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의 주축이 50대 이상, 고금리 속에 악성으로 전개될 가능성 높아”
“내년까지 40개국이 금융·외환위기에 노출 예상, 고환율이 수출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물가상승률 정점은 안정 신호 아니다. 최소한 내년 연말 쯤 돼야 안정화 가능하다”

<폴리뉴스 9월 스페셜인터뷰>에는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로 치닫는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향후 전망. 가능한 해법을 들어봤다. ( ⓒ폴리뉴스)
▲ <폴리뉴스 9월 스페셜인터뷰>에는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로 치닫는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향후 전망. 가능한 해법을 들어봤다. ( ⓒ폴리뉴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한유성 기자] 위기로 치닫는 한국경제, 민생 회복에 대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윤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가 진행한 <스페셜인터뷰>는 9월 14일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님을 모시고,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향후 전망. 가능한 해법을 들어봤다.

박정호 교수는 “우리 경제가 점점 부정적인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현상은 이제 초입에 들어갔을 뿐, 본격적인 충격이라든가, 파급, 악영향 등은 아직 전개되지 않은, 태풍 전야 같은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고금리와 관련하여 “제일 큰 시한폭탄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인데, 양적으로 줄지도 않고 최근에는 질적으로도 훨씬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20~30대의 부채가 느는 것은 그 성격상 나쁜 시그널은 아닌데,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축은 50대 이상”이라면서 “이분들의 부채는 자신의 생계 유지나 부족한 사업 자금을 벌충하는 용도이다 보니, 고금리 기조 속에서 훨씬 더 악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1인당 GDP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기업부채와 달리 “가계부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어려워지면 대부분 국가가 떠안는 형태로 국가 부채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환율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현상에 대해 박정호 교수는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은 잘 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얘기인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면서 “현재 외국의 경제 상황이 우리나라 물건을 사줄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적게는 20개 많게는 40개국 정도가 내년까지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국가들 대부분이 한국산 제품들의 수요처들”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고환율이라는 게 과거처럼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와서 다시 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냥 원자재와 원유, 천연가스 사 올 때 훨씬 더 비싼 비용만 치르게 되다 보니, 환율이 오히려 물가 상승만 유발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뒤늦은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이 봉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악순환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정부가 국내 물가 상승의 정점을 9·10월로 예상하는데 대해 박 교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라는 숫자는 4사분기 언저리쯤에 정점을 찍긴 하겠지만, 그것을 물가가 안정되는 시그널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전제하고 “내년 연말쯤이나 돼야 ‘뭔가 좀 실타래가 풀렸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호 교수는 최근 고환율 현상과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 환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급등락하고 있는 게 맞다”면서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고, 거기에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이 가장 고도로 개방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투기든 투자든 자금들이 쉽게 오고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기적 수요는 막아야 하겠지만,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고 환율 관리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점점 부정적인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현상은 이제 초입에 들어갔을 뿐, 본격적인 충격이라든가, 파급, 악영향 등은 아직 전개되지 않은, 태풍 전야 같은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 ⓒ폴리뉴스)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점점 부정적인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현상은 이제 초입에 들어갔을 뿐, 본격적인 충격이라든가, 파급, 악영향 등은 아직 전개되지 않은, 태풍 전야 같은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 ⓒ폴리뉴스)

박정호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경영학,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KAIST 전문연구원을 거쳐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 부회장, 혁신클러스터학회 학술위원장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최근에는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경제·경영·인문학 등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이코노믹센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등 다수의 저서와 <한국사에 숨은 경제학자> 등 공저가 있다.

[다음은 박명호 교수 인터뷰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김능구 : 먼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를 보자. 고환율은 오늘 1,390원을 넘어 1,400원도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금리도 부담인데 미국에서 또 한번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하면 우리도 빅 스텝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추세면 가계부채에서 감당이 안 되고 결과적으로 내수가 어려워지면서 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고물가까지 3고 현상이 현실로 다가와 있는데, 어슴푸레 기억에 있지만 우리 경제가 가장 어려운 게 3고가 같이 올 때다. 교수님께서 현 시점의 우리 경제, 그 위기 수준을 한번 진단해 주시기 바란다.

박정호 : 경제가 점점 부정적인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우리 경제의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호황이었던 황금기가 80년대 3저 시대다. 지금 상황은 정반대인 3고니까 대조가 쉽게 되실 거라고 보는데, 참 안타까운 것은 그 3고 현상이 이제 초입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제적 충격이라든가, 파급, 악영향 이런 것들은 아직 전개되지 않은, 이른바 태풍 전야 같은 모습이다.

