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先生은 대체 더 이상 무엇을 바라십니까? ―

유난히 무더운 삼복이었습니다.
평강하신지 문안드립니다.

저는 2006년 11월 이후 2007년 4월 25일 실시된 先生의 고향인 전남 무안, 신안지역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선생의 2남이 민주당 공천으로 입후보한 일 등에 관하여 4회에 걸쳐, 서한을 드렸습니다. 선생이 국가 최고 원로로 우뚝서서 여야를 초월하여 정치인들의 잘못을 꾸짖어 정도(正道)에 들게 하고, 국민에게는 “기댈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실 것을 간곡히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바램은 묵살되고 있습니다.

오늘 펜을 든 것은 선생의 최근의 말씀과 행보가 전직 국가원수로서 최소한의 品位와 襟度를 잃고 있어 이에 苦言을 드리고자 함 입니다.

① 이제는 전라도민들이 선생의 호주머니에 든 밤알들이 아닙니다. 호주머니에 남은 밤알들을 소중히 꺼내 놓으셔야 합니다.

지난 4.25. 무안.신안 재보궐 선거 결과는, 선생이 전라도민들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생만 빼고 이희호 여사를 비롯, 이른바 家臣그룹이 총동원되어 요란스런 선거운동을 한 결과, 둘째 아들은 당선은 됐습니다.
그러나 49% 득표에 그치고 2위인 무소속 후보가 31%를 득표했습니다. 저는 그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면서 현장을 지켰습니다. 그 곳은 선생의 고향으로서 대통령 선거때는 선생께 사실상 100%의 지지를 보낸 곳입니다. 그 곳 유권자 2명중 1명은 선생께 등을 돌린 것입니다.

선생이 대통령직 퇴임 후 현실정치 不介入 약속을 깨고, 전라도 중심의 집권당 재건을 독려하면서, 46억원의 뇌물사건으로 1년 6월의 실형을 복역한 둘째 아들을 민주당 공천을 받게하여 입후보시키고, 부인과 측근을 내세워 당선을 독력한 일련의 행위에 대한 전라도민들의 항의가 높은 수준에 이른 것 입니다.

선생은 최근 어렵사리 민주당후보로 당선된 둘째 아들을 탈당케하여 이른바 통합신당에 참여케 하는 등 공개적으로 선생이 새로이 기획한 <전라도민의 당> 재창당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失策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후광이 하는 일인데! 선생이 결심한 일인데!” 전라도민들은 그렇게 선생의 의향에 馴致되어왔습니다. 그러한 순종은 36년간의 경상도 대통령들의 <전라도 죽이기> 시절에는 자연스런 현상이었습니다. 선생은 그 忍苦의 세월을 견뎌 대통령직에 올랐고, 지난 10년, 전라도의 恨도 많이 풀렸습니다.
이제는 선생이 전라도민들의 자주성, 자립적 결단을 존중하고, 선생 호주머니의 남은 밤알들을 꺼내 놓을 때가 됐습니다.

② 선생의 최근의 말씀과 행동은 경상도, 전라도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3金정치의 망령을 불러 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상징적 사례. 선생께서 2006년 11월 고향인 목포의 역전광장에서 “나의 대통령 당선과 노벨상 수상을 전라도민들께 바친다”고 선언하고, 전라도 중심의 집권당 재창당을 독려하기 시작한 직후, 경상남도 합천군수는 군의회의 결의를 거쳐 합천읍에 조성된 “새천년 생명의 숲” 명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日海공원”으로 변경고시하여, 큰 말썽이 되고 있습니다. 日海공원이라니! 語不成說이지요!

그러나 그 명칭 변경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의 선생이 주도한 전라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 재창당 등에 자극받은 경상도지역주의가 작용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당 소속의 군수와 군의원들의 행위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로 받아드린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도 이대로 가면 지역당의 지역대결로 전개될 것이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역주의를 초월, 타파해야할 숙명적 책무가 있는 先生께서 이를 조장, 확대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선생의 지역주의 편향의 활발한 행보는 김영삼 전대통령, 김종필 전국무총리를 자극하여 각각 그 출신지역에 기반한 정당과 대통령후보를 지지케하여 끝장내야할 “3金정치”의 그늘을 재현시키고 있습니다.

③ 6.15 공동선언은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로 원인무효 됐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개최사실은 후일 역사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문제에는 침묵하셔야 합니다.

선생의 노벨평화상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그 시점에서 남북긴장완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수상한 것입니다.
그 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6.15 공동선언의 내용 중 한반도 비핵화조항을 파기하고 핵실험, 핵무기 보유에 이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선생을 배반한 것입니다. 그를 호되게 나무라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바뀐 현실 앞에서 검증가능한 원칙과 노선을 재천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흔적을 엿볼 수 없습니다.

최근 선생께서 현정권의 남북정상회담추진에 있어서 회담과 核을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6.15공동선언의 한 주체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先生은 더 이상 남북문제, 특히 북한핵과 관련된 사항들에는 침묵하는 것이 굳이 말해야 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배반으로 인한 것이든, 어떻든 북한의 핵 보유라는 엄연한 국가적 위협 앞에서 햇볕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현명한 정책전환을 건의하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후일 평화통일이 이루어지면, 2000년 6월 15일의 남북공동선언은 상처입었지만, 최초의 남북정상회당 개최사실은 긍정적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④ 국민의 존경을 받는 우뚝 선 국가원로, 우리는 언제쯤 같게 될까요? 선생에게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59년동안 장기집권, 군사독재 아래서, 경상도. 전라도 지역주의의 족쇄에 갇혀 살아왔습니다.
최악의 경상도. 전라도 지역주의는 차악의 충청도 지역주의등을 파생시켰습니다.
이 망국적 지역주의는 박정희대통령이래 36년간, 4명의 경상도 출신 대통령 아래서 조성되어 최악의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이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는 전라도민이었고, 선생은 그 과정에서 최고로 탄압받은 전라도 출신 정치지도자였습니다.
지역주의의 앙금을 풀고, 용서, 화해, 상생해야 할 때입니다. 용서, 화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을 내밀때 극적으로, 확실히, 빨리 이루어집니다. 선생께서 지금 그것을 하셔야 합니다.

전라도민을 대표해서, 선생이 그 손을 내미십시오.
전라도민들은 기쁘게 선생의 숭고한 뜻을 받아들이고 그런 가운데서 지역주의가 촛농처럼 녹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경상도민의 마음도 움직이게 할 것입니다.

선생의 어제까지의 말씀과 행동을, 중단하시고 나라의 어른으로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역 광장, 대구역 광장, 대전역 광장에서 서십시오.

전직 대통령 4명 중 용서, 화해, 상생, 지역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적격자가 선생 뿐입니다.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렸던 G8정상회담에 예비후보 5개국의 정상들도 초청받았습니다. 중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입니다. 한국이 빠졌습니다. 무역고 12위면 초청돼야 하는데, 의외로 한국보다 쳐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초청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넬슨만델라 대통령을 갖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재임 중, 퇴임 후에도 일관되게 흑백갈등을 치유, 봉합하여 전 국민을 통합, 경제 발전에 매진케 한 것이 초청의 이유입니다.

先生은 또 다른 넬슨만델라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先生과 저 사이에 켜켜이 쌓여 있는 인연을 생각하고, 국민의 위대한 지도자 김대중 선생을 그려봅니다.

아직도 남은 무더위에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7.8.29

朴 燦鍾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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