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의원은 "우리 한나라당이 바보들만 모여 있는 집단입니까? 비리를 옹호하고 세무조사 자체를 부정하게요?"라고 반박하며, "언론개혁은 언론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은 DJ에게서 배웠습니다"고 말했다.

1. 1. 17일 국세청에 가서 오랜 시간 조사활동을 벌인 걸로 압니다. 국세청장 해임안을 낼 계획입니까?

아직 당에서 정식으로 해임안을 내기로 결의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변인 성명 내용만 봤는데, 우리 당의 국정조사를 준비하기 위한 국정조사계획팀을 만들어 그 팀들이 가서 국세청장을 만나 여러 질문을 많이 하고 새로운 얘기를 많이 듣고 왔는데, 그 결과 안 청장이 지나치게 즉, 국세 업무를 담당하는 청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가 당에서 해임을 요구한 이유가 되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해임을 요구할 것인지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2. 국세청 안 청장은 세수확대를 통해 통일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거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데, 통일 비용 운운하는 것은 국세청장의 역할이 아닙니다. 조세법정주의니까 법에 의해 세금을 징수하는 일이고, 국민의 담세율을 감안해 법에 따라 할 일이지, 국세청장이 어떻게 통일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는다는 얘긴지... 세금을 걷는 목적이 법에 의해 걷는 것이지, 청장이 통일 비용을 담당하기 위해 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고, 아마 대통령이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으니까 거기에 초점을 맞춰 한 얘기 같은데 적절치 못한 대답이었어요.




3.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에 따르면 자신의 건의사항을 안 청장이 "박지원 정책수석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는데...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동아일보 회장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언론에 관한 모든 책임은 박지원 수석에게 있다는 간접적인 시사라고 볼 수밖에 없죠.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4. 대체로 국민들은 '언론 개혁을 위해 세무조사는 당연하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 부분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 는 반응도 상당한데...




방금 얘기한 것처럼 두 가지 논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우리가 언론사의 세무조사를 반대한 적은 없습니다. 세무조사가 언론의 탄압이나 언론의 자유 침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겁니다. 이유는 우선 언론 세무사찰을 시작한 시기가 이른바 모든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권 초기에 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분들이 초기에는 언론과의 밀월을 강조하다가 실정이 드러나서 국민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런 시기를 타서 즉, 대선을 일년 반 앞둔 시기에 이와 같은 세무사찰을 했다는 것이 첫째 지적이고, 둘째는 국세청의 조사 방법, 내용, 시기, 목표들을 보면 일반적인 세무조사라고는 전혀 할 수 없는, 전에 볼 수 없던 아주 새로운 유형의 강력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세무조사를 보면, 이미 작년에 우리 당에 의해 국정원 원장 방에서 유출된 것이 확인된 언론 문건에 보면 이와 같은 언론사 세무 조사의 전 과정이 아주 소상하고 치밀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해 세무조사가 되고 언론이 감시의 대상이 되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게 되는 결과가 오리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예언해 왔습니다. 그게 아주 맞게 조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기나 방법이나 내용이나 언론 문건들을 봐서 틀림없는 언론탄압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결코 언론 비리를 비호하거나 세무사찰을 반대하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무조사가 정당치 못한 세무조사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5. 최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편집국장과 필진을 일부 교체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우려했던 언론사 인적개편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언론사의 의중을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인사개편이 있을 만한 시기가 아니라 듣고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오해를 살만한 인사내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 아닌가 합니다.