하나하나 설명을 좀 드려보면, 대표님 진단처럼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시한폭탄 같은 것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다. 양적으로 줄지도 않는데 최근에는 질적으로도 훨씬 더 나빠졌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20~30대의 부채가 느는 것은 그 경제에 그렇게 나쁜 영향은 아니다. 앞으로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려는 친구들이 약간 돈까지 빌려서 가게를 차린다든가, 창업을 한다든가 아니면 호기심 어린 소비를 한다는 건, 그만큼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유인책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부채까지 당겨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다 보면 경제활동에 대한 더 왕성한 의지도 생겨서 나쁜 시그널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최근 전개되고 있는 가계부채의 주축은 50대 이상이다. 이분들은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투자라든가 호기심 어린 소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 부채를 통해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한다든가, 부족한 사업 자금을 벌충한다든가 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다 보니까 고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가 훨씬 더 악성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거다.

고물가라고 하는 것도, 버는 돈은 뻔한 상황에서 생활비로 나가는 돈은 많아지니 빚을 감당하기가 더욱더 팍팍해지는 거다. 그런 가운데 고환율까지 이어져 이것이 또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는 악순환 구조이기 때문에, 이러다가 가계는 가계부채, 기업은 기업부채, 국가는 국가부채 등, 부채라는 어마어마한 늑대가 우리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요즘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김능구 : 몇 가지를 짚어보자. 가계부채가 GDP 100%를 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넘은 적이 없었나?

박정호 : 이렇게 보시면 된다. 전 세계에서 그 나라의 1인당 GDP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2등이나 3등 정도가 미국인데, 미국의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다음으로 많으니까 우리가 조금 더 많은 게 무슨 걱정이냐 할 수도 있지만, 이건 그렇게 비교하면 안 된다.

기업 부채가 많아지는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부채를 줄이거나 건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이 상당히 많다. 실적 나쁜 사업부를 매각한다든가, 인수합병, 청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개개인의 가계가 어려워졌을 때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 가계부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어려워지면, 과거의 전례를 보면 결국 그 문제는 대부분 국가가 떠안는다. 가계부채는 국가 부채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 거다.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어서, 종이에다 옛날 대통령 사진 오려 붙이고 숫자 딱 적어 놓으면 비싼 달러가 된다. 요즘 킹달러라고 하듯이 국가 부채가 많아져도 그것을 털어낼 수 있는 큰 힘이 있는거다. 우리나라는 그런 것도 없는데, 전 세계 최초로 GDP보다 부채가 더 높다는 건 진짜 큰 문제인 거다.

김능구 : 고환율이 되면 우리 경제가 버텨내기 어렵지 않나? 학교에서 배울 때는 수출은 증대될 수 있지만 수입이 문제가 된다고 했는데,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벌써 94억 7천만 달러라고 한다. 고환율을 미국 연준이 주도하는데, 잭슨홀 미팅에서 나온 결과 등을 보면 달러 강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박정호 : 교과서에서는 환율이 높아지면 그래도 수출은 잘 된다는 얘기들을 종종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설명을 드리면 현재 외국의 경제 상황이 우리나라 물건을 사줄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

국제기구의 보고서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월드뱅크, IMF 등에서 최근 보고한 국제적인 금융 상황을 보면, 우리가 IMF 외환위기 때 겪었듯이, 적게는 20개 많게는 40개국 정도가 내년까지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OECD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국가들이 대부분 한국산 제품들의 수요처들이다. 고환율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서 더 잘 팔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걸 사줄 상황이 안 되는 거다.

