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민화협 사무처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시기와 관련, 북쪽은 북미대화가 일정한 궤도에 들어서고, 남쪽 내부의 분위기 성숙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 10월경이 유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 1.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에 참석하시고 엊그제 돌아오셨는데, 매우 뜻깊은 자리가 됐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행사준비에도 직접 참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의미와 평가에 대해 한 말씀 ..

이번 대토론회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평가를 하기에는 시점이 좀 이르다 생각되고 세월이 흘러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의미 중 가장 첫 번째로 꼽으라면 남쪽에서 참가한 대표단의 성격에 있다고 봅니다. 우선 자유총연맹이나 재향군인회 같은 이른바 보수 단체부터 한총련·범민련·민주노동당·민주노총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가장 진보적인 단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좌우가 망라돼 남북이 함께 모인 자리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용사협회나 세탁업협회부터 정당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으로 폭넓게 구성된 남쪽 대표단이 북측과 함께 자리했다는 것이 분단 이후 특히, 48년 김구 선생이 참석했던 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이후에 가장 특기할만한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두 번째는 민간차원의 남북 대화가 당국간의 남북대화보다 앞서 나가고 선도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금강산 토론회가 향후 당국간 회담을 이끌어내는 부분에 있어서 여러 가지 긍정적 역할을 하리라 판단됩니다. 이번 토론회 진행 과정에서 북측이나 남측이 보여줬던 대단히 유연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들이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으리라 생각되고, 이번 토론회가 갖고 있는 총체적인 의미라 할 부분들은 48년에 이뤄졌던 남북간의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다시 재개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고, 지금은 출발이지만 이 토론회 성과를 기초로 해서 남북간의 여러 정당이나 사회단체·종교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폭넓게 토론하고 통일 과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이런 자리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게 이번 행사의 제일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2. 진보에서 보수, 이익단체까지 총망라됐다는데 준비과정에서 상당히 어렵지 않았습니까?




준비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측은 한번 결정하면 관철되는 사회지만 남쪽은 각기 다른 여러 세력들간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되는, 특히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간의 폭넓은 격차를 메워야 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준비 과정 자체가 이 행사의 전부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남쪽에서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내부 상황들에 대해 과거와 달리 폭넓게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줬고, 우리 사회의 가장 우익적인 입장에 서 있던 단체들도 6·15선언 이후에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들에 대해 동의하고, 이른바 우리 사회의 대단히 급진적인 부분들이 이 행사를 함께 하는 데 대해 아무 문제삼지 않는, 굉장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줬기 때문에 행사는 원만하게 치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북측의 유연성이 돋보인 행사였다 말씀하셨는데, 언론에서도 보면 북쪽의 조심성이 여러 군데에서 드러났다 했습니다. 어떤 점이 실제 준비과정이나 행사에서 유연성을 보였는지...




원래 북측은 민족대토론회를 평양에서 할 계획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측의 상황이나 정서를 고려해 장소를 금강산으로 옮긴 걸로 알고, 토론회 주제 자체도 북측의 입장을 반영하기보다는 남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래서 '6·15공동선언과 민족의 과제'라는 아주 평범한 주제를 선정한 것부터, 토론회의 제목·명칭 부분에서도 별다른 가치판단의 여지가 없는 '민족통일대토론회'라는 제목으로, 북이 이번에는 실제로 굉장히 고민하고 남측의 상황이나 이런 부분에서 나름대로 깊이 이해하는 태도로 이번 토론회에 임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4. 토론회 내용 중 북측 봉원익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비서가 "국가보안법 철폐", "주적론 폐기"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북측뿐만 아니라 남측에서도 일부 민감한 문제들을 제기했는데, 별다른 논의나 쟁점으로 되진 않았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어떤 격렬한 논의와 토론회를 통해서 결론을 내자는 입장에서 준비된 게 아니고, 남북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펼쳐 보이고 그것을 서로 인식하고 그 선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준비한 토론회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민감하게 논쟁이 벌어진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5. 그런 차원에서 토론회라는 명칭과는 달리 12명의 대표토론자 발표 뒤 토론 없이 '공동보도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끝맺은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명칭은 토론회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각계 각층이 자기 집단을 대표하는 대표발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토론회로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명칭은 토론회지만 내용은 회의인 거죠. 사전에 준비된 각계 각층, 각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들이 그동안 논의해왔던 성과를 보고하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이번에 토론회 형태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남과 북 각각이 어렵거나 민감한 부분들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의외로 걱정하고 고민하는 내용들에 남북이 동의했습니다.