2. 6. 오늘 조간 신문에 세계신문협회(WAN), 타임즈, 월스트리트에 이어서 미 하원의원 8명이 내년 한국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없어서는 안 될 언론 자유가 억압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군사 쿠테타 이후 오랜 세월동안 언론이 여러 어려운 시기를 당한 것을 제가 정치현장에서 목격한 사람입니다. 어려운 시기 때마다 외국에서 선의로 많은 충고, 특히 언론국제기구나 미국 의회 같은 데서 많은 우려 섞인 걱정을 하는 것을 봐 왔고, 우정어린 충고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누구보다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께서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런 내용들에 대해 깊이 있는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 분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 탄압을 우려하는 우정어린 충고로 생각하고, 이 정부는 그들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부인인 안경희 여사가 투신자살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안택수 의원님은 '권력을 향해 죽음으로 항의한 것'이라 표현하고 홍사덕 의원님은 홈페이지에서 '권력이 살해한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 유수의 언론사 회장 부인이 남편 소환 직전의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안경희 여사는 젊은 나이에 비교적 부유한 가정으로 시집와 조용하게 내조하는, 조용할 뿐만 아니라 유교적 인품을 가진 분이라 들었습니다. 그런 분이 죽기 얼마 전까지 친척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것 같다며 상당히 괴로워했다는 증언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무조사와 무관하다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고인의 심중을 100% 다 알 수는 없지만 이 세무조사가 얼마나 가혹했느냐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데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무조사가 사람들한테 너무 지나친 압박을 주고 심지어 고통을 준 것이 아니냐... 많은 의원들은 어쩌면 언론사 세무사찰로 인한 간접적인 타살과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옴직 하다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8. 한나라당에서 20일부터 시국강연회 개최가 예정된 것 같은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야당의 세무조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언론사 세무조사 자체를 반대한다는 일부 언론과 여권의 잘못된 주장을 믿고 있는 사람도 상당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리가 세무조사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즉, 언론탄압을 수호한다, 언론탄압과 관련된 주장을 하게 됐느냐에 대해 국민들과 더 폭넓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해서 그런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겠느냐 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름 휴가철이고 국내의 여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밖으로 나가는 게 적절하느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걱정하는 단계입니다.




9. 여권에서는 초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 맞불 집회를 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도 있습니다.




맞불이라는 게 무슨 의미의 맞불인지 모르겠는데, 자기들이 할 수 있다면 국민들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정확히 해명하고, 국민들이 이해 못하는 점은 정부가 이해시키는 게 정당한 대응이지, 우리가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정확히 해명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맞불 한다니까... 그분들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무슨 선거운동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10. 이회창 총재께서 "사태 초점을 '야당 죽이기 음모'에 맞추다보면 '정쟁몰이'로 몰릴 위험이 있다"며 "언론탄압, 자유민주주의 파괴행위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전에도 얘기했습니다만 여당이나 정부나 일부 매체가 '우리가 세무조사 자체를 반대한다, 비리를 보호한다' 홍보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이 바보들만 모여 있는 집단입니까? 비리를 옹호하고 세무조사 자체를 부정하게요? 입법부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왜 우리가 당연한 세무조사를 반대합니까? 그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는 저의를 갖고 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우리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이고 여당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개념은 언론의 자유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언론의 자유는 어떤 형태로라도 보호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주 비리나 세무사찰을 반대한다는 그런 주장을 여당이 너무 홍보를 강화하기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말려 들어가겠다 해서 우리 입장을 국민들한테 분명히 표출하기 위해 우리 강조점을 얘기한 것이지 우리가 그렇다라는 것은 아닙니다.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는 언론 문건에도 나타나 있듯이 언론을 이렇게 하는 것은 재집권을 위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여러 번 인터뷰를 통해 '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언론이 대북 정책을 왜곡보도하고 있다, 야당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또 재집권 목적이 분명하다면 언론 길들이기 다음은 야당 탄압으로 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예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올 수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공식적으로 이것이 야당 탄압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언론 탄압은 곧 야당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아주 일반론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거기에 대해 폭로할 다른 것은 없지만 우리가 정치를 한두 해 해본 사람도 아니고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에 하는 얘기입니다. 또 정치집단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한 정치로 이해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얘길 하고 있는 겁니다.

3. 11. 이총재가 야당 탄압으로 맞추면 정쟁으로 몰릴 위험이 있어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게 보도되면서, 강·온 조정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지금 현재는 그렇게 계속해서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하지 말고 언론탄압에다 초점을 맞춰라는 것은 전략적인 얘기이고, 국민들한테 이 사실을 크게 홍보하라는 뜻이지 그 얘기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 안하고 있을 겁니다. 다만 전략이 거기에 포커스를 맞출 때라는 시점의 얘기로 이해하고 있어요.




12. 지난 북한 상선 침입 때와 이번 언론 문제에 있어서 이총재의 지도력을 얘기하며 처음에는 두 번 다 신중론을 폈는데, 의원님들이 몰려 가 뭐라 하니 다음날 강경한 기자회견 성명이 나오고... 이에 대해 본인의 정치 노선과 입장이 불명료하고 확고하지 않다 보니 자꾸 흔들린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국민들이 자기들이 선택해야 될 지도자 중의 한사람이라면 여러 측면에서 검증하고 평가하고 분석해보려 하겠죠. 그런 중에서 나온 얘기라 생각합니다만 이회창 총재가 진선진미한 지도자라 생각진 않습니다. 때문에 이회창 총재가 때로는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판단을 잘못 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완벽한 지도자는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평가하는 사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 그걸 평가하기가 저로서는 ...




