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는 아직 멀었는데 정치권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고건 전총리의 행보와 중부권 신당 창당 움직임이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고 전총리는 차기 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러 여론조사들에서 인기도 선두를 달려왔다. 그에 고무된 고 전총리는 차기 대선 출마 결심을 거의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자 정치권 내에서도 그와 손잡고자 하는 여러 움직임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고 전총리와의 연대에 가장 적극적인 세력이다. 민주당은 고 전총리가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뜻을 밝히고 있고, 민주당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다른 세력과 연대하여 고 전총리를 후보로 추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열린우리당의 신중식 의원은 고 전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을 언급하여 여당내에 파문을 일으켰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고 전총리가 나설 경우 일부 호남출신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고 전총리는 광주방문을 시작으로 공개적인 대외활동의 첫발을 내딛었다. 전라남도가 마련한 역대 전남지사들의 모임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5.18 묘역 참배는 사실상의 대권행보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래저래 고 전총리의 행보에는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사자의 속뜻이 무엇이든간에 고 전총리의 대선 도전은 호남지역을 발판으로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다.

심대평 충남지사를 구심으로 하는 중부권 신당창당세력도 지난 주에 대규모 세과시 모임을 가졌다. 이 세력은 신당창당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물론이고, 다음 대선에 후보를 내세울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부권 신당세력은 표현 자체에서 나타나듯이,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임을 숨기려하고 있지 않다. 과거 자민련이 그러했듯이, 충청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임을 공공연하게 내걸고 있다. 말 그대로 '제2의 자민련'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중부권 신당세력은 고 전총리의 행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 지사가 고 전총리를 조만간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고 전총리 측과의 연대에 우호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DJP 연합을 통한 호남- 충청 지역연합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이같은 장면들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착잡한 일이다. 2002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을 거치면서 한국정치의 망국적인 지역구도는 상당정도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정 정파의 성패를 떠나 지역정당의 퇴조가 뚜렷한 추세로 나타났고, 이대로 가면 지역정치구도의 해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은 지금, 지역정치구도가 다시 부활할지 모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정치세력이나 정치지도자가 세력을 만들고 선거에서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자유이다. 자신의 정치적 호(好).불호(不好)에 따라 그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같은 정치적 선택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지역주의 정치행태로 나타난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망국적인 지역정치구도가 재현되었을 경우의 폐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응당 국민의 감시가 필요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두 세력의 움직임을 보면 이같은 걱정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듯하다. 아예 충청권 지역정당임을 표방하고 있는 중부권 신당세력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고, 고 전총리 쪽의 움직임도 호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실제로 양쪽의 행보에 참여하거나 지지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충청지역과 호남지역의 인사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새롭게 출사표를 던지겠다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비전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일보다 특정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일이 우선한다면 과거의 정치를 답습하는 지역주의 정당, 지역주의 정치세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 앞에 나서고자 할 때는 자신들의 책임이 어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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