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공조라는 틀 속에서 민주당의 설익은 급진적 개혁정책에 자민련의 정체성을 변형시켜 협조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지지자들을 볼 때 곤혹스럽다”며 “DJP 공조는 정책공조이지 선거공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1. 1. 6월 국회에는 각종 개혁 입법처리가 몰려 있습니다.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간 긴장이 감돌고 있고 돈세탁방지법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자민련의 목소리는 언론에 잘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 안 나오는 이유는 우선 FIU법이 있기 전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언론이 양당 구조로 가져가려 해요. 여권과 야당, 여권이라 하면 민주당과 자민련인데, 두 정당 중 민주당을 대표 주자로 내세우고 여권과 야당의 양당 구조로 가려는 한국 언론의 속성, 관행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하시면 되고, 제 개인 생각은 이번에 러시아나 핀란드·노르웨이를 가보고 왔습니다만 21세기에는 다당제 시대입니다.




다당제 시대란 다른 말로 하면 소수 의견이 침해되고 무시되지 않도록 대변하는 시대적 정신이 21세기 정신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제도인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어떤 나라도 다당제입니다. 러시아도 5-6개 정당이 있고 핀란드·노르웨이·불란서·독일 다 5-6개 정당이 국정을 끌어가고 있고, 일본만 하더라도 대여섯 개 정당이 끌고 가고 있죠. 유독 우리나라만이 양당구도로 끌고 가려는 언론의 속성 (이것은 대단히 저희들로서는 불만족스럽고 앞으로 시정돼야 되겠다는 생각이지만)으로 자민련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정부에서 처음 내놓은 재경부 원안은 영장 없이 국민의 계좌를 추적할 수 있다는 거여서 '그건 안 된다, 설사 잘못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엄정한 법 절차를 밟아 처벌하거나 잡아내겠다'는 생각에서 재경부 문건에 대해 법안심의 소위에서 논란이 있었어요. 저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마약이나 밀수·매춘 행위로 해서 돈 번 사람들을 내버려둘 수 없지 않느냐, 이런 불법이나 검은 돈의 출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FIU에 일정한 권한을 줘야되겠다'고 한 안이 재경분과위원회 수정안입니다. 이것이 법사분과위에 넘어갔는데, 원래 법사분과위원회에서는 해당 상임위에서 법사위에 넘어오면 자구(字句) 수정이나 법체계를 심의하는 곳이 법사위 성격인데 변질돼서, 'FIU법에다 정치자금 분야를 넣어라, 정치자금문제도 들어가야 되겠다'고 주장하고 나왔어요.




FIU라는 것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냐 하면, FIU 기관을 '행정기관으로 생각할거냐 수사기관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판단 문제가 있어요. 선진 외국에서는 FIU를 행정기관으로 생각합니다. 불란서나 영국·일본들은 금융 거래에 의혹이 있을 때는 그 의혹 사항을 수사기관에 통보해주는 기능을 FIU가 갖고 있어요.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FIU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즉시 조사할 수 있고 계좌추적 할 수 있는 수사기관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본질적으로 들어간다면 우리나라 FIU를 행정기관으로 갈 거냐 아니면 수사기관으로 갈 거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달려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경찰·검찰·감사원·국세청 이런 국가 모든 기관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고 있고, 실명제법에서는 엄격하게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계좌추적 하는 것은 제한하고 있어요. 그러면 FIU에 또 계좌권을 주면 '대한민국은 국가의 모든 기관이 다 달려들어 국민들의 계좌추적을 파헤쳐도 괜찮단 말인지...' 그런 강한 의문이 생깁니다. 물론 불법자금을 거래하는 정치인이나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런 사람 몇을 잡기 위해 법 전체를 국민 전체 계좌를 추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정치자금 문제를 FIU법에 넣고 안 넣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본질은 'FIU에 계좌추적권을 줄거냐 안 줄거냐', 준다면 대만이나 싱가폴처럼 수사기관화 하는 것이고, 안 주고 행정기관으로 한다면 독일이나 불란서·이태리처럼 의심이 갈 때 검찰·관세청·국세청·경찰·금융감독원에 통보해주는,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란 말이죠. 이것을 분명히 국회의원이나 국민들이 아셔야 하는데 이 문제는 빼버리고, 마치 정치자금을 넣으면 좋은 법이고 빼면 집단 이기주의로 비춰지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사실 이 법이 통과 돼 예를 들어, 통장에 일억을 넣었는데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그것을 계좌추적을 합니다. 출처가 모호하다면 즉시 국세청에 통보할 겁니다. '이 사람은 조세 포탈한 거 같다'면 계좌추적을 해서 '이 돈이 어디서 났느냐? 입증해봐라' 해서 입증 못하면 증여세 맞습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서 다 찾아내야 되고, 또 찾아내면 좋죠. 사생활침해라는 엄청난 또 다른 어두운 면이 있다 하더라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받아서 불로소득이라 해 증여세를 무는 건 좋지만, 영장에 의하지 않고 FIU직원이 임의로, 자기 마음대로 계좌추적 한다면 그것 또한 심각한 문제죠.