이를테면 남측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남측 국민들의 정서를 거스릴 수 있는 일부 과격한 논의나 얘기가 매스컴에 그대로 드러남으로써, 모처럼 모인 남북 화해의 자리가 오히려 국민들의 정서를 더 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부분들을 제일 걱정했다면, 북측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측 일부에서 상당히 과격한 발언을 함으로써 오히려 북측 입장을 어렵고 곤란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많이 했는데,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얘기들, 특히 정치적인 문제들이 토론으로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현재 남북관계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부분에서는 남과 북 양측이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의사일정에 있어서도 그런 점들이 감안되면서 별다른 토론 과정보다는 공동보도문을 합의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짓게 됐습니다.

2. 6. 자유연맹이나 재향군인회에서 참석했던 분들은 행사기간 내 어땠습니까?

행사기간 내내 대단히 성실하게 토론에 임했고, 특별히 도출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별적인 접촉 과정에서 여러 의사들을 함께 토론했는데, 일반에 알려진 단체들에 대한 선입관과는 달리 이 토론회의 의미와 남북관계에서 실지로 민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와 국민적 컨센서스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제가 볼 때 다른 단체들과 크게 차이나는 입장이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7. 네티즌들은 48년 남북 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에 참석하셨던 신창균 의장님이 이번에 참석하신 것을 뜻깊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세가 많으신데 건강은 어떻습니까?




남측 대표단에는 신창균 선생을 비롯해서 48년 연석회의에 참석하셨던 분이 두 분 계셨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토론회 내내 아주 진지한 자세로 임했고, 남측 대표단 단장인 이돈명 민화협 상임위 의장은 산행까지도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갔다 오시고, 북측과 견주어 볼 때 전혀 굽힘 없이 노익장들을 과시하셨습니다. 신창균 의장은 토론회 내내 상당히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이셨고 돌아오는 길에 대단히 감격스러워 하시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8. 토론회를 통해 보실 때 남북간의 시각차, 물론 남쪽 내부에도 여러 시각차가 있지만 크게 봐서 남북간의 시각차를 느끼신 부분은...




가장 큰 차이는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는데서 발생한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텐데, '先남북간의 공조와 협력, 後자주' 입장에 서 있는 게 남측 당국이나 민간단체들 주류의 입장이 아닐까 생각드는 데, 북측은 아주 전통적으로 '외세에 대항하는 민족자주'가 모든 문제에 우선하는 선결과제로 제기해왔던 거고, 이 문제와 관해서는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두 번째는 입장의 차이라기보다는서로 준비 정도의 차이에서 오는 거라 봅니다. 남쪽은 계속 북에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얘기하지만 북은 묵묵부답인 것들은 아직 북의 준비 정도 자체가 남측과 화해협력을 폭넓고 깊이 있게 진전시킬만한 내부적인 준비와 태세들이 실질적으로 덜 갖춰져 있는 점들을 반영하는 것이라 보여지고, 반대로 남쪽은 비록 빨리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발전시키자는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서 장애가 되거나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같은 법·제도적인 문제를 통일시대에 걸맞게 만드는 거나, SOFA문제를 포함해 한미관계에서 풀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남측은 북측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준비가 덜 돼 있다 보여지고, 남북 각각 그런 준비 정도의 문제점들이 남북관계의 빠른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 생각합니다.




