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부터 완납 때까지 1천억원 추산 이자도 배상해야…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과정에 현 정부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법무장관...대거 관련...

대한민국 정부와 사모펀드 론스타 사이 국제분쟁에서 론스타가 요구한 약 6조1천억원 중 한국 정부가 (원화 추산)약 2천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결과로 한국 정부는 배상금과 이자 등 수천억 원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법무부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한국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천650만달러(약 2천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당초 매각지연 손실과 부당과세, 그리고 승소 배상금에 대한 세금까지 모두 47억 달러를 청구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매각 지연 손실과 관련해 론스타가 주장한 17억 달러 가운데, 약 2억 2천만 달러, 한국 돈으로 2천 8백억 원의 손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론스타 측의 청구금액 약 46억 8천만 달러 약 6.1조 원 중에서 청구금액 대비 약 4.6%가 인용된 것입니다"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 매각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가 우리가 배상해야 되는 유일한 논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배상은 50%짜리 성과밖에 내지를 못한거다."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만 한국 정부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이 1,352원대까지 올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상승 추세라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환율 1,350원을 적용하면 배상액은 2천925억원이 된다.

동시에 손해배상에 이자도 받아야 한다는 론스타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2011년 12월 3일부터 이를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자액은 약 1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총 배상액은 3천억 원대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의 국세청이 면세 혜택을 부당하게 거부하고,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세금을 매겼다는 론스타의 주장은 모두 기각됐다.

배상 금액에 맞춰 한국과 벨기에에 내야할 22억 달러의 세금까지 배상하라는 주장도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재 비용에 대해서는 론스타 입장대로 각자 부담으로 정리돼 한국 정부는 10년 동안 들어간 470억 원은 보상받지 못한다.

정부는 판정문을 분석한 뒤 판정 취소와 배상금 집행 정지 신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론스타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통한 국제중재 과정에서, 당시 대한민국 금융위원회가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하거나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국세청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겼다는 등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더구나 여론에 '외환은행 사건(?)'이라는 '오래된 기억'이 소환되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인물"에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1조3800억원에 팔리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격렬했었다.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곳은 김앤장인데, 지금의 한덕수 국무총리는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정부가 매각 결정할 당시 경제부총리는 김진표 현 국회의장이고, 현 정부의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론스타 매각의 실무 책임자였다.

그리고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강력히 반대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2006년 대검 중수부 수사팀엔 현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검찰 특수통이 포진됐다.

재판 결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무죄 확정돼 특수통의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려 헐값에 외환은행과 합병시켰다는 주가조작 혐의는 유죄를 받아내 이번 판결을 한 국제분쟁 재판부가 배상금을 깎은 핵심 요인이기는 하다. 

이후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되팔 때 추경호 현 부총리가 또 등장하는데, 이때 매각을 승인한 금융위의 부위원장이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천834억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천157억원에 팔았다. 그때 실무를 책임졌던 금융위 사무처장이 지금의 금융위원장 김주현이다.

이번 ICSID 중재를 통해 론스타의 청구액보다 줄었다곤 하지만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매각을 승인했던 경제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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