심도 있게 이 법의 본질이 뭐고, 국민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은행 금융거래에 어떤 혼란이 오고,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아주 주도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 이 법인데, 개인적 생각으로는 국민이 원하면 정치자금법을 넣자는 데 찬성입니다. 계좌추적권도 주자는 데 개인적으로는 둘 다 찬성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민 사생활보호, 금융시장의 혼란 문제, 이 법이 시행됐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문제들은 상당히 심각한 거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해서 한나라당이 그 이튿날 반대하고 나왔죠. 정치자금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FIU에 계좌추적권을 줘버리면 이게 '무소불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뒤진다...' 검찰이나 경찰·국세청 등은 영장을 발부 받아 뒤져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고 민주주의 절차와 원칙에 따라 하는데, 이 법이 허용해 버리면 마음놓고 뒤진단 말이에요.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국민의 선택입니다.




2. 총무님께서 총무회담에서 이 법의 크로스보팅을 제안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의원들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해서 당론으로 가자면 가는 겁니다. 원내총무란 당의 대표위원 아니겠어요?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총무 개인 의견보다는 당의 대표위원으로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죠. 총무라고 마음대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니까...




3. 이상수 총무나 이재오 총무 인터뷰 할 때 과연 크로스보팅할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의 기준이 어디 있느냐...




그것도 사실 대단히 어려운 질문인데 '무엇을 크로스보팅으로 하느냐, 무엇을 당론으로 가느냐...'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따른다면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헌법 기관이에요. 따라서 국회의원 소신에 따라 헌법기관으로서 투표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당론이란 게 사실 원칙은 아니죠. 원칙은 국회의원이 소신껏 개별 투표가 원칙이고, 예외적인 측면으로 당론이 예외란 말이죠. 당론이란 게 뭡니까? 당론이 결정되면 국회의원이 따라간다? 그건 잘못된 일이죠.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 소신껏 투표를 하되 당의 여러 입장을 고려하고 국민적 이미지 이런 걸 고려해서 내 의견에는 맞진 않지만 당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협조해 주겠다는 측면에서 당론에 따라 투표한다는 의미인데,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은 아직 정형화된 것이 없는, 대단히 애매모호합니다. 미국의 경우 당론이란 게 별로 없고 크로스보팅 합니다. 우리나라는 예를 들어 아주 국가적 중대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그런 현안, 국가안보, 국방문제, 외교적 중대한 문제, 국민의 생명·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당론을 결정해서 투표들을 하는 관행으로 움직여가고 있죠.




4.이 부분이 정치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존에는 말씀하신 당론에 의한 투표밖에 없었는데, 이 부분들이 '당리당략에 의해 이루어진다, 궁극적으로 보면 일인보스정당, 거수기정당'으로 지칭돼 왔습니다. 정치개혁의 핵심이 정당 민주화고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제 모습을 찾을 때 우리 정치는 새롭게 나갈 수 있지 않냐 얘기들이 많은데...




100% 동감입니다. 저는 솔직히 옛날부터 크로스보팅을 주장한 사람 중 한사람이에요. 크로스보팅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데로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당내 민주화가 활성화되고, 올바른 국정 수행을 위해서는 크로스보팅을 원칙으로 삼고, 다만 현대 국가 특징 중의 하나가 정당정치인데,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정당이 하나의 지향하는 바, 목표점이 있는데 수시로 이탈한다면 정당이 유지 안 되겠죠. 자기가 소속된 정당이 유지되고 그 정당이 국민들한테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중대사, 국민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크로스보팅이 원칙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기본적으로 동감입니다.