13. 이번 언론 세무조사 공방과정 중에 '색깔론'이 대두됐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정일 답방문제와 관련이 있다라는 얘기가 왜 색깔론입니까? 색깔론의 뜻은 무슨 얘기입니까? 색깔론이란 것은 '이 사람은 공산주의자라든가 이 사람이 북한과 내통한 사람이라든지...' 사상과 이념을 의심한다는 것이 색깔론 아닙니까? 과거 김대중씨 쪽으로 구 여권이 벌인 것들이 바로 '저 사람은 사상이 의심스럽다'라는 것이 색깔론입니다. 언론 세무조사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문제와 관련 있다는 것을 색깔론이라 이야기하는 자체를 나는 이해 못합니다. 논리의 비약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색깔론이라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는데 그건 색깔론이 아닙니다. 그 문제를 홍사덕 국회부의장이 제기했는데, 그 분이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이나 이념을 얘기한 적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문제와 유관하다는 주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그 동안 추진해온 국정의 최고의 목표는 대북 문제였습니다. 실질적으로 구체화되어 있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있어야만 김대중 대통령이 지원한 햇볕정책의 성공이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문제와 관련해서 비판적인 신문이 몇 개 있습니다. 그 비판적 신문에 대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기자들과 인터뷰 과정에서 '대북 정책을 너무 지나치게 비판한다, 이른바 대북 정책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여러 차례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대북 정책 특히 김정일 답방 문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언론이 표적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김정일 답방 문제와 관련 있는 것'이라고 정치인들이 해석하는 겁니다. 정치인들의 이와 같은 해석은 100% 자유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아까도 얘기했습니다만 정치인들이, 정당들이, 국회의원들이 국민들한테 예측 가능한 정치를 늘 보여주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그런 예측은 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것을 색깔론으로 매도하려 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려고 하는 얘기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색깔론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해석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발언에 대한 책임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지워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14. 작년 6·15 이후 일선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통일교육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라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 보수언론들이 통일의 장애다, 특히 조선일보는 폭파되어야 한다'고 발언한 게 사실입니까?




보도도 그랬고 북쪽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을 거부하는 등 남한 보수언론에 대한 수 없는 비판이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공지의 사실입니다. 우리가 대북정책, 특히 통일정책에 일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든지 정책의 변경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지도자에 의해서 새로운 대북 정책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 정지작업, 국민의 동의를 얻는 작업, 민의를 수렴하는 그런 과정을 겪었다면 혼란은 없고, 있을 수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갈 때 각계 정당 대표와 만나고 과거 대북 문제 전문가들과 만나 충분한 대화를 하고 갔더라면 왜 혼란이 오겠습니까?




저는 야당이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해서 '가기 전에 전 정권에 있던 대북 전문가들을 전부 만나는 게 좋다, 만나서 김대중대통령 생각보다 더 훌륭한 의견이 안 나온다 하더라도 만나는 과정 그 자체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직접 전화 걸어 충고도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과거의 교훈을 무시하고, 과거의 경험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고 내가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오늘날 대북 정책에 혼란을 가져온 겁니다. 그 점 분명히 아셔야 될 문제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답방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게 애걸복걸 답방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에 와야 만이 이러이러한 일을 할 수가 있고, 이 일은 통일로 가는 과정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는 국민적 설득이 먼저 선행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혼란을 '야당이나 국민에게 떠 맡겨서는 안 된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통치권자가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15. 세무조사의 국정조사 여야 공방이 지식인 사회 편가르기, 사회전반의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짜증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고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편가르기를 할 때 중진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제가 6선 의원 하기까지 많은 세월을 정치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국론이 분열되고 계층간·계급간·지역간의 갈등이 심한 경우는 처음 경험합니다. 요즘 저는 솔직히 밤잠을 잘 못 이룹니다. 어제도 잠을 못 잤는데 이런 시대에 정치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후배나 후손들에게 '그 당시 정치한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냐'고 욕먹지 않겠느냐 하는 이런 고민을 많이 해 봅니다. 저는 자식들이 다 성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자식들 얼굴을 통해서, 자식들의 얘기를 통해서 많이 느끼고 있는 사람입니다.




