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 있는 올바른사람들의 애국심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꼴을 보자고 나 박찬종은 칠십 평생을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 왔던가? 반만년 자랑스러운 이 나라가 천박한 깡패심리로 도배되고, 허망한 자살 충동으로 만연되고, 무서운 핵폭탄 아래서 숨 막혀 살자고, 박종철이 죽고, 대학생은 투신하고 부녀자는 촛불집회를 하였는가?

△난 한 줌의 피와 한 덩이의 육신을 일찌감치 이 땅의 거름으로 묻어 두었다.

아직 새싹은 돋지 않았고 꽃은 피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나의 희망과 바램이 단내 나는 열매를 맺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주변에서 나에게 보여주었던 야우와 박수를 나는 모두 잊지 않고 있다. 나 자신이 이 세상의 무대에서 연출했던 숱한 좌절과 시행착오를 나는 관객과 함께 차갑게 기억하고 있다. 정치하는 어떤 이들은 그런 나의 뒷모습을 보며 비웃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나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비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무언가 그냥 아쉽고 안타까워 할 것이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현실 정치판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영악스럽거나 세련되지 못하여, 미숙하거나 순진하긴 했어도 결코 잘못한 것이 있거나 비겁하게 살아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니 그 미숙했음과 순진했음이 국민에겐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닫고 또 그것 때문에 부끄럽다.

△나는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부족함 때문이었기에 지금도 반성하고 있고 자책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은총과 은혜로움도 아울러 경험한 바 있다. 그것은 나의 선한 마음을 선한 국민이 받아준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사랑은 축복이며 행운이다. 다만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던 나의 빈곤함에 나는 한없이 죄스럽고 그래서 지금도 우울하다.

△나는 한 평생을 국민의 명예와 나의 자존을 위해 싸웠다고 자부한다.

비록 국민이 나의 육성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그것이 해야 할 말이었고 보여야할 몸짓이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머뭇대지 않았다. 지금 겉으로 남아있는 성과는 없어도 그 의미는 안으로 스며들어 역사로 기록되어 있음을 나는 기뻐한다.

지금 이 나라는 국란에 처해있다. 부도독과 탈법이 위선의 춤판 위에서 백성을 현혹시키는 이 짓거리를 나는 우리의 사랑스런 자식들에게 물려 줄 수 없다. 의병은 국란이 있을 때 일어나는 구국운동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의병을 불러 모아야 할 절대 절명의 시기이다. 지금 이 나라의 국민은 오늘의 세태를 국란의 절박한 상황으로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기문란의 주범이 다름 아닌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정치판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을 볼모로 앞세워 사리사욕에 골몰하고 있지만 그들을 선택한 책임이 바로 국민에게 있기에 그들의 속내를 투명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직한 눈초리로 그들의 뒷방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나의 눈에는, 아니 깨어있는 국민의 눈에는 지금의 이 모든 것이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정상적인 나라꼴로 보이지 않는다. 후손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모습은 더욱 아니다.

△이러다 나라가 망하면 그게 누구 탓인가?

그 지경이 닥친 후에 주저앉아 그들을 원망하며 눈물짓는 것으로 우리의 실패를 보상받을 참인가? 나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리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극한의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의병이 일어나야 한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백성이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증거 하기 위해, 삽과 곡괭이를 들었던 동학의 어버이들의 심정으로 벌떡 뛰쳐나와야 한다. 수정처럼 맑은 국민의 눈빛으로 그들의 오염된 때를 씻겨내야 한다.

△나는 나설 것이다.

그렇게 살아 왔듯이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에게 핑계 댈 수도 없고 떠넘길 수도 없는, 힘들고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기에 내가 자청하는 것이다. 싸움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상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자이다. 나는 가진 것이 없으니 싸움에 지더라도 빼앗길 것이 없다. 나는 지는 것을 겁내지 않으니 매 맞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미 오랫동안 맨주먹의 벌거숭이였으니 새삼스레 장검과 갑옷 없음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나와 싸우는 상대는 가진 것을 지켜야 하는 부담 때문에 나와 겨루기가 두려울 것이다.

△나는 92년 10월에 사후시신을 연대의대에 실험실습용으로 기증하였다.

한 뼘의 묏자리도 필요치 않다. 미래에 피어날 꽃을 위해 나는 이미 순교한 것이다. 나의 주검 앞에서 국민은 위안 받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횃불을 든다. 이 땅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 횃불 아래고 소리치며 모여 들어야 한다. 의병 박찬종이 순교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 볼 것이다.

백두와 한라의 신령들이여!

조국과 자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생명을 바치신 호국영령들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여기 올바른 생각으로 모여든 이시대의 의병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2008.10.15

의병 박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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