2. 5. 국가보안법 개정은 여론 조사에 의하면 과반수가 지지하는 사안인데 자민련의 당론은 개정불가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답변하기 전에 국가보안법이란 문제는 작년 6월 13-15일까지 평양을 다녀왔는데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른바 실세들은 국방위원들이 대부분인데 조명록 육군대장, 장성택 국방위원, 김정일 여동생 김정희씨 남편인 김영대 조선노동당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사실상 당을 직접 운영하는 사람이죠.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왔는데, 거기서 제가 논란을 벌렸던 게 "대한민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고 북한에는 북한 형법이 있고 노동당 규약이 있는데, 앞으로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거쳐 남북교류협력화해시대가 도래한다면 당연히 양쪽이 갖고 있는, 그것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법을 개정해야 될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데, 북한에서도 형법과 노동당 규약을 바꿀 용의가 있는가?" 답변을 못 들었어요. 물론 현재 상태에서 남북이 교류하고, 대화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답방하도록 돼 있는, 그런 화해와 해빙·협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국민여러분들께서 느끼시듯 북한 쪽에서 가시적인 조치가 나온 것은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금강산 관광 이외는 아직 실질적이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는 우리한테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도 일년이 넘었지만 아직 안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노동당규약이나 형법을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나 언질도 없습니다. 물론 북한은 일인통치체제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활발한 논의나 토의과정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조짐이 안 보이고 있어요. 또 실질적인 무기 감축이나 군사 전진배치의 후퇴문제라든가 이런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우리가 교류·협력·대화를 하고 있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남한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는 어떠한 가시적 조치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안보의 기틀인, 대한민국의 안위에 관련되는 가장 중대한 국가보안법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개정하는 문제는 대단히 고민스럽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쪽이 하나도 안 변했는데 이쪽만 저쪽 찬양해도 괜찮고, 간첩 내려와도 신고 안 해도 괜찮고... 이것은 좀 곤란하지 않는가 하는 게 자민련 입장인데, 소속 의원들은 제가 알기로 대다수 의원들이 당론이란 문제를 굳이 걸지 않아도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보고, 한나라당도 극소수 몇 분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크로스보팅이 아닌 당론으로 가서 결정하겠다 해서 "왜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결정하려는가" 하고 물어봤어요.




이건 너무나 중요한 국가 중대사이고 국가 안위와 국기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크로스보팅은 안되겠다는 게 현재까지의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의 의견은 크로스보팅으로 들어가자는 게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아무튼 자민련은 국기와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과 재산과 관련된 중대한, 우리나라를 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당 입장은 어떤 비판이 있다 하더라도 확고하게 나라를 지킨다는 일념에서 이 문제만큼은 굳건하게 당론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6.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 상호주의 원칙에 의해 보안법 문제는 다루어져야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신데, 그 부분과 별개로 그 동안 보안법이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던 측면들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그래서 폐지가 아니라 개정 쪽,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문제에서 악용된 부분을 없애자면서 개정 쪽으로 의견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국가보안법 문제를 정권유지의 악용 수단 사례가 있었다는 말에 대해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7-80년대 민주화 시대를 지나서 90년대 문민정부를 탄생시켰어요. 평생을 민주화 투쟁을 위해 살아오셨던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한 지 5년이 지났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셨던 김대중 대통령께서 세우신 국민의 정부도 3년이 넘었습니다. 8년의 세월이 민주투사로 일관해 오신 두 대통령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렇게 반문하고 싶어요. "8년 동안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정권유지 차원에서 악용한 사례가 있던가요?" 8년 동안 정권유지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악용해 쓴 사례가 있다면 대답해 보세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적어도 국가보안법을 정권유지 차원에서 악용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이건 문제없는 겁니다. 다만 이 법이 문제 있다면 아까 말씀드린 데로 간첩이랄지 대한민국을 전복하기 위해 북한을 찬양하고 지지하면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우리 국민의 정서에서 보고 있는 거예요. 국가보안법이 악용된 과거 군사독재시대에 있었던 사례만 가지고 개정해야 되겠다는 것은 너무 논리비약 아니냐... 현재 8년 동안 문민정권·국민의 정부 들어서 아무런 문제없다고 확신합니다.




7.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학비리 근절과 민주적 학교운영이라는 기본 취지를 가지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마련됐는데, 사학 운영권에 대한 훼손, 사유재산보호 이런 차원에서 상당히 반대도 많고, 특히 자민련에서는 반대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론으로 확정됐는지....




