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년간 어렵게 쌓아온 신뢰와 모든 대화채널이 이명박 정부 들어 모두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정부당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남북관계를 급냉시키고 악화시키는 주요 걸림돌에는 북핵문제, 북한인권문제, 615공동선언 및 10.4 남북정상선언 무시, 선제공격발언,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국내외차원에서 정면으로 들고 나와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에 북한인권법안을 상정시키고 있다. 한편 국제무대에서는 유럽연합(EU)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UN총회결의를 2005년부터 유도하자 한국정부는 이제까지 불참, 기권 및 찬성을 선택해 온 바 있는데, 금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EU와 공동제안국으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11월 21일 UN제3위원회에서 인권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찬성 95,반대 24)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국내의 일부 보수단체도 북한인권문제를 많은 정책포럼을 통해 매우 의도적이고 공격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정부 여당도 북한인권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이라는 사실이 11월 24일 알려지자, 북한 중앙특구개발총국은 12월 1일부터 개성관광중지와 남북경협사업소 폐쇄 등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중단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우리 국민 누구도 북한인권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즉시 개선돼야한다는 점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해결접근에서는 좀 더 전략적이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남북대화의 당사자인 대한민국과 제3자인 국제사회와의 역할분담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UN을 비롯한 국제시회는 북한인권문제를 직접 제기하고, 대화 당사국인 우리는 인권(Human Rights)보다는 인적교류(Human Contacts)를 강조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당국이 2000년 6.15 공동선언 이래 북한을 당당한 동반자로서 인정하고 남북교류협력의 상대자로서 인정한 이상, 상대방의 약점을 남북대화에서 직접 제기하는 것은 대화자세의 기본예의에도 문제가 있고, 북한입장에서 볼 때는 남한이 대화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를 보편적 기준에서 보지만, 북측은 정치문제. 국가체제문제로 보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남한당국이 북한인권문제를 직접 제기하는 것은 남북대화단절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동서독의 예에서도 서독은 동독의 인권문제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맡기고, 인권보다는 국경을 넘어선 정보교류와 인적 교류를 강조했다. 서독은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정보와 인도적 교류를 보장한 1975년 헬싱키 최종결의(final act)의 제3부의 준수를 더욱 강조하였다.
최근 자유북한연합과 1만 탈북자를 대표하는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일부 보수단체가 대북 전단 10만장을 북측에 살포하는 그 배경과 해당 가족의 인간적 고통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체제를 더욱 자극하여, 빗장을 걸어 잠그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감 있게 납북자 및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려는 북측의 개방용기와 의지를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이에 정부당국도 이것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북 전단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인적교류이다. 인적 교류는 인간폭탄이다. 인적 교류는 단순히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감정의 이입과 문화의 흐름이 함께 묻어 총체적으로 북측사회의 민주적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쇄체제인 국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인적교류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 당국도 국제사회와 역할분담을 하여 인권문제의 직접제기는 UN을 비롯한 제3국에 맡기고, 정부 당국은 국경을 넘어 정보와 사람의 자유로운 교류가 끊어지지 않는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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