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견제로 강력한 경쟁자 중국이 위축, 새로운 경쟁구조에 악재만 있는 것 아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 파장, 어렵지만 해당 기업의 기지와 탄력적인 대처 가능할 것”
“역사적으로 국가간 양극화가 개선된 시점은 냉전 시기, 미중간 경쟁도 비슷한 효과 낳았다”
“미·중 간 이슈에 대응하는 전략적 모호성, 경제적 실리를 얻는 최상의 스탠스다”

 <폴리뉴스 9월 스페셜인터뷰>에는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로 치닫는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향후 전망. 가능한 해법을 들어봤다. ( ⓒ폴리뉴스)
▲  <폴리뉴스 9월 스페셜인터뷰>에는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로 치닫는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향후 전망. 가능한 해법을 들어봤다. ( ⓒ폴리뉴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한유성 기자] 위기로 치닫는 한국경제, 민생 회복에 대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윤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폴리뉴스 스페셜인터뷰는 9월 14일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님을 모시고,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향후 전망. 가능한 해법을 들어봤다.

박정호 교수는 우리의 수출 여건 변화와 관련하여 미증, 특히 미국의 정책에 주목했다. 가장 중요한 상대국인 중국과 관련하여 “‘칩4’등 여러 가지 미중 간 갈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반강제적으로 차단당해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중국 경제를 통해서 받던 여러 가지 수혜 구조를 하나하나 잃어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한국에서 생산해서 외국에 수출하는 구조도 깨져간다”면서, 이런 구조면 “수출 산업의 낙수 효과라 할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리스크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패권주의 또는 보호주의 행위와 그 영향에 대해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던 일본 경제에 대해 미국은 “최강이라는 일본의 기술이 전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든 길을 차단해버렸다”고 했다.

특히 “당시 전 세계 70%를 생산하던 일본 반도체의 경우, 플라자 합의로 환율이 3~4배 비싸지고 관세를 100%까지 부과함으로써 실제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게 했는데, 그때 어부지리를 했던 게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라고 패권적 갈등관계 속에서 우리 산업의 기회를 설명했다.

즉 “현 상황에서 우리가 뚫고 나가야 될 건 많지만, 긍정적인 면 중에 하나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자가 당분간 힘을 못 쓰겠구나’라는 점”이라면서 “경쟁의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 우리에게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직접적 영향이 불가피한 국내 전기차 업체도 “미국 메이커들의 견제는 당연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기지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강대국으로 부가 넘어가고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이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정호 교수는 역사적 흐름을 통해 설명했다.  “국제적으로 국가간 양극화가 상당히 많이 완화되던 시절이 사실은 냉전 때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후진국들을 지원한 것”이라면서 "냉전이 끝나고 이 흐름이 끊겼는데 미중 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자기 편을 좀 더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인해 국가 간의 격차가 완화되는 기조들이 좀 생겼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는 미국이 중국과의 선을 딱 선을 끊으려고 하고, 경제도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완전히 따로 노는 구조가 될 것 같다”면서, 경제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스탠스는 전략적인 모호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칩4 가입에 대해 바이든하고 사인하고 있을 때도 박진 외교장관은 왕이 만나러 가서 ‘아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닌데’라고 한마디 해야하는 거다”라면서, “이런 형태로 모호하게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한국에서 생산해서 외국에 수출하는 구조도 깨져간다”면서, 이런 구조면 “수출 산업의 낙수 효과라 할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리스크를 지적했다.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한국에서 생산해서 외국에 수출하는 구조도 깨져간다”면서, 이런 구조면 “수출 산업의 낙수 효과라 할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리스크를 지적했다.

박정호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경영학,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KAIST 전문연구원을 거쳐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부회장, 혁신클러스터학회 학술위원장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최근에는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경제·경영·인문학 등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이코노믹센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등 다수의 저서와 <한국사에 숨은 경제학자> 등 공저가 있다.

 

[다음은 박정호 교수 인터뷰 주요내용이다]

김능구 : 한 일간지는 전문가들 말을 빌려 ‘현재 환율 급등을 우려하기보다는, 수출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앞서 수출 상대 국가들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그런 논조의 이야기는 별로 없다.

박정호 : 대표적으로 우리 물건을 제일 많이 사줬던 중국과는 앞으로 더더욱 관계가 요원해질 것 같다. 특히 ‘칩4’라든가 여러 가지 미중 간 갈등으로 인해서, 중국과의 여러 연결고리를 반강제적으로 차단 당해 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 경제를 통해서 받던 여러 가지 수혜 구조를 하나하나 잃어갈 것 같다.