결국 고환율이라는 게 과거처럼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와서 다시 환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냥 원자재 사 오고, 원유 사오고, 천연가스 사 올 때 훨씬 더 비싼 비용만 치르게 되다 보니 물가 상승의 압박 요인으로만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오히려 물가 상승만 유발하지 경제가 돌아가는 데 기여를 못하고 있는 거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중국의 상황이다. 여러 가지 변수에도 우리 수출의 상당한 교두보를 제공했던 게 중국이다. 그런데, 지난 2년을 지나며 전 세계가 어느 정도 코로나 19 터널의 끝자락까지 왔지만, 중국은 이제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한 거다. 올 봄 지나면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이런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는 보도를 많이 보셨을 거다. 그런데 실상은 중국의 31개 성이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다르지 모두 다 사회 봉쇄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올 겨울에 중국의 코로나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 감이 안 잡힌다고 얘기할 정도다. 이미 인구 2천만 명 이상의 성들 중에서 상당히 많은 수가 또 다시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처이자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 물건을 공급하는 가장 큰 생산기지 중국이 올해 4사분기, 내년 1사분기까지 똘똘 막혀 있다고 하면, 물건을 싸게 공급해 주는 데서 물건이 안 들어오니 물가는 또 올라가고, 바깥 활동을 안 하는 중국이 한국산 물건을 소비하지 못하니 환율은 또 올라가는, 이런 악순환에 휘말려 갈 것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김능구 : 그런데 한가지,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 일본은 유독 나홀로 정책으로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박정호 : 제가 최근 한 10년 내에 만났던 해외 관료분들 중에서, 가장 자신감이 없어진 관료 집단이 일본이다. 예전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 지도교수님 따라서 일본 학자분들이나 이런 분들 만나면 그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는 ‘자신들이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봤는데, 경제가 안 살아난다’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체념한 거다.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했는데도 소비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고 경제활동을 안 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양적 완화라고 것의 원저작자가 일본이다. 어떻게 해도 돈을 안 쓰니 ‘갖다 줘보자’ 해서 양적 완화라는 정책적인 기조를 만들어낸 건데, 그래도 경제가 안 살아난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일본도 물가가 좀 뒤숭숭하고 엔화가 약세인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되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자신감, 이런 것들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 일본 경제에 나홀로 기조가 계속되는 것은, 최근 일본이 얼마나 앞이 안 보일 만큼 깜깜해하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능구 : 추경호 부총리는 국내 물가 상승의 정점을 9·10월로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의 시발점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줄 모르고. 환율도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그래서 물가에 대해 좀 안이한 진단을 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해법도 뚜렷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박정호 : 아마 경제 관료 출신이다 보니 숫자를 가지고 표현하신 것 같다. 그러니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라는 숫자는 한 4사분기 언저리쯤에 정점을 찍긴 한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이라는 경제지표는 YOY(Year on Year)라고 해서 전년 대비다.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유럽은 10% 가깝고, 미국은 8%, 우리나라는 한 6% 정도 되는데, 그러면 6%대 물가 상승률을 찍다가 예를 들어 내년에 4%든 5%든 6%보다 좀 낮아졌다 하더라도, 이게 그전 물가 수준에 다시 얹어지는 거다. 물가상승률 하락이라고 보도하면 마치 뭔가 가격이 싸졌다는 오해들을 할 수 있는데, 엄청나게 오른 것에서 조금 덜한 상승폭으로 또 오르는 거다.

그래서 이것은 그냥 물가 상승률이라는 숫자가 정점을 찍었다는 얘기지, 물가가 안정되는 시그널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그럼 ‘교수님은 물가가 숫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안정되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내년 연말쯤이나 돼야 ‘뭔가 좀 실타래가 풀렸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능구 : 고환율 하면 2008년 금융위기가 생각난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고환율 정책을 취했는데, 그때 제가 인터넷신문협회 간담회에서 만났던 모 그룹 부회장은, 자기들은 고환율 때문에 ‘국민들한테 죄송스럽지만 곳간에 돈이 넘친다’고 했다.

그때 상황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환율에 대한 정부 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환율 상승 자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투기적 요소에 대한 견제는 똑바로 해야 되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유력 경제 일간지 제목을 보면 ‘기쁘다 킹 달러 오셨네. 약세장 거스르는 달러 투자’라는 말을 한다. 환투기 세력을 부추기는 소리로 들리는데, 적어도 투기 요소는 정부에서 좀 다잡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박정호 : 정말 어려운 질문을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환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게 외화예금 잔고인데, 지난 7월달에도 환율이 1,350원 돌파하면서 불안불안했었다. 이 정도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7월 대비 8월달 외화예금 잔고가 오히려 33억 달러 더 늘었다. 무슨 얘기냐면 ‘아직 환율 고점 아니야. 달러 더 비싸질 거야’ 하면서 달러를 더 사놨다는 얘기다. 실제 지금 1,400원을 넘었으니 그렇게 돈 넣어놓으신 분들 판단이 옳았던 거다.

현재 우리나라 환율은 급등락하고 있는 게 맞다. 한국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비교 대조할 수 있는 주요 국가들 통화가 43개국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가 최근 2~3개월 동안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 중 하나로 40위를 했다. 밑에 있는 세 나라는 영국, 아르헨티나, 스웨덴인데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이미 내수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이라 화폐 가치가 급락한 건데, 그걸 빼고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많이 떨어졌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수출해서 먹고 사는데,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이 가장 고도로 개방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외화를 넣고 빼는 데 대해 통제하거나 제어하는 장치가 상당히 제거되어 있고, 그래서 환율이 급등락할 수 있는, 투기든 투자든 자금들이 쉽게 오고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 그럼 여기에서 ‘그래도 투기적 수요는 막아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했을 때, 그다음 질문은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건데’라는 거다. 그러다 보니까 정말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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