망국적 지역감정이라 해서 3김 정치인에게 지역감정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열망이었습니다. 그러나 3김 정치가 거의 종식되는 이 마당까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더 지역 감정이 갈등돼 갑니다. 이렇게 엄청난 망국병을 갖고 있는데 신문은 신문끼리 싸우고, 방송매체와 인쇄매체가 싸우고, 세무사찰이라 주장하는 사람과 언론탄압이라 주장하는 사람과 싸우고, 이제는 완전히 학자까지 대결적 양상으로 끌고 갔습니다. 마치 만인대 만인의 투쟁 단계처럼 보여집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와 한의사와 싸우고, 의사와 약사가 싸우고, 노조와 사주가 싸우고...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요즘처럼 갈등과 대립이 심각한 사회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와 같은 갈등과 대립은 어떻게 생성된 것이냐? 이 정권의 치적은 나중에 논하기로 하고 이 정권이 들어선 후에 너무 많은 갈등과 대결을 조장했습니다. 요즘 『모택동 비사』라는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문화혁명 당시의 상황이 너무 연상돼서 다시 보고 있습니다. 학생과 선생, 교사와 교장, 직장의 상하간 모든 분야의 갈등과 대립을 야기시켜서 문화혁명으로 끌고 간 모택동의 전략을 보면서 지금 이 사태와 너무 비슷해서 저는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립과 갈등 속에서 화해와 감정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치 지도자들이 끌고 가줘야 합니다.




그건 누구의 책임이냐? 저는 대통령의 책임이라 생각됩니다. 갈등을 부추겨서 정치적인 이득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모택동이 재집권을 위해서 이른바 강청을 비롯한 4인방을 앞세워 갈등을 조장해서 정권을 재창출했던 모택동의 전략을 닮았다면 용서할 수 없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단합을, 국민적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히 통일 문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더욱더 그렇게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져서, 내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도 정치를 오래했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뼈아픈 후회와 자성을 합니다. 앞으로 가능한 그러한 갈등을 조장하는 우려가 있는 대목에 대해서는 야당이지만 나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저는 그렇게 심하게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적도 없습니다. 나 혼자만의 책임을 면피해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노력을 각자 하자는 뜻에서 제의하는 것입니다.

4. 16. 위원장님께서는 문민정부 시절 언론개혁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이러한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부분들이 결국은 언론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때문인데, 언론 개혁이 어떻게 돼야 한다 보십니까?

제가 과거 언론 개혁을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언론자유수호비대위원장」을 맡고 난 후에 그걸로 공격을 하는데 그때 기록이 다 있습니다. 너무들 망각을 잘하고 착각을 잘 합니다. 언론 개혁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권력의 손을 가지고 언론 개혁을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되지도 않을뿐더러 부작용만 생기고 언론의 자유 침해만 낳게 됩니다. 우리가 언론 개혁을 요구했던 것은 다 기억하시겠지만 첫째 ABC제도를 채택하라 요구했고, 둘째는 언론사 사주도 그런 비리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재산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했던 초기의 언론개혁 요지입니다. 그 이후 언론사 세무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아는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언론이 개혁돼야 할 점은 너무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상품의 원가는 다 있지만 신문광고의 원가만은 없는데 ABC제도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e윈컴은 회원이 몇 명이라고 나와 있지만 신문사는 구독자가 몇 명인지 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ABC제도를 선택해야 만이 구독자들에 의해서, 광고주에 의해서 언론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겁니다. 언론사의 비리에 대해서 시중에 여러 얘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 분들이 재산을 자진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언론 개혁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없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이 개입돼서 언론을 개혁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언론에 관한 첫 번째 원칙입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언론 폐해가 엄청나게 있습니다.일본이나 미국, 구라파의 파파라치만 보더라도 엄청난 문제점이 있지만 권력이 그것을 시정하려 들지 않고 광고주가, 구독자가, 시민이,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시정해 가는 것이 원론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회에 계실 때 저는 국회 보좌진의 일부로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에 대해서는 과거에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언론에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그 분의 논지에 대해서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이와 같은 원칙은 사실 그때 김대중 의원에게 배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17. 황장엽씨 방미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합니다. 미 공화당 정부 들어서고 나서 한미관계도 그렇고, 일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국제외교가 숨가쁘게 진행되는데 상당히 우려된다 했습니다.