우리나라 교육 투자가 GNP의 5%가 넘지 않습니다. 제가 86년부터 89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LA에서 외교관을 지냈어요. 당시 캘리포니아 한 개 주에 교육부문 예산이 대한민국 전체 예산보다 2배 정도 많습디다. 우리는 공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이 GNP의 5%도 안 된단 말이에요. 우리는 국가예산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싫든 좋든 간에 사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사학에 의존한다는 것은 누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과거 사학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비리가 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런 비리와 비위(非違) 속에 사학이 커왔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 하지 않았어요? 소 팔아 바치고 그 등록금 받아 커지고 오늘날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의 학교로 성장됐죠.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시장경제원리에 살고 있고 민주주의국가입니다. '사학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그러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누가 사학에 돈을 투자하겠는가'라는 논리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사학에 투자해 교장도 임명하고, 총장도 임명하고, 경영·인사 등 사학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것을 주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지, 사학에 투자했는데 '교사 임명권 전혀 못 준다, 경영에서 손 떼라, 당신은 돈만 투자해라, 인사권·재정권·운영권들은 교수회나 운영위원회에 다 넘겨라' 참 좋은 말씀이죠. '다 넘겨주마, 나는 돈만 대겠다'는 성인군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이 세상은 간단치가 않거든요. 돈을 벌어 아무 사심 없이 '사학에 돈 다 대주겠다, 모든 것은 알아서 해 봐라...' 그런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들고, 사학 재단이 비리가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장이나 운영위원회·교수회에 다 물려줬는데, 회장이나 총장·교장·운영위원장 등 과연 거기도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 있다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거기도 나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온갖 비리가 존재할 수 있는 논리 또한 성립된단 말이에요. 이 문제는 사람의 문제이지 제도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거죠. 만약 그렇게 다 물려줬는데 운영위원장이나 총장·교장·협의회장이 비리를 저지르고 전횡을 저지른다면 그때 또 법을 만들 겁니까? 누구한테 물려줄 겁니까? 따라서 이것은 여기가 나쁘기 때문에 이 사람한테 줘야겠다는 그런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사회에서 사학에 많은 돈을 투자해서 재원이 부족한 공교육 분야의 예산을 보완해주고 사학에 투자하는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자민련 입장입니다.

3. 8. 지난번 모성보호법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자민련이 재벌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달걀시위를 자민련 당사에서 했습니다. 연유를 알고 싶습니다.

<모성보호법! 모성을 보호하고 모성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도 어머니가 있고 아내가 있는데, 모성에 대해서 모성의 권익과 권리를 보장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다만 현재 민주당에서 내놓은 모성보호법의 골자를 말씀드리면 '첫째, 출산하면 60일 유급휴가를 주는데 90일로 주자. 둘째, 태아 검진이나 사산했을 때는 한 달간 유급휴가 주자. 셋째, 자기 가족 중 아픈 사람 있으면 두 달인가 유급휴가 줘야 된다. 넷째, 생리휴가를 유급으로 줘라.' 이 법안들은 ILO(세계노동기구)에서도 인정하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겁니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생리휴가 달라고 월급 받고 쉬어, 태아 검진한다고 유급휴가 받고 쉬어, 사산했다고 쉬어, 자기 가족 중 아픈 사람 있다고 두 달간 월급 받고 쉬어, 출산했다고 석 달 동안 쉬어... 기업하는 사람들이 여성을 채용하려 할까요?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여성 근로자들은 이익을 받을 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채용될 여성들한테는 불이익이 되겠죠. 왜냐면 기업주들이 여성채용을 기피할 거란 말이죠. 그게 큰 이유 하나인데 여성 전체로 볼 때는 결코 바람직한 법이 아니란 거죠.




그러면 이러한 것들을 하려면 연간 8천억 정도의 돈이 필요한데, 기업이 전부 부담할거냐 정부랑 반반할거냐... 민주당 안은 반반하자고 나와 있어요. 기업이 부담하는 4천억은 별개로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4천억을 부담해야 하는데, 내년부터 보건복지부나 노동부 어느 부처든 예산에 넣어야 될 거 아니에요. 제가 복지부장관·노동부장관 오라 했어요. "당신이 주무장관이니까 이 돈을 책임지고 넣을 수 있겠는가? 정부에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겠는가? 이 돈이 어디서 나올 것인가? 건강보험으로 넣을 건가, 고용보험으로 넣을 건가..." 장관이 '자신 없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자민련이 이 법을 어떻게 찬성해줍니까?




정부 주무부처 장관이 자신 없다 하고 고개를 젖고 있고, 기업하는 사람들이 현 단계에서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데 이 법을 시행하면 기업체가 더 어렵다... 이것은 재벌을 대변하는 게 아닙니다. 경제계 우려의 목소리를 대변한 거예요. 제가 민주당과 정책 협의를 할 때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민주당 어떻게 하느냐?"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그러면 2년 동안 유예합시다. 법은 통과시켜놓고 2년 동안 시행을 유보합시다." 저는 국민이 오해하니까, 자민련만 반대한다고 자꾸 그러기에 "좋다, 유예하자.