9.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6·15남북공동성명이 이뤄진 배경에는 '북측이 어느 정도 남쪽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 금강산 사업들을 통해 흡수통일에 대한 것은 포기한 거 아니냐' 하는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저는 그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을만하다 생각합니다. 일단 북측의 대남관이랄까 정책이랄까 이런 부분들이 90년대 들어와서 변화한 건 다 아실 텐데, 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이나 유엔동시가입을 북한이 받아들인 데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서 90년대 걸쳐 전반적인 북측의 대남 정책이나 통일정책에 변화가 아주 깊이 있게 일어났던,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용어나 표현에 있어서는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은, 언어의 불변 속에 내용의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가 90년대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런 부분들이 축적된 바탕 위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부분들이 북측의 태도 변화에 또다른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고 보여집니다. 때문에 90년대 내내 일어났던 북한의 대남·통일정책에서 어떤 오랫동안의 변화와 준비 과정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포용정책을 통해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대남 협상과 정상회담에 나서게 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과거는 은폐된 혁명 위에서 협상과 합작을 얘기했다면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그야말로 무게중심을 좀더 협상 통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합니다.




10. 이번 토론회는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있는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지적합니다.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리라 예상하십니까?




저는 남북관계가 이런 금강산 토론회 한 번으로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리라 보진 않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더 많은 걸 바쳐야 된다 생각하는데, 바친다는 의미는 북에 뭘 갖다준다는 게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버려야 될 게 좀 많이 있다, 그걸 버리지 않으면 남북 간의 진전은 일반이 예상하는 것처럼 쉽게 빨리 진척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곤란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실제로 남북관계 진전은 극적으로 일어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북이 겪고 있는 에너지난, 달러난, 식량난 등에서 북 자신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우리 남쪽이 함께 동참하고 그것을 민족 간의 공조와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아마 북이 극적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한미관계의 사슬에 걸려있는 부분 역시 북의 빠른 남북관계 진전에 계속 걸림돌로 작용할 거다. 이를테면 북측은 매년 50만KW의 전력지원을 남한에 요구하고 있는데, 전력 지원과 관련된 문제는 현재 한미간의 협의사항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도 계속 걸림돌이 될 거로 보여지므로 남북관계의 빠른 진전과 그것을 희망하기보다는 현재 남북 간의 협력과 합작관계들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맞는 단계라 생각합니다. 한번의 정상회담이 가져온 변화는 엄청나지만 앞으로 는 그보다 훨씬 더 엄청난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감수해야 될 고통과 인내들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날 극적인 남북관계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태도가 없는 거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3. 11. 초등학교 통일교육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말씀하신 데로 정상회담이 엄청난 충격이었고, 그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앞으로는 더 큰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하셨는데 어떤 건지...