황장엽씨 방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로 기억됩니다만 몇몇 의원과 국정원에 가서 황장엽씨를 만났습니다. 그때 내용을 간단히 공개하면 물론 국정원 직원 입회하에 만났습니다."내가 황선생을 만나자고 공식으로 요구했는데 당신은 박의원을 만날 생각이 없다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면회를 시켜줄 수 없다라는 회신을 받았는데 사실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박선생이 나를 만나자고 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입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저한테는 지금도 황장엽씨가 박의원을 만나기 싫다 한다는 공문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황장엽씨와 외부인, 특히 야당 의원과의 접촉을 막아온 정부이고, 그때 "미 의회에서 황선생을 초청해서 얘기를 듣고자 하는데 그 얘기를 알고 계십니까?" "들은 바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초청했으면 가고 싶습니다"라고 분명히 답한 적이 있습니다.




황장엽씨가 남쪽에 와서 하고 싶은 얘기를 초기에는 다 했고 미국도 황장엽씨 생각을 어지간히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황장엽씨를 미국에서 초청하기로 하고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갔을 때 대통령께 황장엽씨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얘길 했습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신변안전 문제만 해결된다면 미국 오는데 문제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미 미국 의회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어떤 경로가 있었는지 청문회에는 참석 못했습니다만 그 이후에 황장엽씨 방미를 요구해왔는데, 그게 공식 초청이다 아니다, 신변 보호문제가 해결 됐다 안 됐다...




우리가 얘기한 본질과는 아무 관계없는 것 가지고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한테도, '황장엽씨가 미국 가는 게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이냐? 왜 이리 당당하지 못한가, 왜 황장엽씨 입을 자꾸 닫으려 하는가, 황장엽씨를 왜 자꾸 숨기려 하는 것인가, 어떤 저의인가...' 이런 의혹을 자꾸 부풀려 가지고 이제는 별거 아닌 문제가 한미간 의 외교적인 문제로, 미국 국민과 한국 국민간의 큰 의혹의 문제로 키워놓은 것입니다. 이것이 아주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 분위기를 들어보면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신변보호문제 확인 됐나 안 됐나, 어떻게 할 것이냐, 미국에서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라고 공문도 왔고 밝혀졌는데 보내지, 안 보내는 이유를 분명히 하면 좋겠다는 겁니다. 저라도 안 보낼 이유가 당당하다면 보내지 말라 할 건데 이 정부가 하는 것이 우선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국정원에서 황장엽씨에게 '외부 정치인과 기자를 만나지 마라, 다른데 기고하지 마라, 민족통일지에 글쓰지 마라...' 이와 같이 보도가 나와서 아시겠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지시했다는 것은 왜 황장엽씨를, 김정일이나 북한 사회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 분에 대해서 왜 이렇게 입을 닫게 하느냐가 이 문제 초점입니다.




북한이 반대하고 있긴 합니다만, 북한 반대 때문에 정부가 안 한다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와 같이 입을 닫게 하는 상황 자체가 엄청난 의혹 덩어리가 돼서, 이 문제가 초점이 돼서 앞으로 큰 문제로 계속 커져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당당하게 밝혀야 합니다. 왜 안 보내려 하는가, 왜 입 다물게 하는 것인가, 황장엽씨가 거짓말하고 있으면 거짓말하고 있다하던지, 김정일이 황장엽씨를 보내지 말라 하고 공개하지 말라는 부탁이 왔다든지 분명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아무 것도 아닌 이 문제가 큰 정치적인 문제,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될 겁니다.




18. 국가혁신위의 회의록에서 "보혁 정치구도로 만들고 자민련을 극우로 몰자"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언론사 세무조사의 '김정일 답방' 연계, 황장엽씨 방미를 둘러싼 공방 등이 "보혁적 정치구도로 가고자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판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가 국가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저도 모르는 사실일뿐만 아니라, 제가 어찌 돼서 이런 기사가 나왔느냐 알아봤더니 취재한 기자가 국가혁신위 활동에 대해 뭘 써야겠는데 아무런 자료가 없으니 자료 좀 달라 해서 대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을 얘기했더니 이것은 재미가 없어서 안 되고 회의록 같은 걸 보자 해서 아마 그걸 직원이 보여준 모양인 데, 우리는 많은 외부 전문가들과 만나 수없이 토론을 했습니다. 저는 토론 장소에 참석한 것만 해도 기억을 못할 정도인데, 그 토론은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참석 안 한 것 같은데, 어느 한 분이 보혁 구도로 가야 할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 게 속기록에 남아 있던 것 같아요. 그걸 가지고 쓴 글입니다. 언론 스스로 개혁해야 할 점이 바로 이 점입니다. 너무 흥미위주로, 폭로 위주로 자유로운 토론 과정에서 나온 한마디를 가지고 우리 국가혁신위의 주 토론인양, 방향인양 보도하는 자체가 참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구상한 바도, 아는 바도 없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습니다.




