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어느 한편의 입장을 들 수는 없다. 한·일간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

라이스 미국무장관은 독도문제에 관해 이같은 '중립적' 입장을 밝히고 한국을 떠났다.

독도문제에 관한 미 국무장관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우리 모습이 자칫 구차해보일 수도 있지만, 독도문제에 관한 미국의 태도는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일간에 독도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자 미국정부는 '할 말이 없다'는 '불개입'과 '중립'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엄연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억지주장을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라이스 장관은 이번 일본방문 기간에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물론 오래 전부터 미국정부가 취해온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하필이면 지금같은 때에 그런 얘기를 꺼낼 것은 무엇인가.

바로 얼마전에, "일본은 이웃나라의 신뢰를 먼저 얻는 것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국가로서 존경받는 첫걸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던 우리 정부의 입장이 무색해지는 장면이었다. 독도문제나 한국의 체면같은 것은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 두 나라는 밀월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일본에 기대하고 있고, 일본은 이같은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적 팽창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도문제를 가지고 미국이 일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독도문제에 대해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는 미국에 대해 너무 야속해할 것 없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진출을 다시 용인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흥미로운 것은 독도문제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독도문제에 관해 우리 이상으로 일본을 비난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시마네 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대해 “일본은 이제라도 영토팽창 야망에 들뜬 머리를 식히고 날강도적인 독도강탈 책동을 걷어치워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런가하면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세계가 공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는, "독도를 강탈하려는 야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시점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북남이 공조해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독도문제에 대한 남북공조의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적극적인 태세이다.

적어도 민족문제에 관한한 '민족'이 '동맹'보다 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중요성 앞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것같은 분위기이고, 그대신 민족문제에 관해서는 남북이 공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때마침 한나라당에서도 독도문제에 관한 남북공조 추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독도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과 공동학술조사 등을 해서 독도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 차원에서 남북관계발전특위가 있고,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한국의 국회간에 의원 모임도 가질 수 있다며, 국회 차원의 남북공조 가능성까지 거론하였다.

독도문제는 남북간의 공조가능성만 열어놓은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 이상으로 야당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모처럼 하나의 사안을 놓고 남과 북,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한 목소리로 공조를 하는 장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억지주장을 상대로 한 이 싸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같은 민족적 단합이 아닐까. 우리의 문제는 결국 우리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작금의 상황은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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