지금까지 변화는 상대를 인정하는 데 따른 일종의 고통이었던 거죠. 북한과는 더불어 살 수 없는 나라였고, 김정일은 괴뢰집단의 수괴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던 거죠. 그러나 매스컴에 노출된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은 호방하고 시원시원하고, 남쪽 언론이 얘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던 거죠. 그런 점에서 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북쪽 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남쪽의 시각으로만 재단하지 않아야 된다는 데 국민적인 시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정상회담의 변화라고 본다면, 앞으로는 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남북 통틀어 마찬가지겠지만 남한사람들의 경우 특히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대단히 강하고, 국제화된 감각이나 여러 다문화가 공존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한 경험들이 별로 없습니다. 북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경우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어떻게 함께 하나로 살아갈 것인가' 이 문제들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들로 다가올 것이고, 구체적인 생활과 삶과 문화, 이런 일상에 걸쳐서 북이라고 하는 존재가 우리 내면 깊숙이 들어올 텐데, 그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갈 거냐' 하는 부분이 앞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시즘이나 나치즘과 같은 양상들이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강력하게 대두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이것은 토양 자체가 이른바 북한을 내부 식민지로 삼는 분위기가 파시즘과 결합하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반대로 우리 사회가 또 다시 아주 격렬한 좌우대립과 이데올로기적인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면서 5-60년대를 전쟁으로 주저앉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기에, 국제적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시기에 좌우대결과 갈등 속에서 나라 전반이 그 동안 이룩했던 성과까지도 주저앉게 되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단지 '통일은 이런 거다, 왜 통일해야 되는지, 통일은 당위적이고 해야된다' 이런 얘기는 백 번 해봐야 소용없다고 봅니다. 지금부터 이뤄져야 할 통일교육은 '서로 갈등하는 집단 간에 어떻게 화해하고 그 갈등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거냐, 그리고 서로 다른 상대방에 대해 어떻게 관용할 거냐'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배우고 연습하게 하는 그런 과정으로서의 통일 교육이 이뤄져야만 의미 있다 생각하지, 과거 반공교육과 똑같이 '통일은 좋은 거고 이래서 꼭 해야 되는 거고...' 통일에 별 관심 없는 젊은 사람들한테 우린 꼭 통일해야 된다며 주입식으로 교육할 경우 과거 국가 주도로 해 왔던 반공교육과 똑같은 영향들을 주게 될 거라는 점에서, 지금부터는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통일교육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시점에 왔다 생각합니다.




12. 작년 6·15선언 이후에는 남북관계에서 DJ의 포용정책·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대단했습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퍼주기 정책에 대해 반대한다'라는 부분들에 민심이 바뀐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보고 현실은 현실대로 냉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른바 내치(內治)와 관련해서 현정부가 현명하지 못한, 상당히 많은 과오를 저질렀다 생각합니다. 의료보험문제와 관련된 의약분업이 대표적이라 생각되고, 한마디로 얘기하면 현실을 무시한 정책적인 실패죠. 노사관계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구조조정의 문제를 노사관계에 한정해서만 풀어왔고,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된 부분들이 현정부가 이뤄놓은 남북관계 업적들을 갉아먹었다 생각합니다. 남북관계에서 변화와 혁신을 만들었던 것과 같이 DJ정부가 개혁과 혁신을 초기부터 확고하게 밀고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유부단하고, 정책을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미뤄온 부분들이 지금 상당 부분 업보를 받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한 측면에서는 현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해 너무나 많은 환상들을 국민들에게 줬다고 생각합니다. 정상회담 한번 한 것 때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남북관계가 가야할 길이 상당히 멉니다. 그런데 이것을 국내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데 이용할 생각에 급급한 나머지, 앞으로 남북관계가 상당한 굴곡과 곡절을 그리면서 더디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들을 국민들한테 정확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생각합니다. 이것도 그런 점에서는 현 정권의 업보라 판단합니다.




13. 김대중 대통령은 6.15 직전에 8회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했습니다. 한나라당과 여권 일각에서도 '답방을 구걸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큰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얘기가 인터뷰거리가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남측이 답방을 촉구하는 것은 6·15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이고, 답방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 봅니다. 이를테면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측과 밀약을 했다던가, 뭘 퍼줬다던가... 이런 부분이 있으면 '답방을 구걸하는 거냐'는 얘기가 가능하리라 보는데, 제가 아는 한 현재 남쪽 정부가 북쪽에 해줄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사실은 뭐 갖다 주면서 구걸하듯이 답방을 하고 싶어도 남측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문제는 한나라당 측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남북관계 성과를 일방적으로 민주당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 상당히 무리하게 정쟁으로 삼는 대표적인 예라 보여지고 표현도 부적절하고...




14. 사무처장님이 보시기에 올해 안에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할 수 있을 걸로 보십니까?