19. 김무성 의원이 "언론사주가 구속되더라도 (해당) 언론사가 비판적 논조를 지속해야 한다. 그렇게 버텨주지 않으면 언론사는 죽고 우리는 이기지 못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걸로 압니다.




기사를 보고 김무성 의원한테 전화를 해서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게 사실이냐?" 했더니 깔깔대고 웃고 대답을 안 하는데, 사석에서 유사한 얘기를 했으니까 보도됐지 않았겠느냐 생각합니다만 저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었다 생각합니다.




20. 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 소위 당내 개혁세력과 박근혜 부총재는 "이총재가 변하지 않으면 집권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한나라당은 변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도 솔직하게 직언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총재께 그런 충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현대 정당은 이념적 정당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일반적 방향은 이른바 포괄정당의 개념으로 캣치 올 파티( catch all party)입니다. 보수도 진보도 중도도 다 포용하는 그런 정당의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특히 보수 위주의, 어쩌면 우익 위주의 정당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사회가 이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정부가 들어서고 남북한 대화가 시작되고, 이제는 공산권이 붕괴된 연후에 완전히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하는 그런 단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당에서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한국적 실정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이 보수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느냐하면 DJ정권이 탄생하고 난 후에 너무 지나치게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지나치게 과격할 정도의 변혁을 추구하다 보니까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고,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의 시기로 왔습니다. 따라서 국민에게 안정을 회복하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 보이기 위해서는 보수 쪽으로 가기를 국민들이 조금 원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일부 조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특히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우리 당이 보수우익정당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비판적 세력을 같이 안아야 되지만 같이 어울려서 정당을 해야 한다 생각하고 우리도 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21.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총재 지지도가 13-4%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총재 대세론'을 타고 있는 것은 지역구도에 따른 영남지역의 대안 부재론에 입각한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습니다. 최근 부산 민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3김씨라 하는 정치적 거목에 의해 이 나라 정당들이 유지돼 왔습니다. 그 분들은 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정당을 깨기도 하고, 없애기도 하고, 자유자재로 해온 사람들입니다. 그 분들은 군사독재와 더불어 성장해온 정치인들입니다. 민주화 운동에 앞서기도 하고, 김종필씨 경우는 다르기는 하지만 격동기를 겪으면서 성장한 거목들입니다. 그 거목정치시대가 떠나고 그 다음 후세 포스트김 세대에 들어와 가지고 나타난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이 이회창 씨입니다. 국민들이 그 동안 거목을 쳐다보다 이회창씨를 소목 쳐다보는 기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인제씨도 마찬가지고 박찬종도 마찬가지이고 박관용이도 마찬가지이고... 정치 지도자로 앞서면 그 사람들이 보던 그 큰 그림자를 연상하다 보면 작은 사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제가 이회창씨 개인을 두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지도자가 나오더라도 과도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회창 총재가 여러 가지로 '지도력이 부족하다, 지지율이 낮다...' 저는 그걸 전적으로 부인하려고 생각 않습니다.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인재, 국민들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는 새로운 지도자 가운데서 그래도 이회창씨가 가장 적합하고 큰 인물이라는 것은 부정 못합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지지, 7-80% 지지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도자를 뽑는 것은 여당이 싫어서 야당을 찍을 수 있고, 야당이 싫어서 여당 찍을 수도 있고, 이 사람보다 다른 사람이 덜 나쁘기 때문에 지지할 수 있고... 지지라는 개념은 무조건 100% 찬성의 의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뜻에서 대안 부재다 이런 표현을 쓰는데 어떤 표현이라도 좋습니다. 지난 선거에 천만 명의 지지를 받은 것도 사실이고, 지난 4년 동안 야당 지도자로 끌고 온 것도 사실이고, 또 국민의 정부가 이회창 총재를 죽이기 위한 총풍, 세풍, 안풍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난의 길을 걸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해 보면 저는 그 분이 현재 이런 상황 속에서는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민들한테서 멀리 떠날 수 없는, 버림받을 수 없는 지도자 중의 한 사람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부산 민심과 관련해서 YS와 비교해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경상남도 부산을 중심으로 해서 YS에 대해 오랜 세월 동안 애증이 교차되는 이런 세월을 지내왔습니다. 마음속 깊이 YS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통령을 지내고 떠나신 분이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영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분이 오면 연도에 나와 박수칩니다. 그러나 그 분이 현실 정치인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지나간 분입니다. 부산 시민의 가슴속에는 YS가 남아 있지만 다시 정치할 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유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부산 민심이 가장 증오심을 갖는 것은 이 정권의 편중 인사이고, 두 번째는 지역 경제의 붕괴입니다. 따라서 부산 민심은 분명히 한나라당 쪽에 서 있고 우리 당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5. 22. 얼마 전 이총재와 YS의 화해에 김현철씨가 중계역할을 할 것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바도 없고, 우리 한나라당에서 그런 논의가 있은 적도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고, 이회창씨와 YS간의 중계역할을 한다라는 것에 대해 저는 '그런 일을 하기에는 적절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23. 위원장님께서는 지난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통령 정치특보를 지내시면서 다년간 국정의 중심에 서 계셨습니다. 21세기 첫 대통령의 자질과 리더십은 무엇이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긴 세월은 아니지만 국정의 한 복판에서 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강력한 통치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을 모셔봤습니다. 제 판단이 완벽한 결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한이 맺힐 정도로 그런 생각 즉, 어떤 지도자여야 되느냐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은 합리적인 사람이 돼야 합니다. 이제는 독립운동했다거나 민주화운동 했다거나... 이런 식의 명분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인 사람이어야 된다...저는 그 동안 역대 대통령이 합리적이지 못해서 너무나 많은 일을 저질렀다 생각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입만 민주주의고 행동은 비민주적인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되는 게 국가 목표라면 민주주의를 실천할 줄 아는, 실천적인 민주주의를 철학으로 아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돼야 된다.