그러나 한 말씀 드린다면 2년 동안 미루어야 할 법을 뭐하러 지금 통과시키나? 그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거 아닌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거 아닌가, 경제계가 어렵고 이 법이 통과되면 여성들한테 궁극적으로는 피해가 간다고 솔직해지자. 국민들한테 현재는 비난받더라도 이 법이 통과되면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 법을 통과시키려니까 주무장관들이 곤란하다 얘기합니다'라는 소리를 왜 못하는가. 정부나 정치인이 솔직해야지." 그래서 자민련은 경제계와 기업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되겠다... 보십시오. 여성계와 시민단체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면 경제계나 기업하는 사람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도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야 형평이 맞는 거 아닙니까?




9. 16대 국회 들어와 자민련이 교섭단체 20석을 확보하지 못해 국회법 개정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 왔는데, 임대의원을 통해 가까스로 20석이 됐습니다. 사실상 교섭단체 20석이란 게 군사정권 시절 군소정당을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데....




이 문제는 자민련 문제가 아니고 민주주의 운영과 원칙에 관한 문제에요. 국회교섭단체라는 문제는 국회교섭단체가 없으면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못합니다.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아니면 총무실 배정 못 받습니다. 교섭단체가 되지 않으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의견을 발표할 기회가 없고, 상임위 운영에서 배제됩니다. 국회에서 대표위원 연설도 못합니다. 국민들이 잘 이해를 못하시는 데 정당과 교섭단체 의미는 조금 틀립니다. 무슨 당 무슨 당은 있지만 국회에 들어와서 교섭단체 20명이 안 되면 상임위에 간사를 못 내고, 대표연설도 못하고, 국회에 들어와 방 배정도 못 받고, 국고보조도 못 받고... 여러 가지 불이익이 많아요.




외국에서는 '소수의 정당이라도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게 국회의원 아니냐' 해서 법이 아닌 의사규칙에 5석, 3석, 2석 이렇게 하고, 어떤 나라는 아예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안 만들거나 5%, 그것도 법이 아닌 의사규칙으로 극소화합니다. 이유는 교섭단체는 21세기 시대에 소수의견이라도 그 의견을 대변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와 그 소수 의견을 국회에서 대변하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데로 우리나라 교섭단체는 20명으로 묶어놨어요. 이게 74년인가 73년인가 유신정권에서 조그만 야당이 교섭단체를 못 만들게 하기 위해서 유신헌법에서 강제적으로 묶어 놓은 법인데 저는 어떤 생각을 했냐면, 자민련이 지난 16대 총선에서 10%에 가까운 유권자의 표를 받았습니다. 국민 유권자중 10%가 자민련을 지지했는데, 자민련은 10% 유권자의 권익을, 주장을, 의견을 국회에서 대변해 줘야 해요. 교섭단체가 안 됐으니까 10% 의견은 사장되고 무시당하는데,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 이 말이에요. 그래서 교섭단체 수를 외국처럼 5%로 낮추자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 주장하니까 자민련은 '이 법을 개정하자, 20명은 너무 엄격하다, 소수 의견 10%를 국회에서 반영시켜줘야 하니까 법을 낮춰 14석 정도 하자' 주장하니 어떤 정당에서는, '축구 게임을 하는데 선수 한 명이 빠졌다 해서 11명 뛰는 걸 10명으로 바꾸자 하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합니다.




스포츠란 것은 상대방이 이기거나 내가 이기거나... 그러나 정치는 내가 이기고 상대방이 지면 정치가 안 되는 거예요. 정치는 나도 이기고 너도 이기는, 같이 빛나는 소위 상생이 정치의 근본이거든요. 정치란 같이 살자, 같이 돕자, 서로 빛나자... 상생의 정치 아니겠어요? 스포츠는 네가 죽고 내가 살고 상살의 정치란 말이죠. 상생의 정치와 상살의 정치를 구별하지 못하는 얘기죠. 국민의 의견을 국회에서 충분히 수렴해 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숫자를 고쳐서라도, 소수의 의견이라도(10%면 적은 숫자가 아니거든요) 이걸 국회에서 대변할 수 있도록 고쳐주는 것이 원칙이지 고집 부려가면서 못 고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상생하자는 얘기가 아니죠.




10. 충분히 일리가 있으면서도 그러면 총선 전에 추진해야 됐지 않느냐...




그것도 굉장히 경직된 사고방식인데, 외국에서는 총선이 끝나면 총선 결과에 따라 교섭단체 수를 바꿔줍니다. 제가 가져온 자료에 보면 나라별로 나와 있는데, 교섭단체란 게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국회에 와서 의견을 대변하는 기능이 교섭단체인 거예요. 의석수가 비록 적더라도 소수 유권자에게 뽑혀 국회의원이 된 거 아닙니까? 소수 의견을 대변하라는 게 교섭단체 의미인데 수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 20명이 금과옥조 같은 원칙은 아니잖아요. 유신헌법에서 야당 때려잡으려고 엄격하게 20명으로 만들어놨는데, (그 전에는 10명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법을 고쳐 20명 안 되는 정당은 다 그만두고... 그럼 자민련을 지지했던 10% 권리는 어디 가서 찾느냐...