저는 올해 안으로 답방하리라 봅니다. 북쪽 사회 성격이 이른바 일심단결의 구조이고 한 사람이 결심하면 다 함께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보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약속한 부분이고, 그 약속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지킨다는 태도를 지금까지 견지해 왔고, 또 그것은 북측이 사적인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에 올해 안에 답방하리라 봅니다. 다만 시기와 관련해서는 북측이 여러 가지 점에서 시기에 대한 타산들을 하고 있지 않나 판단합니다.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을 텐데, 답방과 관련된 남측 내부의 분위기를 보고 있을 거라 판단하고, 심심찮게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왔듯이, 대대적인 환영분위기 조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던가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북측 나름으로 현재 여야간의 정쟁이나 국민 정서 부분들에 대해 우려도 갖고 있고... 이런 것이 답방 시기를 결정하는 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북미대화의 전도와 관련돼 있을 겁니다. 북측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한미관계에서 남쪽 정부가 미국 부시행정부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불만인 거고, 그런 점에서 사석에서 얘기하는 것은 '차라리 정상회담을 좀 늦게 했더라면 나았을 거'라는 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미관계나 북미간 관계에 어떤 변화가 전개될 만한 시점들, 이런 부분들을 타산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모든 분위기가 성숙됐다고 판단할 때 답방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닌 이상 답방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보여지는데, 어쨌든 이 두 문제를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할 거고, 그런 점으로 봤을 때 북미간의 대화가 재개되거나 일정한 논의를 하는 시점들, 남북관계에서 남쪽 내부의 여러 분위기들이 성숙된 부분들을 고려해 봤을 때 답방은 10월경이 유력하지 않겠나... 이건 전적으로 예상입니다.




15. 장성민 의원은 8·15 시점을 얘기하는데...




8·15를 얘기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8·15에도 이뤄질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전에 남북간 의제와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 중요한 합의들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합의들이 이뤄지고 의전 준비와 상호 합의들이 이뤄지기에는 8·15는 물리적으로 좀 이른 게 아니냐 이런 판단입니다.

4. 16. 10월 답방의 근거는 뭐죠?

특별한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한겨울보다는 가을을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17. 지금 통일교육뿐만 아니라 젊은 층들도 상당히 남북관계에 대해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자라왔기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럽죠. 통일 전문가로서 분단 이후 북한에 대해, 김정일 대해서 한 말씀..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북한은 사실 남측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죠. 남측 상식으로 이해한다면 북한은 사실 반공의식이나 그보다 훨씬 더 심한 반공의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게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에 대해 교육하는데 있어 제일 어려운 맹점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근본적으로 북한은 지금까지 세계사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대단히 특수한 유형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사라진 스탈린주의와 다른 한 측면에서 아주 동양적인 유교 도덕국가와 한편에서는 사회주의 열망과 이상들이 복합되어 있는 그런 나라죠.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은 아마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거다, 다만 북한의 변화가 갑자기 급속하게 찾아오는 경우는 오히려 우리 민족사적 입장에서 봤을 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협상할 준비를 갖추고, 남측과 협상을 통해서 대등한 주체로서 협상 통일을 논의하고 그런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통일의 과정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일정하게 상당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거고, 지금은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북한의 변화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제 개인적으로 뭐라 이야기할 입장은 아닌 것 같고 다만 북한의 지도 집단이 일제시대 때부터 독립운동의 전통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서 북한 스스로 강력한 자부심을 가지고 성장해 오면서 최고 지도자로서 등장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자질과 역사적 과정들을 겪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세습들의 문제를 논외로 할 경우,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거기에 걸맞는 역사적 배경과 자질들을 가지고 있고, 그런 점들을 그 동안 충분히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18. 답방 문제에서 남쪽 내부 분위기나 북미대화의 진전 정도를 말씀하셨습니다. 부시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부시는 조건 없는 북미대화를 말하면서도 사실상 3가지 조건을 달아, 북미대화가 쉽게 성사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북미대화 전망에 대해...