세 번째는 모든 권력자들이 국민들한테 불신 받는 이유가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행동할 줄 아는,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마지막에 꼭 해야 할 일은 국민적 통합을 추구하는 지도자여야 합니다. 이것은 합리적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나를 반대하는 사람도 만날 줄 알아야 되고, 나를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시킬 줄 알고, 설득시키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행동을 보여줄 줄 아는.., 아까 얘기한 국민을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은 안 됩니다. 비판자를 적으로 몰면 안 됩니다. 비판자를 탄압하려 하면 국민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제 가장 어려운 일은 국민적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 통합이 전제되지 않은 대북 정책은 사상누각이다... 남북한의 대결에서 남남의 대결로 끌고 오는 식의 대북 정책이 과연 잘하는 정책이라 생각하십니까? 지금 상황은 남북한의 갈등이 남남간의 갈등으로 옮겨진 상황입니다. 이것은 국민 통합적 사고를 못 갖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상황이라 보고 이렇게 몇 가지 정리합니다.




24. 부산 출신의 정치인 중 여당의 노무현 고문이 이회창 총재의 메인스트림을 비판하<면서 '나는 서민의 대변자다, 앞으로는 기존의 기득권자와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자의 대립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정치하는 사람이 다 자기 철학과 자기 생각은 따로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주장이 중요하다고 여기면 남의 얘기도 중요하다 여기고 평가해 줘야지, 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하는 그런 비합리적인 사고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저는 노무현 전 장관을 상당히 합리적인 사람으로 생각해 왔고 저하고 참 친한 사이입니다만, 그 발언과 관련해서는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저는 지금도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정당을 달리하지만 남을 공격해서 자기의 위치, 위상을 높이려고 하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고문의 발언은 적절치 못하다, 참 훌륭한 분인데 안타깝다'는 심정을 가지고 있고, 이총재가 생각하는 메인스트림은 노무현씨가 얘기하는 그런 식이 아닙니다. 제가 이총재의 정치 철학인 메인스트림을 이 자리에서 해설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남의 철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모든 정치인들에게 촉구하고자 합니다.