4. 11. 이번 6월 국회에서 국회법 처리를 위한 무슨 복안을 가지고 계시는지...

저는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해와 협조와 성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제 논리에 무리함이 있다거나 억지를 쓴다거나 자민련의 권익을 위해 한다면 그건 억지죠. 그러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주장한 거예요. 예컨데 노동당, 진보정당 이런 정당들이 다음 17대 선거에서 13석, 14석 나왔다면 교섭단체 만들어 줘야죠. 5석 나왔다? 만들어 줘야죠. 왜 안 만들어줍니까? 진보정당이나 노동당을 지지했던 5석의 유권자 의견을 국회에 들어와 대변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외국에서는 선거 후에 의석 수를 봐 교섭단체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의 소수 의견도 얼마든지 대변해라, 민의를 대변해라' 이거에요. 그래서 외국에서는 아예 교섭단체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거나 또는 두더라도 법이 아닌 의사규칙에 두거나, 퍼센트도 5%나 3%, 2% 그렇게 두는 겁니다.




12. 이상수 총무가 "DJP공조가 개혁의 걸림돌이다"고 말해 총무께서 격노했고, 사과로 일단락 된 것 같은데, 이 정권이 DJP공조로 탄생할 수 있었고 연초에 신DJP공조, 3당 연합으로 넘어가면서 새롭게 나가고 있는데, 흔히 민주당에서는 국정난맥의 원인 제공 자체가 DJP공조라는 인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문제도 상세히 말씀드려야 할 거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분법적, 소위 흑백논리에 대단히 익숙해져서 흑 아니면 백입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 정치인들 중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흑과 백의 중간, 회색 다른 표현으로 중용이죠. 가운데 가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색분자라 하는데, 회색분자는 기회주의자이고... 사회적 정서가 대단히 안 좋게 보고 있죠. 정치는 A와 B 주장이 달라 서로 상대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면 상극이죠. 마주치는 열차와 똑같습니다.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민주주의는 타협과 양보가 기본 원칙인데,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타협 안 하고 갈 수 있습니까? 타협하고 양보하고 합의를 봐야 되는데, 서로 다른 주장이 합치는 중간 지점을 해야 되는데,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한테 '왜들 그리 싸우느냐? 정치인들은 밥만 먹으면 싸운다, 싸우지 말고 타협 좀 해봐라, 대화 좀 잘 나눠라...' 타협하고 대화하고 설득하려면 양쪽 주장의 중간지점에 와야 안 싸우지, 한쪽에서는 흑백논리를 좋아해 이거 아니면 저거고, 국민들은 타협하고 양보하고 협상하라 하는 이런 이중성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욕을 하는데 그 틈에 우리 정치인들은 참으로 어려워요. 싸우면 싸운다 하고 타협하면 기회주의자, 회색분자라 하고 어떻게 입장을 견지해야 할지... 이런 모습 속에서 우리 정치가 가고 있는 겁니다.




자민련과 민주당이 공조하고 있어요. 우리는 공조하고 있습니다만 비판하는 사람은 야합이라 해요. 국회의원 수가 273명인데 그 과반수는 137명으로, 어떤 법을 통과시키려면 이론적으로 137명이 있어야 법을 통과시킵니다. 민주주의라는 게 51:49, 과반수 이상이 돼야 민주주의가 되는 거 아니겠어요? 이 국회를 원만하게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면 137석이 되야 하기 때문에 연합한 건데 어떤 사람은 야합이라 한단 말이에요. 러시아 같은 나라도 대여섯 개 정당이 공조하고, 핀란드나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예요. 그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야합이라 하지 않습니다.




