시장도 기본적으로 보수지향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서울시장 자리에 있던 상황인지라 특별히 이념적인 성격이 강한 투쟁에 앞장서거나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던 편이다. 박 전 대표 하면 '보수'라는 이념과 노선이 강하게 떠오르는데 비해, 이 전 시장 경우은 '실용주의'라는 노선이 떠오르게 된다.

이 전 시장의 실용주의적 경향은 작금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며 일단 먹혀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은 무엇보다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선호로 연결되고 있고, 여기서 최대 수혜자는 '청계천 효과'를 톡톡히 누린 이 전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 불문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최고 아니냐'는 정서에 그는 가까이 접근해있다.

이 전 시장의 실용주의적 색채 역시 그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그는 박 전 대표에 비해 지지기반의 폭이 넓다. 보수성향 뿐 아니라 중도성향층의 지지를 적지않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지나치게 강한 이념적 색채가 중도층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면, 이 전 시장은 그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 지지자의 상당수는 여당 지지자가 옮겨온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던 것도 비슷한 분석결과일 수 있다. 다만 박 전 대표의 말대로, 그들이 때가 되면 여당으로 다시 돌아갈 층인지, 아니면 한나라당 지지기반을 넓히는 층이 될지가 아직은 알기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보수층의 지지면에서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약한 약점이 있다. 보수층의 열광적 지지라는 점에서는 아직 박 전 대표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본선경쟁력은 부동층 잡고있는 이명박 앞서

대통령선거는 자신의 고정적 지지층만 갖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결국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중간지대에 있는 부동층의 향배이다. 최근의 대통령선거들은 이같은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선이라는 본선경쟁력에 있어서는 박 전 대표에 비해 이 전 시장이 우위에 있다고 잠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이다. 이 전 시장이 지지율 격차를 상당히 벌릴 경우에는 한나라당의 당심(黨心)을 바꾸며 예선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못할 경우에는 예선통과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대선정국이 경선단계부터 여야간의 첨예한 이념대결 양상을 띠게될 때에는 일단 분위기 면에서 박 전 대표가 유리하게 될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는 보수층의 결집이 이루어지면서 자신들의 대안에 힘을 몰아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수의 대안이 누구인가를 선택하는데에는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의 영향이 상당히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되었든 박근혜, 이명박 두 차기주자의 대결은 여러 면에서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것이다. 새해 초에 나오게 될 여론조사 때에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다시 따라잡을 수 있을지, 한나라당 경선판세에 일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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