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산업혁명 후반기 시점, 디지털 혁신의 보다 큰 성공 위해서도 작은정부 관념에서 벗어나야
국제적 상호의존의 관계 활용, 이슈되는 내용과 상황에 따라 최대한 유리한 위치 점하는 것이 중요
한중간 경제협력, 세계 경제의 안녕에 중요한 전제, 한국경제가 중국 의존하고 있다는 시각 경계해야
주한미군, 동아시아 세력 균형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계 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의 후유증이라고 할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국제적 공급망의 이상 현상이 심각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경제도 장기 불황이 우려될 만큼 위기 국면인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방향이나 실체가 불명확하다. 철 지난 교과서적 접근이 전부 아닐까 우려되는데, 조금은 다른 시각의 분석과 기회적 대안이 필요하다.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홍기빈 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대해 “목적이 민간의 역동성을 살려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건데, 현재 단계에서의 혁신에는 역으로 작은 정부가 문제 된다”고 지적했다. “매 산업혁명마다 후반기에는 민간의 역동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국가의 지휘를 따라서 사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협동해야 큰 규모의 혁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3차 산업혁명의 후반기에 이른 현재 시점에서 디지털 혁명과 AI 혁신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국가가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중간의 갈등과 우리가 취할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 홍 소장은,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냉전시대의 외교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냉전시대처럼 몇몇 강대국에 무조건 줄서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30여년 간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진행된 현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란 관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당연한 것이지만 현 상황에 맞는 "최대한 다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한미군을 예로 들면서 대북관점의 냉전적 시각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좀더 조화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중국과의 세력균형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얘기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중간 분열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한 가지 화끈한 답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해야 된다”면서 “무조건 친미나 친중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면 금융, 에너지면 에너지 등 이슈가 되는 내용과 상황에 따라 줄타기를 잘 해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드 경우처럼 “어느 한쪽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쟁점들을 일관되게 얼라인먼트(Alignment)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 대국인 한국과 중국의 무역관계는 전 지구적인 무역의 가치사슬에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면서 경제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중국한테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시각을 경계했다. 즉 “우리하고 중국하고의 협조가 힘들어지면 따라서 힘들어지는 나라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이해해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인 협력 더 나아가서 미국과의 협력이 전 세계 경제의 안녕에 필요하다는 점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주한미군'과 관련해서 "주한미군이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필수 불가결의 존재라는 점"이라며 "중국과의 세력 균형이 있어야 동아시아에서 좀 더 조화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그런 의미를 전제하고 얘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질서라고 하는 것은 상호 조화와 협조를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전제하며 "설령 두 강대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고 큰 갈등이 예견된다고 해도 우리는 어느 한쪽에 서는 입장이 아니고 최대한 여러 가지로 다변적인 입장을 보여야 된다"고 말했다. 

홍기빈 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바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아리스트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기본소득 시대 (공저)> 등이 있으며, <사회적 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

홍기빈 소장은 “(지금은) 냉전시대처럼 몇몇 강대국에 무조건 줄서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30여년 간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진행된 현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란 관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br></div>
 
▲ 홍기빈 소장은 “(지금은) 냉전시대처럼 몇몇 강대국에 무조건 줄서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30여년 간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진행된 현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란 관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윤석열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작은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큰 흐름과는 전혀 배치되고 있다. 이 정책의 한계와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기 바란다.

