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민간기업의 국유화는 사회주의체제로의 전환이다-

박찬종 게이오대 방문연구원

다른 기관장들보다 더 많은 빚을 끌어다가 직원들의 복지에 쏟아 붓는 기관장이 조직 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공기업의 장으로서 임명된 사람들은 경영능력이 우수해서 발탁되는 게 아니라 집권당에 충성하고 때로는 비자금을 가져다 바칠 줄 아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집권당은 이들 기관장들로부터 받는 비자금만 가지고도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아직도 개혁의 사각지대로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정부 소유로 넘어간 400여개의 일반기업의 간부진으로 영입된 사람들은 정치권과 은행들의 눈치를 보면서 자리를 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정부에서 추천하고 졸라도 절대로 국유화된 기업의 사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들 기업을 맡을 사장들은 멋모르고 덤벼드는 부나비 같은 사람들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미래가 없는 것이다.

빚을 누적시키고 있는 기업주들의 배장은 뻔하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국민 돈을 우려먹자는 것이다. 수단 좋은 기업주들로부터 빼내다가 감추고 해외로 도피시키고 그리고 도산 할 것이다. 이렇게 누적되는 빚 1,000조 이상의 돈은 결국 선량하고 근면한 국민과 자식들이 대대로 떠안을 모양이다.

기업이 진 빚만 해도 기가 막히는데 정부까지 선심성 자금을 마구 풀어 국민의 어깨위에 커닝을 하듯 슬그머니 올려놓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의논 한번 해보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받아보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는 채, 기업이 진 빚도 떠안고, 정부가 진 빚도 떠안고, 집권당 식구들이 물 쓰듯 쓰고 간 돈도 갚아주고 있는 한심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 국민이다.

IMF직후 금융기관들이 돈을 떼어, 국민이 저축한 예금을 내줄 수 없었다. 정부가 이를 국민세금으로 메워줬다.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국유화된 것이다. 그 금융기관들은 또 은행 자금을 수혈 받은 400여개의 사기업들을 은행 소유로 전환했다. 겉으로 보기엔 정부가 금융기관과 부실기업들을 물고 있는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정부가 이들에게 코가 꿰어있다.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이들 금융기관, 부실기업, 그리고 해마다 빚만 키우고 있는 405개 공기업들이 공적자금을 더 퍼 넣어 달라며 입을 벌리고 있다. 정부가 이들에게 빚쟁이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재벌의 공룡화에 대해 채찍질을 가해온 정부가 스스로 재벌이상으로 공룡화 되어 거미줄에 묶인 채, 침몰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1998년의 현대그룹 자기자본이 20조였다. 그런데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거느리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자산이 220조였다. 여기에 금융기관 통제 하에 있는 400여개의 사기업들의 자산을 합치면 몇 백조가 되겠는가?

예금보험공사는 재경부의 예하기관이다. 일국의 경제장관이 슬하에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신을 거느리고 있으면 근 효율성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사회는 지금 국영화 과정을 통해 가장 비효율적인 시스템 즉 사회주의 국가체제로 전환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재경부 장관은 그의 슬하에 1,600명 규모의 자원관리공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담보물들을 20%-30%의 헐값으로 인수하여 약간의 마진을 남기고 골드만삭스나 론스타 등 외국의 대형 투자업체들에 청소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외국 투자회사들은 자원관리공사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자원관리공사가 담보물들을 얼마에 인수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시간을 끌어 자원관리공사의 애를 태워가면서 담보물 즉 땅과 건물과 기업을 헐값으로 구입해가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국부를 팔아 현 정권을 연명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자원관리공사의 기관장은 망해 가는 기업을 살릴 수 있는 한국최고의 경영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임명돼야 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말 잘 듣는 공무원 출신을 임명했다. 기업을 살리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기업에게 자생력 즉 국제경쟁력을 키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기업들의 자생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정권은 그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없었다. 헐값에라도 담보물들을 빨리 팔아 치워야 정권 유지에 필요한 급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PS. 이글은 필자가 2000년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 작성한 글입니다. 후편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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