그러면 그냥 한국에서 생산해서 외국에 수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깨져간다. 또 다른 우리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가 미국인데, 이제 미국은 미국에서 만든 물건만 사겠다는 기조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이미 전기자동차를 미국 내에서 만들도록 반 강제하는 인플레감축법 등이 전개되고 있고, 반도체 관련한 회사들에게도 보조금 줄 테니 미국 내에 공장 증설하라고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하면, 그 지역의 내수 활성화에는 기여하겠지만 우리나라에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고리는 많이 끊기는 거다. 옛날에는 ‘평택에 반도체 2공장, 3공장 계속 더 들어선다’고 하면 거기에서 분식집 하는 아주머니, 대리 운전하는 아저씨들 다 먹고 살 수 있는 활로가 생기는데,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서 미국에다 팔면 입금은 되고 법인세는 내겠지만, 평택 근처의 내수 경제 활성화에는 기여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많이 달라지는, 변화되는 요소다.

김능구 : 지금 국민들이 미국에 분노하는 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미국에 엄청난 투자를 약속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지금 미국 가서 ‘우리 것은 예외시켜달라’ 협상을 한다는데, 미중 간 갈등과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를 예측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비판도 많다.

반도체도 이야기해 주셨는데, SK하이닉스 같은 경우는 인텔에서 인수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도 미국에서는 안 산다는 거다. 그래서 인텔이 바이든 정부 정책을 알고 매각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을 정도다. 사실 저는 한미 정상회담할 때부터 불안했는데, 지금 뒤통수 맞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에게 실무적인 디테일에서 뭔가 보답 받는 조치를 얻어내야 한다는 정도 밖에 없다고 한다.

박정호 : 저도 비슷한 기조로 해석하고 있다. 황망한 상황이긴 하지만, 유사한 전례를 가지고 한번 비교해 보자. 예전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던 대표적인 국가 중에 일본이 있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까지, 미국내 건물들을 대거 매입할 만큼 일본은 거대한 경제적인 힘을 가지고 전 세계 G2 국가로 발돋움 하려 했다. 그 때 미국이 어떻게 일본을 눌렀냐 하면, 최강이라는 일본의 기술이 전 세계 표준 특허라든가 표준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든 길을 다 차단해버렸다.

그리고 80년대에는 전 세계 반도체들의 70%는 전부 일본이 만들었다. 그 일본의 반도체 강기업들을 어떻게 눌렀느냐 하면, 1986년도에 미일 반도체 협정이라는 걸 체결했는데 그 협정 내용이 일본 반도체에 관세 100%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관세는 가격에 부과하는 것이라 관세 100%라는건 가격이 두 배가 된 거다. 그런데 그 직전 2~3년 전에는 플라자 합의를 통해 환율을 3~4배 이상 올려놨었다. 환율로 3~4배 비싸졌는데 다시 관세 100%를 부과했으니까 실제 가격이 8배 이상 뛴 거다. 그러다 보니까 일본 반도체가 세계에서 제일 성능이 좋고 안정적이라는 걸 다 아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게 된 거다.

그때 어부지리를 했던 게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다. 당시 삼성과 LG에서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일본 것이 너무 비싸지다 보니까 차라리 성능은 좀 떨어져도 싼 한국 것 쓰다가 빨리 교체하는 것이 낫겠다는 인식,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이 상당히 견고해지는 계기가 된다. 물론 우리 엔지니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그런 면도 있다는 거다.

미중 간의 갈등 이전에 우리가 제일 크게 걱정했던 것은 중국이다. 일간지들 슬로건들을 보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 턱밑까지 쫓아와’, ‘중국의 전기자동차 우리보다 앞서’ 이런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날개를 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반도체 만드는 장비는 미국하고 일본이 50%를 장악하고 있는데 중국에는 기계도 안 판다. 연구하고 생산하려면 기계가 있어야 되는데 그걸 중국은 얻을 수도 없다.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를 안 산다고 하면, 반도체는 규모의 경제로 단가를 낮춰야 되는데 결국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는 거다.