정당간에 오순도순 모여 공조하고, 물론 과반수가 넘은 정당이 있으면 제1당이 돼서 국정을 책임지고 갈 수가 있죠. 그러나 민의가 과반수를 안 줬단 말이에요.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133석을 주고 민주당 119석, 자민련한테 17석, 무소속 4석을 줬어요. 과반수를 넘은 정당이 없게 국민들이 표를 준 이유는, 어떤 정당이 됐든 서로 합쳐서 과반수를 넘게 해 가지고 국정을 끌어가라는 뜻 아닙니까? 국민들은 과반수가 넘은 정당이 없게 표를 주시고는 과반수를 넘기 위해 어느 정당과 정당이 공조한다고 해 잘못됐다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런 의미에서 DJP공조를 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로 이상수 총무 얘기를 하셨는데, 이상수 총무가 '자민련이 개혁의 걸림돌이다, 자민련 때문에 인기가 떨어진다...' 정당의 색깔, 정당의 이념은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보면 극우에서 극좌까지 있어요. 극우, 우, 보수, 중도, 자유, 진보, 급진, 좌, 극좌 이런 이념적 스펙트럼이 있는데, 일반사람들이 얘길 할 때 자민련 하면 '보수', 민주당 '약간 진보' 이렇게 봐요.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언론은 '보수' 하면 '수구세력'이다, 시민단체들이 흔히 '보수는 수구세력이다' 그런 얘기하잖아요. 보수는 수구가 아닙니다. 보수의 진정한 개념은 점진적 개혁, 점진적 변화입니다. 그럼 진보는 급진적 개혁, 급진적 변화입니다. 급진적 변화와 급진적 개혁하는 민주당과 점진적 변화와 점진적 개혁하는 자민련이 공조하고 있는 거예요.




각기 함정이 있는데, 민주당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개혁하다보니까 그 정책이 검증 안 되는 거예요. 검증할 시간이 없어 급진적으로 하다보니까 의약분업이나 공교육... 이런 것들이 국민들한테 비판받고 민심이 떠나는 것 아니겠어요? 시행착오를 겪는 게 아니겠어요? 국민들이 민주당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겁니다. '의약분업, 검증되지 않았다, 준비 덜 됐다...' 공교육이나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죠. 북한이 어떻게 나오나 조심스럽게 검증해가면서 해야 하는데 급진적으로 하다보니 '맨날 퍼주느냐' 이렇게 나온단 말이에요.




자민련의 맹점은 점진적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개혁하다 보니까 '너무 느리다, 도대체 개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좀 급한데, 그것을 만족시킬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서히 변화하고 서서히 개혁합니다. 서서히 변화하는 개혁과 급진적으로 변하는 개혁이 공존하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시각의 차이이지, 급진적으로 변하고 싶은 사람들이 볼 때는 서서히 변하는 사람이 답답해 보이고, 서서히 신중하게 검증도 해가면서 변하고자 하는 자민련 입장에서 볼 때는 민주당이 조금 성급하게, 조금 경솔하게 보이는 그런 충돌입니다.




민주당에서 자민련 때문에 개혁에 걸림돌이고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사실은 거꾸로 자민련이 민주당 때문에 곤혹스럽게, 피해랄까 그런 게 있죠. 급진적으로 내놓은 개혁정책을 공조라는 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협조해야 되니까, 그 협조해 준 정책이 설익어 국민들한테 호응을 받지 못할 때 곤혹스러움과 두 번째로, 이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 공조를 했잖습니까? 과반수를 넘겨야 하니까...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두 당이 공조를 하는데, 그러자면 자기 주의·주장을 다 내세울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요? 자민련의 원래 정체성, 주의·주장, 자민련의 노선과 색깔을 강조하다 보면 공조가 안 되는데, 어떤 때는 정체성·노선·색깔을 약간은 변형시켜야 될 때가 있어 변형시키다 보면, 자민련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실망을 줄 수가 있죠. 그때 자민련은 표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곤혹스럽다 이 말이죠.




그렇게 본다면 자민련 또한 상당히 고통스럽고, 피해란 말을 쓰지 않겠습니다만 대단히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되는데,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것은 급진적 개혁과 점진적 개혁이 서로 상충되는 개념보다는 서로 보완하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 협조하고, 서로 감싸안는 대승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두 당의 공조는 잘 될 것이라는 결론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이상수 총무의 발언에 대해서는 통 크게, 너그럽게, 불쑥 튀어나온 돌출 발언 정도로 치부하고 자민련은 대범하게 앞으로 정국 안정과 양당간의 공조(이건 정책 공조입니다. 선거 공조가 아닙니다)를, 전국의 안정, 나라의 안정,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공조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13. JP에 이어 충청권의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가 현재 여론조사로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가장 유력합니다. 이 최고에 대해 촌평을...




이것도 저로서는 거북스런 질문인데, 나는 어느 지역의 맹주란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충청 지역의 맹주, 호남 지역의 맹주... 그것은 적절치 않고, 국민화합이나 국민 통합적 측면에서 볼 때 그런 용어나 인식들은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 이인제 최고가 여론조사에서 얼마나 되는지 %에 대해서는 볼 기회도 없었고 잘 모릅니다. 아직은 우리 경제가 대단히 어렵고, 정국이 혼란스럽고, 아직도 IMF 후유증과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누가 됐든 대권후보 논의에 대해서는 연말까지는 유보하고 민생을 먼저 생각해야 할 거 같아요. 국민을 쳐다보면 '과연 대권논의를 지금 해야 될 시기인가?'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반성이 됩니다. 저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느낌이 공개적으로 퍼블릭화 되면 이인제 최고위원이나 다른 대권후보들한테 단 한 표라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오늘은 사양하겠습니다.

