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6자회담이 끝났다. 6자회담이 끝난 후 외교적으로 보면 예외적인 주최측 요약문만 발표되었다. 그만큼 회담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 회담에 대해 개최하는 것만 동의했지,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도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원래 외교적으로 회담을 하고 나면, 합의문이 발표되던지, 아니면 주최측 의장성명이 발표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이번 6자회담에서는 주최국인 중국 측의 회담 요약문만이 발표되었을 뿐이다. 요약문을 보는 입장도 상이하다. 중국과 한국은 공통된 견해를 모아 발표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정작 주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회의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외교부는 6자회담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결국은 잘 풀려나갈 것이라는 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한마디로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회담이 끝나고 난 뒤 들려오는 각 국의 반응은 한국의 바램과는 사뭇 다르다. 회담 기간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미국은 '건설적인 대화의 시작'이라며 6자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강경발언과 적극적인 협상발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북한은 "백해무익한 6자회담에는 관심 없다"며 다음 회담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입장과는 다르게 흘러가자 외교보는 당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의례적인 북한의 반응으로 치부하며 애써 의식하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찌되었든 6자회담이 끝난 후 미국과 북한은 매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 이것은 무슨 이유일까?




6자회담 성사는 이미 미국의 승리




그것은 6자회담이 갖는 성격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주변 관련국의 공동 책임 하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이 합의를 어겨도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주변 관련국들의 압박에 의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매번 북-미협상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협상을 어길 때마다 미국의 국력을 소진하게 된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게 있어 평화적 해결, 대화를 통한 해결, 일괄타결, 등 문제 해결의 방식은 다음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과정을 뒷받침하는 기초를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가'보단 '어떤 땅위에 지을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6자 회담의 성사는 미국의 의도로 보면 '절반은 성공'한 상태에서 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회담 내내 소극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6자회담이라는 틀 속으로 북한을 끌어들였으며, 다자간 협의라는 틀 속에 북한 핵 프로그램의 동결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이상 급할 것이 없다는 태도이다.




반면,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것을 얻어야 하는 북한의 입장은 달랐다. 북한은 회담 기간 내내 강경발언과 적극적인 협상발언을 통해 미국의 의중을 떠보았다. 핵보유 선언을 하겠다고 하다가,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견해를 피력하며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




그러나, 아직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은 미국에게 북한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미국은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했고,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북한의 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은 느긋한 입장인 반면,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입장




결국, 미국과 북한의 입장차이는 회담이 끝나고 나타났다. 미국은 북한을 '다자간 협의' 틀 속에 가둬놓고, 자신의 입장에서 정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스텝 바이 스텝의 형태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반면,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에게 다자간 협상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자체의 핵프로그램도 진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은 견딜 수가 없다.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마련하여(핵보유든, 협상을 통한 핵폐기든) 독자적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은 '중대 결단'을 통해 '울(6자회담)'밖으로 뛰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반도에 중대한 상황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정부다. 이러한 상황이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물론 그간 진보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학자들마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번 6자 회담에 참석한 이수혁 차관은 물론, 한국정부는 "6자회담 외엔 대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억지 춘향' 식으로 박수만 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정부가 할 일이 없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중재자 입장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자조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정부의 무능력에 대해서 돌파할 의지도 없거니와 돌파를 모색하려 하지도 않는 것이 문제중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지금처럼 한국이 무능력한 중재자의 입장만 견지한다면 한반도 재앙은 필연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북한이든 미국이든 누구 하나가 뛰쳐나가게 된다. 그러면 한반도엔 낀 먹장구름은 엄청난 비를 뿌려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한반도가 재앙으로 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상황은 한국정부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듯이 속수무책인 것만은 아니다. 즉, 6자회담은 북한을 가둬두는 역할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도 갇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임으로써 스스로도 6자의 틀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주시해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손만 잡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아니라, 바로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를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의 입장은 한국과 거의 동일하다. 즉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결코 바라지 않는 입장이다.




그럼, 한국정부는 이들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다져나가고, 북한과 미국에 대한 6자회담의 구속력을 더욱 강화해 놓아야 한다. 그러면서 국제적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될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저지해놓고, 여건이 좋아져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정부는 무대책과 무소신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무능력 아니, 자신의 무능력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노무현정부의 외교로 인해 한반도는 '재앙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정부의 외교 담당자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해 한반도 재앙을 부른 당사자가 되지 않으려면, 민족의 역사에 영원한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그토록 지금은 중대한 국면이다. '허허'거리고 아무 생각 없이 잘되어갈 것이라는 바램만 되풀이해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김성회(e윈컴 정치뉴스 기획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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