물론 현 상황에서 우리가 뚫고 나가야 될 건 많지만, 긍정적인 면 중에 하나는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자는 당분간 힘을 못 쓰겠구나’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남은 경쟁자는 대만하고 한국이고, 뒤늦게 미국이 자체 반도체 기업들을 키우겠다고 하니까 중국이 아닌 미국 반도체 기업들하고 다시 싸움이 생기게 될 거다. 결국 이런 식으로 경쟁의 구조가 바뀌어 가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이번 상황이 ‘무조건 우리에게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능구 : 현대기아차가 테슬라에 이어 2위까지 쫓아 올라갔다는데, 전기차 보조금을 미국에서 생산한 완성차가 아니면 안 준다는 건 정말 황망한 이야기다.

박정호 : 사실 해외 자동차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교만한 표현일 수도 있는데, 현대차를 스타트업으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자동차 꽤나 만드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그 분야에서 100년 된 회사들이다. 그런데 이제 한 30년 된 회사가 세계 다섯 번째 순위로 올라왔다는 건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후발 주자이다 보니 리딩 기업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다. 예전에는 ‘좋은 차 사자’고 하면 독일 수입차를 사고, 그냥 합리적인 것 타자고 하면 국산차를 사는 소비의 패러다임이었는데, 전기자동차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이제 소비의 관점이 바뀌었다. ‘전기차 살까, 석유 화석 연료 자동차 살까’로 바뀌어버린 거고, 이것이 현대차 같은 후발 주자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치고 나가는 걸 잘해서 미국 시장에서 2등까지 올라간 것이고, 괄목할만한 성과에 비추어보면 투자를 할 만한 거다. 그런데 미국의 3대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 입장에서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독일 것을 제치고 전기자동차 좀 팔아보려고 했더니, 한국 자동차가 막 들어오는 거다. 결국 로비를 통해서 이런 법안들을 내놓은 것인데, 본인들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 짓고 생산하는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려는 것 같다.

길게 보면 한 10년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또 워낙 그런 기간 줄이는 거에는 도에 통한 사람들이다. 옛날 대우 때는, 미국처럼 그런 조항이 있는 나라가 있으면 여기에서 거의 다 만들어 놓고 가서는 나사만 조인 적도 있다. 현대차도 그런 기지를 발휘하지 않을까 믿고 싶다.

김능구 :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정책을 바꾸거나 우리에게 예외조항 주는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런 편법을 눈감아 줄까?

박정호 : 결국은 알게 될 거다. 그 사이에 공장 어느 정도 지었으면 가동해야 되는 건데, 한편으로는 도요타 같은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일본 자동차들이 너무 활개치고 다닌다는 비판이 있으니까 도요타가 그런 이미지를 좀 불식시키기 위해서 GM하고 합작 공장을 지은 게 있었다. 일본 차가 아니라 니네 나라 자동차 회사와 같이 만드는 거란 이미지를 만드는 건데, 아마 현대차도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않을까 싶다. 기업들, 자기 돈이 걸린 사람들의 기지를 바깥에서 따라잡을 수는 없다.

김능구 : 금리와 관련해서 국민의 궁금증을 대신해 묻자면, 미국에서는 어쨌든 두 차례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을 또 한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양면이 있어서 물가는 잡더라도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못 하는 건데, 미국 경제는 지금 제조업 등등이 상당히 양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말씀하신 가계부채라든지 이런 것들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내수 경제의 침체로 갈 수 밖에 없고 수출도 말씀하신 대로 확대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경제는 더욱 심한 위기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

박정호 : 맞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신흥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보유량이 급격히 줄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미국은 달러만 높아지면 경제적 어려움은 얼마든지 타개할 수 있는 나라다.

원래 미국은 내수 시장의 비중이 제일 큰 나라이고, 외국에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인들은 그랜드 캐년 가고 마이애미비치 가고 하지 외국 여행도 잘 안 간다. 그리고 미국의 콘텐츠 비즈니스, 자동차 비즈니스, ICT 분야 등 전부 다 내수 비중이 높은 거다. 금융도 마찬가지인데, 진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영국에 있고 미국은 골드만 삭스니 이런 회사들도 내수 비중이 훨씬 더 높다.

그러다 보니 쉽게 얘기해서 강 달러가 됐다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거다. 미국도 뭔가 사올 때 달러 가지고 사오는데, 다른 나라 화폐 가치가 다 떨어졌으면 정말 싸게 사오는 거다. 미국인들은 강달러 기조 속에서 마치 내 월급이 느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거고, 그래서 내수가 나쁘지 않게 되는 거다. 그러니 금리를 이렇게 올렸는데도 고용이나 이런 게 나름대로 버틸 수 있다.