홍기빈 : 말씀하신 대로 사회복지라든가 재분배 이런 면에서 작은 정부가 모순되고 상충된다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상술하지 않겠다. 지금 작은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목적은 민간의 역동성을 살려서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건데, 저는 이 부분에서 다시 작은 정부가 문제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를 말씀 드리자면,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의 물결이 세 번 정도가 있었다. 1차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지금은 3차 산업혁명의 후반기라고 말할 수 있는데, 각 산업혁명마다 전반기 한 30년 정도는 민간 주도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벤처기업들이 나타나고 금융시장이 발달하고 금융 버블이 생겨나기도 하는데, 후반부에서의 혁신은 기업들만의 힘으로 되지 않고 정부가 끼어들고 사회 전체가 하나로 힘을 합쳐서 이루어가는 변화하고 맞물려야 혁신이 벌어진다. 1차 산업혁명의 경우 전반부에는 증기 기관이 나왔습니다만 후반부엔 철 도가 나온다. 철도는 기업들만이 할 수 없다. 자본시장을 바꿔야 되고 국가가 정책으로 추진해야 된다. 2차 산업혁명 혁명의 경우에는 전반기에 내연기관이 있었고 석유 산업이 있었는데 후반기에는 자동차 산업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것은 전역에 도로를 깔아야 되고 자동차에 관계된 모든 규제를 바꿔야 되고 해서,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되는 거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디지털 혁명, AI 혁명 이런 것도 지난 한 50년 동안 굉장히 많은 혁신들이 누적돼 있는 거다. 그런데 이제부터 벌어지는 데이터 혁명이라든가 인공지능 혁명 같은 것은 민간의 역동성만으로 되는게 아니고 국가의 지휘를 따라서 사회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서로 협동하고 함께 나가야 큰 규모의 혁신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이걸 총칭해서 우리가 사회 혁신이라고 한다. 이걸 지도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건데, 마주카토 같은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국가가 혁신가가 돼야 한다’는 개념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이론을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왜 옛날 교과서에 집착을 해서 혁신은 무조건 민간에 맡겨야 된다고 하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지 모르겠다. 제 말씀은 복지라든가 이런 건 말할 것도 없고, 혁신 그 자체를 위해서라도 민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고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되고, 작은 정부라고 하는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능구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늘 인용한 사람이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그 책은 제대로 봤는지 모르겠는데, 저도 한 5~6차례 언급하는 걸 들은 것 같고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야기하고 현재 상황하고는 전혀 다르고, 지금 통용될 수 없는 것 아닌가.

홍기빈 : 통용될 수가 없다. 경제학의 역사에는 밀턴 프리드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훨씬 더 중요하고 유명한 사람들도 있는데, 밀턴 프리드먼 얘기를 2020년대에 얘기하는 건 아주 좋게 말해도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 시대 착오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인플레이션은 순전히 화폐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 정책, 금융 정책 가지고 장난쳐선 안된다, 그리고 오로지 통화량만 조절하면 인플레이션은 잡을 수 있다’고 하는 굉장히 단순한 것이었는데, 이미 80년대의 금융 정책이나 신자유주의 경제학 안에서도 밀턴 프리드먼의 이른바 통화주의 경제학이라고 하는 것은 경제학 이론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다, 그래서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경제 철학만 남게 되는데, 사실 경제 철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조야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밀턴 프리드먼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과 논쟁이 있었으니까 좀 더 종합적으로 보셨으면 좋겠고, 특히 2020년 상황에서 제발 프리드먼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능구 : 소장님이 밀턴 프리드먼 그만 보시고 이 책을 봐라라고 권하고 싶은 사람은 누가 있나. 윤 대통령의 현재 시각을 좀 바꿔줄 수 있는.

홍기빈 : 여러 사람이 있지만, 만약 윤석열 대통령께서 산업의 혁신이나 이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카를로타 페레스라고 하는 남미 출신의 여성 경제학자가 있다. 나이가 많으신데 이분이 기술경제사라든가 산업 혁신 부분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10명 중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책도 번역이 돼 있으니까 카를로타 페레스를 한 번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김능구 : 좀 전에도 지정학적인 악순환을 이야기하시면서 중국이냐 러시아냐 우리가 결정할 단계에 와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안 만난 것 가지고 국민 여론 특히 보수쪽에서 엄청난 질타를 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 관계는, 중국이 박진 외교장관을 보기로 했다든지 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중국과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이 문제는 우리의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 전반에 있어서 엄청난 문제다. 지금의 국제정치 상황에서 우리가 국익을 위해서 취해야할 포지션, 상당히 어려울 건 같은데 소장님은 어떠해야 된다고 보시는가.

홍기빈 : 그 문제가 어렵기도 하지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냉전시대의 외교 관점에서 벗어나는 거다. 냉전시대의 외교관이라고 하면 ‘All or Nothing’ 또는 ‘모 아니면 도’다. 쉽게 말하면 줄을 어디에 설 것이냐에 올인 해버린다는 거다. 냉전시대에는 철저한 반공 노선으로 가서 미국과 함께 하든가, 아니면 소련하고 함께 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비동맹 제3세력으로 가든가, 전 세계 국가들에게는 세 가지 옵션밖에 없었다.

지구화 이른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라고 하는 게 최근 한 30년 동안 벌어진 상황인데, 국제정치학 용어에서 Interdependence 즉 상호 의존이라고 하는 용어가 있는데 이런 흐름이 굉장히 심해졌다. ‘초기 냉전 시대처럼 몇 개의 강대국이 있어서 거기에 무조건 줄 서서 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국제 정책에 나타났다.