저도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성사되기 어렵다는 표현보다는 상당히 많은 곡절과 난항을 겪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부시행정부가 처음으로 대북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말씀하셨듯이 그 이면에 있는 얘기들은 상당히 써늘한 얘기들이죠. 핵문제의 과거를 규명하겠다던가,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를 미국이 직접 핸들링 하겠다는 것들은 지난 클린턴 정부 시절에 비하면 굉장히 후퇴한 것입니다. 전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북이 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 보여지고, 그 점에서 상당히 지루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고 북미대화가 상당한 곡절과 이런 것들을 거치면서 합의에 도달해 나갈 거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어떤 성과나 결실을 내지 못할 거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성과는 낼 텐데 곡절과 과정을 거칠거라 생각하고, 전통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훨씬 더 극적인 정책변화를 이뤄왔습니다. 과거 여러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지금 부시행정부와 이북간의 대화는 지금은 일종의 탐색이고 아직 일어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말하자면 링에 오르기 전 서로에게 엄포를 한번씩 놓은 정도인데, 미국으로서는 여러 문제들이 있겠지만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라는 부분이 미국의 어떤 한 집단의 정치적 이익만 가지고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수산업들을 얘기하지만 미국의 거대 독점자본이란 것이 모든 입장이 바위덩이처럼 하나로 일치된 게 아니고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고, 미국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회이고 다양한 의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엄포와 타협과 협상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거란 거죠.




북한 역시 미국과 대화하고 협상에서 기본적으로 북미관계 적대성을 청산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양자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리라 봅니다. 다만 그 과정이 길고 지루하게 곡절을 겪을 거라는 판단이고, 그 시점이 어느 정도 될 거냐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속도에 영향을 주는 상당 부분들은 남쪽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남북관계의 진전뿐만 아니라 한미관계 문제, 북미관계에서 남쪽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검토들을 통해 긍정적인 역할들을 해 나간다면 이 지루한 과정들을 조금은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19. 손장래 민화협 상임의장은 '통일국가를 실현하는 방안과 시간계획을 남북공동으로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토론회에서 주장하셨습니다. 현재 정부의 통일방안, 남북 연합과낮은 차원의 연방제를 가지고 논란이 많았는데, 사무처장님이 생각하실 때 통일방안과 시간 계획에 대해서 한 말씀...




통일방안이라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그것이 연합이든 연방이든 간에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면서 하나의 나라로 행세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죠. 우리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하고, 그 차원에서 협상을 통해 통일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 남북이 각각의 정부를 운영하면서 하나의 국가를 운영하는 방안밖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아주 수준이 낮은 것은 독립국가연합과 같은 아주 낮은 단계의 연합이 될 것이고, 그 수준이 높아지면 미국과 같은 연방 형태를 띠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통일과 관련된 준비가 어느 정도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는 문제라 봅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그런 낮은 단계의 연방이고 연합이고 이런 얘기를 하기 전에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거라 봅니다.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것은 양국 수뇌가 정례적으로 회담함으로써 통일로 가는 과정의 출발점이 되는 부분입니다.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함께 남북 각료회담들이 이뤄지게 되고 거기서 경제·군사문제를 포함한 많은 문제들이 남북간에 협의되고 조정되고, 이 과정을 감시하고, 다른 차원에서 이끌어나갈 또 한 축으로 종교·정당·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회의나 연석회의 같은 것들이 입법부적인 성격으로 자리잡게 될 경우 기본적으로 정례정상회담, 각료회담, 입법 형태 연석회의 이런 것들이 꼴을 갖춰 나가면서 통일국가의 정권기관들이 탄생해 가는 과정일 거라 봅니다. 지금은 우리가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각료회담을 정례화하는 부분에 힘을 집중하면서 민간 차원에서는 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와 같은 것들을 통해서 통일 과정에 국민의사가 반영되고 표현될 수 있는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고, 이것이 일정한 틀이 잡히게 되면 급속하게 연방 혹은 연합 단계로 바로 발전할 수 있게 되리라 봅니다.

