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상상력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저녁 한국군이 발사한 ‘현무-2C 지대지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에 떨어진 사고와 관련해 전국의 상상력이 작동을 멈췄다. 정치권, 전문가, 언론, 시민사회 등은 이 사고로 주민들이 불안한 밤을 보낸 사실만을 안타까워하고 걱정했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맞서 한국군이 ‘현무-2C 지대지탄도미사일’이 동해 바다를 향해 쐈는데 뒤로 날아가.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 뻔했고 군 신뢰에도 타격을 주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 TV는 해당 보도에서 미사일이 동해바다가 아닌 내륙으로 날아가다 추락하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사진은 계롱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군의 날 기념행사 영상에 등장한 현무 계열 '괴물 미사일' 모습. 북한이 핵 사용 시 응징·대응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소개됐다.<br></div>
 
▲ 사진은 계롱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국군의 날 기념행사 영상에 등장한 현무 계열 '괴물 미사일' 모습. 북한이 핵 사용 시 응징·대응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소개됐다.
 

국내의 상상력은 이 미사일이 북한 지역으로 날아갔을 가능성 앞에서 멈춰버렸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이른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만약 이 미사일이 북한 지역에서 폭발했을 경우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불안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 같아 내키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상상해 보기로 한다.

‘현무-2C 지대지탄도미사일’은 전술핵무기의 파괴력에 맞먹을 정도로 탄두에 5t의 화약이 장착되어 있다. 이 미사일이 북한에서 폭파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한국군의 경우 대통령이 앞장서서 전선에서 상황 발생 시 현장 지휘관은 철저히 응징하고 사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점을 참고하면 합리적인 상상이 가능하다.

전략전술이란 상대방을 고려해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북한도 남측과 비슷한 군비태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북한도 선 대응 후 보고 시스템이라면 ‘현무-2C 지대지탄도미사일’이 북한 지역에서 폭발했을 경우 북한군은 현장 지휘관이 즉각 대응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한에 대해 총포를 동원한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반도 155 마일 휴전선을 머리에 그려볼 필요가 있다. 육지의 휴전선은 동에서 서쪽까지 한일자 형태로 이어져 있어서 한 곳에서 발화할 경우 전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어렵다. 순식간에 전 전선에서 전투가 개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겠다. 북한이 장사정포 등으로 남한 공격을 할 경우 한 시간 내에 수도권에서만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지역도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한반도 전면전은 자칫 미국의 참전 등으로 국제전으로 비화되어 3차 세계대전으로 어어 질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4일 저녁 한반도외 지구촌은 정말 다행스럽기 짝이 없는 시간을 보낸 셈이다. 천우신조라할까?

오작동 된 ‘현무-2C 지대지탄도미사일’이 발사지점에서 멀지 않고 민간가 아닌 군 기지로 떨어지고 인명피해도 없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정치가 이번 사고에 대해 잘 살펴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무력시위라 할지라도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해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시 해야 할 것이다. 무력시위는 문자 그대로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무력시위 도중에 전면전과 같은 불상사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일 것이다. 따라서 왜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쯤해서 남북 간에 정전협정이후에 무력충돌이 벌어진 곳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바다에서 충돌할 경우 육지로 번지거나 육지에서처럼 화력을 일시에 증대시켜 대응하는 경우가 발생키 어렵다. 이런 점이 남북 간의 해상 무력충돌이 전면전과 같은 비극으로 비화하지 않은 이유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존재는 조직이다. 훈련과 실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엄중한 조사와 사후조치가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을 예견치 않고 무력시위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에 확인된 만큼 다각도의 점검이 필요하다.

동북아 정세로 볼 때 한반도의 평화지수가 당분간 상승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동해에서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이 벌어지고 있고 북한은 중거리,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문제 등으로 티격태격 하고 있다. 유엔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사태에 대해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고 두둔하면서 다른 회원국들과 날을 세우고 있다.

유럽 쪽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여의치 않자 핵무기사용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서방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미국 등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할 태세로, 장기화되고 있는 이 전쟁이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전쟁 상황이 시시각각 SNS 등을 통해 또한 당사국들에 의해 프로파간다 형식으로 전해져 지구촌이 불안 해 하고 있지만 유엔 등 어떤 기구도 전쟁의 중재나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남북의 대치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한층 가팔라지고 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치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공동 훈련도 중요하지만 군사력이 동원되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데 정치가 나서야한다.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남북공존과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만큼 현 정권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는 현재와 같은 남북 대치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면 최소한 남북한 간에 핫라인이라도 가동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이 상대방이 접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성과도 있고 우발적인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남북한 간에 모든 통신선이 불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와 사용을 헌법과 법률에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한미 등에 갖고 있는 공포와 증오, 적대감이 대단한 수준이다. 정치는 이런 점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한미동맹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적인 해결책은 된다 해도 남북한 간의 특수 관계를 잘 살펴 군사적 긴장이나 군비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별도의 방안이 없는지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냉전 이래 적대 국가들은 우발적 사고로 인한 전쟁을 막기 위해 핫라인을 설치해 놓은 경우가 많았다. 전쟁도 내치의 연장이라는 하듯이 정치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전쟁은 피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군 통수권자로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다. 문제 해결은 무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야 한다. 정치는 군이 할 수 없는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정책을 내놓아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낮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무력대치와 그로 인한 긴장상태가 높아지는 상황이라 해도 군사력 외의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는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군사훈련이 불가피하다 해도 전쟁을 방지하고 남북간 교류협력이 가능한 방안에 대해 최우선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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