5. 14. 총무님께서는 "지금도 내각제 약속이 유효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국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내각제 개헌은 물 건너 간 거 아니냐...

사실은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도 해봤고, 정부통령제도 해봤고, 내각제도 해봤고, 내각제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도 해봤고... 안 해본 제도가 없어요. 다 해봤어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돼서 국회가 출범한 이후 53년 동안 입헌 군주제를 제외한 모든 제도는 다 해봤어요. 우리는 그 제도의 장단점을 다 알게 됐습니다. 제가 정치권에 몸담고 6년째 해보니까 문제는 우리나라가 너무 1인 보스중심, 정당도 그렇고 국정 운영도 그렇고 모두다 청와대만 쳐다보고 총재만 쳐다봐요. 모두다 거기 지시만 쳐다보고 자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당론도 총재가 '이렇게 해' 하면 무조건 따라가야 합니다. 안 따라가면 다음 공천을 못 받아요. 대통령이 장관한테 '이렇게 해라' 해 그 지시를 안 따르면 그만 둬야 해요. 심지어 국장, 저 밑에 있는 일선 공무원까지도 대통령 말씀을 안 들으면 그만 둬야 된단 말이에요. 도대체 이래가지고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는가?




21세기 시대는 다원화·전문화·개성화·정보화·지식화·과학화 시대입니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소중히 존중받아야 되거든요. 머리에 노랑물을 들였다 해서 비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왜 노랑물을 들인 젊은 청년들을 비난합니까? 그건 그 사람의 개성이란 말이에요. 공동체에 위화감만 안 주면 되거든요. 한사람의 아주 작은 생각과 작은 목소리도 존중받아야 되요. 시대적 흐름이 이렇게 가는데 아직도 제왕적·권위주의적 대통령중심제에서 이 나라를 끌고 가야 되느냐는 생각에, '그러려면 내각책임제로 가야겠다.' 내각책임제란 것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그것을 국회의원이 대변해서 국회에 와서 국민의 모든 의견을 충분히 국회의 장(場)에 쏟아 붓고, 정치를 하다가 국민들의 마음에 안 들면 국회해산하고, 국회에서 국무총리 뽑고 수상 뽑아서 수상이 잘못하면 국회의원들이 불신임안 내가지고 수상 못하게 하고... 소위 책임정치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임기 도중이라도 국회 해산해 국회의원 갈아버리고 국무총리, 수상도 잘못하면 국회의원들이 불신임안 내가지고 그만두게 하는 책임정치가 21세기 시대정신이 아니냐 하는 측면에서 내각제를 주장하는 것이고, 자민련이 내각제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DJP합의정신에서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이 IMF라는 이 어려운 과정에서, 내각제 하기에는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거론하자는 식으로 결말이 난 것이지, 김종필 명예총재 자신이 내각제를 포기한 적이 없고, 우리가 민주당한테 '내각제 포기했다' 말한 적도 없고, 내각제는 계속 유효하고 21세기 시대정신과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는 계속 논의해가고 앞으로도 우리 당 축으로 해갈 겁니다.




15.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출마 설이 많습니다. 계획이 있으십니까?




충남 도지사! 도지사라는 직책은 행정기관 장인데, 저는 도 단위 기관장을 두 번씩이나 한 사람입니다. 행정고시를 합격해서 경제관료로 입문해 치안관료가 되고, 외교관도 해보고, 외국서 공부도 해보고, 박사학위도 해보고...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많은 과정을 거쳐봤어요. 현재 저한테 맞는 적성은 국회의원이라 생각됩니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서 국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권한과 공간이 갖춰진 게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충남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16. 성실하고 생생한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자민련 원내총무로서 네티즌들에게 당당하게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민련 원내총무 이완구 국회의원입니다. 저희 자민련이, 개인적으로는 제가 여러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동을 해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또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요즘 정치 불신의 시대라 합니다만, 국민 여러분과 네티즌 여러분께 흡족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또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직하고, 투명하고, 성실한 정치를 할 것이고, 우리 자민련은 아까 누누이 말씀드린 데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시행착오 없는 정당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우리 자민련, 서서히 변화하고 신중하게 변하는, 개혁하는 정당임을 알아주시고 많이 귀여워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완구 자민련 원내총무 홈페이지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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