5. 20. 남북관계에서 평화체제 구축이 우선인지, 통일 사업이 우선인지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와 관해서는 남북관계에서 오래된 배경이 있죠. 남쪽의 전통적인 주장은 평화이고 북쪽의 주장은 자주통일인 거죠. 남쪽이 얘기해왔던 그 동안의 평화는 말하자면 분단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상태에서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북쪽한테 분단고착정책이라 비판받아왔던 측면이 좀 있습니다. 반면에 북쪽의 통일을 강조하는 정서에는 이른바 남조선혁명과 통일전선 정책과 관련된 오래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하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90년대 들어와서 달라졌다 생각하지만 여전히 평화냐 통일이냐 하는 쟁점은 남아있는 상황인데, 지금에 와서는 이 문제 부각은 별로 의미 없다 생각합니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확고한 평화를 정착했냐 하면 정착돼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94년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폭격을 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했던 적이 있는데, 그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게 핵문제와 북한의 NPT탈퇴였습니다. 지금 미국이 핵무기, 미사일문제, 재래식 무기 감축문제까지 계속 거론하게 될 경우 북미관계에서 또다시 어떤 문제들이 일촉즉발로 진전될 지 아직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일말의 전쟁 가능성이라도 완전히 종식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문제는 민족적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다른 어떤 문제와 비교돼서 고려될 대상으로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와 통일 과정을 진척시키는 것은 한 몸으로 되어 있고 일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구분해서 얘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일의 과정이라는 것이 민족 내부의 화해를 증대시키고 그 화해를 통해 평화를 제도화하고 정착시키고, 이것이 구체적인 높은 단계의 통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화해와 평화의 과정은 그 자체가 통일의 과정인 거죠. 남북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가보안법 없애고 북에서도 비슷한 것 없애면서 남북간에 실질적인 화해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 자체가 아주 낮은 단계의 통일이라 보면 되는 것이고, 남북 사이에 평화체제가 구축돼서 이게 제도화 되게 될 때는 그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통일이 정착되는 거라 보면 되죠. 이것이 연합·연방 단계로 발전하면 통일의 과정 자체가 한 단계 마무리되는 걸로 보는 게 옳다라고 보기 때문에 어떤 한 측면에 특별한 강조점을 두는 것은, 남북 양 당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는 얘기에 우리가 쓸데없이 편을 들고 고민하는 것이기에 문제의 본질을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21. 민화협 사무처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남북관계를 진척시키는데 남측의 보수인사나 단체와의 시각차나 갈등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지... 특히, 최근에는 영해·NLL 침범이나 보안법 개정 등이 남남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많은데...