이유는 세계 무역이 워낙 발달하고 세계의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금융구조라든가 가치 사슬이 복잡해지기 때문인데, 60년대만 해도 미국이 명령하면 딱 두 개의 세력으로, 좀 험하게 예를 들자면 두 개의 조직 폭력배들이 구역을 나누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그런데 70년대 후반부터는 이미 다국적 기업들도 있고 세계적인 무역 구조 등등으로 인해 이 힘이 변해 왔다.

90년대 이후에는 70~80년대 국제정치학자들의 인식보다 몇 배는 더 심화됐다. 에너지나 반도체 등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지금 ‘칩4 동맹’ 얘기를 하면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를 졸라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냐’ 하는데,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급이 원활치 않으면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니까 지금의 세계는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이 뭔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한 10년 정도 지나면 또 다른 블럭 같은 게 나타날지 모르지만, 이렇게 찢어지는 과정이라는 게 영어 표현을 좀 쓰자면 메시(Messy)라는 형용사처럼 아주 지저분할 거다. 깔끔하게 딱 찢어지는 게 아니고, 여기서 또 이거는 찢어질 거냐 말거냐처럼 별의 별 형태로 나타날 거다.

반도체 부분은, 에너지 시장은, 또 국제적인 결제망은 어떻게 할 것이냐처럼 별의 별 일들이 다 있기 때문에, 지금의 외교 정책이라고 하는 건 상황을 잘 봐가지고 어느 한쪽에 빨리 줄을 선다는 게 답이 아니다. 복잡하고 메시(Messy)한 상황에서 금융이면 금융, 에너지면 에너지 등 각각의 상황을 보면서 애매하게 줄타기를 잘 해서 그 시간 속에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냉전시대부터 내려왔던 우리는 무조건 이거다, 친미다, 친중이다 라는 얘기는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

김능구 : 질문이 적절한 지 모르겠는데 윤 대통령이 펠로시 하원의장을 안 만난 것은 어떻게 보시는지.

홍기빈 : 제가 논평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제 상식으로는 그런 정도의 분들이 움직이면 다 사전에 미팅을 잡고 의전 계획도 있는 건데, 공식적으로 펠로시 쪽이나 청와대 쪽에서 나온 얘기만 보면, 사전에 교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한테 좀 충격적이기는 합니다만, 너무 이런 하나의 에피소드나 사건들을 보지 말고, 저는 만날 수도 있고 안 만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좀 더 큰 그림을 가지고 고민하는 논의가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능구 : 지금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국민들도 한·미 동맹이 우리가 가져가야 될 지상 최대의 관계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중국에 대해서는 많이 바뀌고 있지만 옛날 적성 국가 이미지가 있는데, 이제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위다. 그러다 보니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우리가 지난번 사드 때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지금도 분열하려는 부분에서 미국은 계속 압박하고 있고 중국도 우리가 하는 행태를 보면서 나름대로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부분만 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이럴 때가 아닌 것 같다.

홍기빈 : 우선 주한미군을 한번 생각해보자. 일부 사람들은 남·북관계만 생각해서 주한미군을 북한 쪽에서 하는 선전과 관련한 시각에서만 본다. 이런 생각은 좀 버렸으면 좋겠는데, 주한미군이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필수 불가결의 존재라는 점이다. 중국과의 세력 균형이 있어야 동아시아에서 좀 더 조화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그런 의미를 전제하고 얘기해야 된다.

‘중국하고 미국의 질서라고 하는 것은 상호 조화하고 협조를 위해서 있는 것’이라는 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설령 두 강대국이 지금 경쟁을 벌이고 있고 큰 갈등이 예견된다고 해도 우리는 여기서 어느 한쪽에 서는 입장이 아니고 최대한 여러 가지로 다변적인 입장을 보여야 된다. 그러니까 ‘한 가지 화끈한 답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우리가 이해해야 된다.

이를테면 사드 같은 문제에 있어서 필요하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쪽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쟁점들에 있어서도 모조리 거기에 얼라인먼트(Alignment)를 해서 일관되게 친중을 한다든가 일관되게 친미를 한다든가, 이럴 필요는 전혀 없다.

특히 지금 경제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중국한테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이것을 우리하고 중국하고의 관계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도 어마어마하게 큰 경제 대국이고 중국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에, 양국의 무역 관계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지구적 무역의 가치 사슬에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이걸 중국에 대한 의존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아까 아이폰 예를 들었는데, 우리하고 중국하고의 협조가 힘들어지면 따라서 힘들어지는 다른 나라들도 굉장히 많다고 봐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적인 협력 더 나아가서 미국과의 협력이라고 하는 것이 전 세계 경제의 안녕에 필요하다는 점을 지지할 수 있는 여러 세력들을 같이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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