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때아닌 합당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 대한 교육부총리 제의를 계기로 불거진 합당설 공방은, 추미애 전의원이 입각제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둘러싼 공방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언론들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합당 문제를 둘러싼 작금의 논란은 막상 별다른 내용없는 '거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 두 당의 합당을 향한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었고, 합당이 조기에 가능한 정치적 여건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합당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로 급부상한 것은, 마침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체가 있든 없든간에, 그동안 관심권 밖에 있던 민주당은 정치적 관심의 범위안으로 들어왔고, 전당대회 분위기도 살아나게 되었다. 당분간 청와대를 향해 합당추진설 해명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득이 된다는 판단을 민주당은 하고 있을 법하다. 결과적으로 김효석 의원 파문이 민주당의 기를 살려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합당설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아무리 뜨거워진다해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조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지금 합당에 응할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은 다가오는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내년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자신의 몸값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호남지역에서 재기하여 최소한 선전한다면 민주당의 정치적 주가는 크게 오르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 다음 해인 2007년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려놓는데 성공한다면, 훨씬 여유롭고 열쇠를 쥔 위치에서 합당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수를 뻔히 읽고 있을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서두를 이유는 없어보인다. 2007년 대선에서도 독자생존을 시도한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이대로 가자는 공감대가 내부에서 세를 얻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물론 지방선거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상황이 반전될 것이지만 말이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기대에 어느정도 부응하게 나온다면, 민주당에게 합당문제는 일종의 꽃놀이패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사실 사정이 급한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당장 4월 재보선에서 원내 과반수가 무너질 경우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 될 것이고, 여기서 민주당과의 합당은 구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카드이다. 또한 2007년 대선을 생각한다면 민주당과의 합당여부는 승패를 가를 수 있는 변수로 인식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급하다해도, 지금으로서는 무리가 너무 많이 따른다. 민주당과 갈라서서 17대 총선을 치른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 다시 민주당과 합치자고 나서는 모습은 아무래도 명분이 약하다. 일관성 없는 모습 때문에 자칫하면 득보다 실이 큰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은 굴뚝같을지 모른지만, 열린우리당은 합당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합당은 지방선거 이후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론화되고 현실화되게 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대선승리를 위해 호남표의 분산을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고, 그때 열린우리당에도 합당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때 민주당의 몸값이 정치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합당논의의 내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지방선거에서 호남승리를 거두어 합당국면에서의 주도력을 발휘하려는 것이 민주당의 바람일 것이다.




현재의 정치구도를 놓고 보았을 때, 차기 대선 이전에 합당론이 공론화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나 합당의 성격과 내용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인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유동적인 변수가 많다. 가장 큰 변수는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기반이 어느정도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도 합당론은 아직도 상당한 과정과 시간을 거쳐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문제는 차기 대선구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합당론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유령같은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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