사실 남남갈등은 명백히 존재하고 있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에 직접 맞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권에 의해 증폭되는 것이지, 사실 이 문제가 통일정책이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국민들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라 봅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증폭시킨다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거죠. 이를테면 NLL 경우 이것은 명백히 남북간의 협상 대상입니다. NLL이라는 북방 한계선은 유엔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그어진 거고, 국적법으로 보면 남북간에 불가피하게 협상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입니다. NLL문제에 대해 남쪽 정부가 북측과 협상하겠다고 얘기한 자체는 국적법적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로 삼는 것은 정치권이 이 문제를 마치 그래서는 안 되는 것처럼, 그래서 국민들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또 다른 얘긴데 남남갈등과 남남대화의 진척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과연 문제는 우리에게만 있느냐?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남쪽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마찬가지로 남남대화, 남남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관용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역기능을 하고 있는 부분들이 좌 쪽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북과 협상하고 논의하고 심지어는 임수경이나 문익환 목사처럼 북에 가는 것이 그 당시는 통일운동에서 일정한 진보였지만,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과거와 달리 특히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 정서를 통일의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하는 부분에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통일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서 새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무리 과거에 진보적이었다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역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우익만이 아니라 좌우를 막론하고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말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22. 남북관계는 현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라 봅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이회창 총재의 대북관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통일운동가의 입장에서 이총재의 대북관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떤 특정인을 지목해서 논평을 해달라는 것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고, 저는 민화협이라는 단체에 소속돼 있고, 이 단체는 여야가 다 들어와 있고, 또 보수부터 진보...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단체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 단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남남대화이고, 갈등을 해소하고 관용을 형성하는 부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공인으로서 어떤 개인에 대해 특정한 논평을 하는 것은 사실상 맞지 않다 생각합니다. 다만 걱정이랄까 우려의 측면을 부각시켜 얘길 한다면, 이회창 총재는 지금 남북관계 진전과 그 속에서 얻어지는 과실들이 자기 것이 되지 않는 부분에서 오는 초조감에서 벗어나야 된다, 통큰 정치가가 되려면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해 현정부와 과감하게 협상하고 이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있어서 실제로 한나라당이 힘을 합치는 부분에서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이회창 총재가 남북관계에서 고비마다 보수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표해왔던 부분들은 이후 개인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질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합니다. 이회창 총재가 통일문제에 대해 잘 모르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발언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을 때는 차라리 발언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발언함으로써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이후 이회창 총재 본인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경우에 따라서는 나라 전체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점, 눈앞의 정파적 이익에 매어서 민족적인 이익을 내팽개치는 그런 지도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23. 저희들이 일방적으로 받았던 반공교육 중 가장 큰 이벤트는 6·25를 앞두고 벌어졌습니다. 이제 6·25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 6·25를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이제 6·25라는 과거 상처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합니다. '상기하자 6·25, 잊지 말자 6·25'가 아니라, 이제는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고 서로 위로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남쪽 사회에서는 인민군 위령제와 국군 위령제를 합동으로 지내는, 분단으로 인해 정말 고통받고 죽어간 사람들을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우리가 가슴 아파하고 과거의 가해자, 피해자 입장에서 벗어나서 지난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인민군과 국군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다짐을 함께 하는 방향으로 6·25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민족적 이익에 맞는 거라 생각합니다.




24. 남남갈등 해소가 민화협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 하셨는데, 6·25를 앞두고 행사 없습니까?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6·15 행사에 너무 힘을 모아서 아직 6·25 부분에 대해서는 행사 계획을 잡지 못했습니다. 다만 작년에 행사를 하면서 꼭 하려 했던 것이 인민군과 국군 합동 위령제였는데, 올해 그런 부분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6·25를 부각시키고 그것이 자꾸 상기돼서 국민들에게 지난 상처를 떠올리게 만들고 쟁점화시키는 부분들이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촐하게, 떠들썩하지 않게 치를 생각입니다.




25.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네티즌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점점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곤혹스러움과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통일 전문가이며 통일 운동인 사무처장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젊은 네티즌보다는 기성세대한테 하고 싶은 말들이 더 많습니다. 젊은 네티즌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통일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자기만 안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통일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수 없는 상황과 조건에 있는 젊은 세대에게 자꾸 통일 문제를 당위적으로 강요하고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젊은이들이 가질 수 있는 나라와 민족에 대한, 전 세계에 걸친 폭넓은 창의성과 사고의 발전 영역들을 오히려 기성세대가 박제화시키고 틀 안에 자꾸 가둬놓으려 하는 게 더 문제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보다는 젊은이들이 좀더 창조적이고 폭넓게, 아주 배타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사고를 좀더 폭넓게 가꿔 나가고, 짧은 이익이나 눈앞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와 세계로 뻗어 가는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젊은이들에게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당연히 젊은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그것을 반영시키려 노력하되 자신의 얘기만 강조하고, 자신의 얘기만 옳다고 판단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고 남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사고로 내면화시켜 나가는, 이런 일반적인 민주적의 교육 과정 속에서 충실하게 이뤄지고 그 속에서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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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김능구(e윈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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