25.이인제 최고에 대한 호남 주민들의 지지로 여권 주자 중 지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경선 불복이라는 굴레로 어떤 측면에서는 한나라당에서는 구원인 것 아닙니까?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이른바 구룡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전당대회까지 몰고 가서 여당 사상 최초로 자유 경선을 하게 한 장본인인 제가 사무총장 할 때입니다. 저는 이인제뿐만 아니라 모든 아홉 사람에게 오른손을 정중하게 들고 제 앞에서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당의 명령에 따르겠다'라는 서약을 열 몇 부를 받았습니다. 저는 사무총장을 하면서 경선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람입니다. 그 분들의 양심을 믿고 우리 당원들의 결정에 승복하리라는 전제에서 경선까지 끌고 간 사람입니다. 온갖 진언을 다하고 직언을 다해가면서. 저는 그 결과를 가지고, '과연 이런 정치인을 가지고 이 나라 민주주의가 되겠는가'라는 서글픈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인제와 굉장히 가까웠던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 넘어가기도 하고 별 짓을 다했지만 저는 이 당을 지킨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인제씨가 훌륭한 정치인일 수 있지만 이인제씨가 일생을 정치하는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흠은 그것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어떤 경로로든 당을 바꿨습니다. 이제 들리는 소리가 이 당에서 공천이 되지 않으면 또 다시 뛰어나갈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저는 사실이 아니길 기대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가? 저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 점은 국민들이 평가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6. 지난 3월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여권이 한나라당을 쪼개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에도 7,8월 사정설이 나돌고 있는데...




여당이 구상할 수 있는 대야 전략이라는 것은 우리가 대충 짐작 가는 것들이고, 그 동안 실천적으로 보여줬던 것들이 그런 것들입니다. 이 정부가 들어서서 맨 먼저 국민한테 내세웠던 것이 동진정책입니다. 저는 그 용어선택을 아주 잘못했다 생각합니다만 동진정책이 뭡니까? 야당 분열정책입니다. 그 얘기가 나온 연후에 영남의 우수한 정치인들이 전부 조사 받았습니다. 이어서 야당 빼가기가 시작되고 자민련을 얽어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맨 먼저 국회의장 선거에서 무소속·자민련 한 사람도 우리를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그 속에는 우리를 동조하려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가 의장 후보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압니다. 그 분들이 마지막에 '아이고 안 되겠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들은 장본인입니다. 야당 의원을 엄청나게 빼가고 세무조사가 이루어지고 재판에 회부되고... 이른바 총풍 사건의 배후 인물로 제가 지목돼서 안기부에서 얼마나 조사했습니까? 어떤 언론에는 마치 간첩 두목처럼 위에 박관용이 있고 하수인으로 있고 이북하고 연결이 되고... 이렇게까지 매도당했던 사람입니다.




저는 용케 끝까지 이 당에서 견디기는 했습니다만 이런 모든 것들이 실증적으로 나타났듯이 야당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것이 여당의 기본 전략입니다. 그 전략 자체가 좋다 나쁘다 평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치가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라 하더라도, 마키아벨리스트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집요하게 야당을 분열시키려 하는 것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대선이 다가올수록,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가지고 있을 수록 그 집단은 분열되지 않습니다. 특히 경상남북도가 조금 정서가 다르다 해서 이걸 이용하려 하는 것은 제가 이름을 들지 않더라도 지금도 역할을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그와 같은 전략은 갖고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을 많은 여당 의원들에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27. 오늘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치 지도자의 한 분으로서 젊은 네티즌들한테 현 정치에 대해 이야기나 당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요즘 네티즌 시대라 하는데 그 용어는 아마 시티즌과 인터넷이 합해진 거라 생각됩니다. 많은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직접 기회를 갖게 할 수 있고, 이런 기회를 가져와서 정치적 발전, 국민의 정치 참여 폭이 넓혀졌다는 의미에서는 대단한 발전이고, 이 나라 민주주의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습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익명도 가능하고 일방적인 주장도 가능한 상황에서 우려할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의 직접정치를 계속 확대해 나가려면 참여하는 네티즌들이 합리적인 사고와, 적어도 민주주의를 수호해야겠다는 자기 기본 자세가 있을 때만이 건전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요즘 흔히 있는 것처럼 어느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심한 욕설과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네티즌들이 의도적으로 동원된다면 이것은 큰 불행을 가져 올 수도 있다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정보화 사회는 바람직하고 대단히 유용한 일이지만 때로는 엄청난 사고도 발생할 수 있고, 이 사회를 오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모든 네티즌들에게 설명하고 싶습니다. 다 아시는 얘기입니다. 실천할 줄 아는 네티즌이 되어야 만이 이 나라 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봅니다. 제가 부작용을 너무 부각시키는 것 같습니다만 이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기에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e윈컴에서 네티즌 여러분께 제 소신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데 대해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동안 e윈컴이 많은 정치인들을 통해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와 같은 프로를 확대해 나가서 이 나라 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박관용 의원 홈페이지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

SNS 기사보내기

키워드

#좌담회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