두 번째, 이렇게 강 달러 기조가 되면 많은 이익을 사내 유보하고 있는 미국계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훨씬 더 세진다. 반대로 외국의 상황은 아마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할 거다. 그러면 알토란 같은 기업들,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공고하거나,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매물로 나온다. 그런 기업들을 미국계 금융회사들이나 기업들이 아주 싸게 인수합병을 하거나 매입할 수 있는 찬스가 생긴다.

결국 그런 과정에서 많은 신흥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가 미국으로 이전되고, 그러면 어려운 기간 동안 뭔가 실질적으로 유실했던 벨류(Value)를 한 번에 벌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다 못해 우리 IMF 외환위기 때는 우리 식탁 위에 맨날 올라오는 음식 종자까지 싹 다 가져갔었다. 우리나라 종자 회사들이 다 망해서 청양고추 먹을 때도 우리가 로열티 냈는데,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말씀드린 것처럼 40여 개 국가들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우려된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미국 경제 같은 경우는 내년에도 경기 침체 우려가 상당히 덜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능구 : 말씀처럼 경제위기 때마다 강대국으로 부가 넘어가는 것 같고, 또한 각 국가 내에서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이나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는데, 개선될 수 있을까?

박정호 :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참 재미있는 통계가 있는데, 국제적으로 못 사는 국가와 잘 사는 국가의 양극화가 상당히 많이 완화되던 시절이 사실은 냉전 때다. 왜냐 하면 미국과 소련이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후진국들을 지원한 거다. 무상원조도 해주고 공장도 지어주고 물건 만들면 사 주고 하는 건데, 소련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냉전이 끝나고 미국은 견제할 대상 국가가 없어지니까, 뭣 하러 아프리카 국가 도와주고 중동 국가 도와주겠나. 일례로 냉전 끝나고 나서 신생 독립국들 또는 개도국들 중에서 FDI라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감했는데, 한국을 부럽게 생각한 나라가 많았다. 너희는 냉전 때 미국에 지원도 많이 받고 공부도 시켜주고 해서 그렇게 빨리 부강해졌는데, 우린 그 타이밍을 놓쳐서 투자하는 나라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미중 간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자기 편을 좀 더 끌어들이려고 아프리카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나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 자원 많은 국가를 많이 지원했다. 그래서 파키스탄 같은 경우는 완전 중국색으로 돌아섰는데, 그렇게 미중 간의 갈등 때문에 그래도 뭔가 국가 간의 격차가 완화되는 기조들이 좀 생겼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어떤 거냐 하면 미국이 아예 딱 선을 끊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제는 두 가지의 밸류체인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기술 표준이나 기술 차용도 두 가지가 생길 건데, 영미권 기술과 영미권 경제 흐름. 그다음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축이 그것이다. 그래서 5G 장비 만들 때도 영미권 기술 프로토콜에 맞추거나, 만약 중국 쪽에 수출하려면 중국의 5G 장비 기술의 표준에 맞춰서 납품을 하거나 하는,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게 아닌가 싶다. 경제가 완전히 따로 노는 거다.

김능구 : 연관될 수도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긴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말이 있었는데 그건 옛날 말인 것 같다. 교수님이 볼 때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처지라고 했는데, 지금은 선택을 해야 될 시점 아닌가 보여지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스탠스가 뭐가 있을 수 있을까?

박정호 : 사실 저는 정치는 잘 모르니까 경제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우린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두 명의 고객한테 납품하는 걸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해야 되는 거지, 이미 다 정해진 판이니 여기만 덥석 잡자고 하면 그 고객하고 거래는 바로 끝난다.

사실 저희쪽 분야에서는 칩4 동맹이나 이런 것도 미국이 희망하는대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들 있었다. 올해 칩4가 이슈화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작년부터, 그리고 트럼프 정권 때도 칩4라는 단어만 없었을 뿐이지 유사한 요구가 계속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했느냐 하면,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로 갈 것이 뻔히 결정됐다 하더라도 밍기적 밍기적 거려야 되는 거다. 예를 들어 바이든하고 사인하고 있을 때도 박진 외교장관은 왕이 만나러 가서 ‘아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닌데’라고 한마디 해야하는 거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이라도 더 팔고 다음 년도 분기까지 가는 거다. 정해졌으니 아주 순진하게 ‘미안’ 하고 가는 것은 경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대만이 칩4에 들어가기로 거의 확정적으로 결정되고 일본도 확정적으로 결정할 때, 우리도 결정은 됐지만 발표는 제일 늦게 하고, 그 발표할 때쯤 외교 장관은 또 왕이 찾아가고, 이런 형태로 모호하게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좋은 거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