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 30% 이상 확대
- 홍종호 교수 “원자력,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 발전원일 뿐”
- ‘2050 넷제로’ ‘RE100’… “재생에너지 확대해 기업들 글로벌 경쟁력 제고”
- ‘탈원전’ 부적절한 표현 지적 “탄소중립 정책, 정치 배제해야”

폴리뉴스 7월 스페셜 인터뷰에서 <폴리뉴스><폴리피플> 본지 발행인인 김능구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 폴리뉴스 7월 스페셜 인터뷰에서 <폴리뉴스><폴리피플> 본지 발행인인 김능구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정주희 기자] <폴리뉴스> 7월 스페셜 인터뷰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를 모셨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인 ‘원전드라이브’를 걸며 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자력은 재생에너지 변동성의 보완 발전원일 뿐이라 주장하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란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14일 열린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서다. 

지난 5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원전 최강국 건설’과 국정과제로 제시한 원전산업 생태계 강화 등이 반영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원전 비중을 늘리고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자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2024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노후 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 30%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추진 과제는 올해 4분기 수립할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내년 3월 예정된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다른 방향성을 띤 ‘친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노후 원전의 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리장 확보가 불투명하고 원전 확대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아져 ‘RE100’에 동참 못하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란 게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당분간 원전은 우리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당분간 원전은 우리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활동과 환경을 연구하는 홍종호 교수는 에너지 전력 수급의 안정성 차원에서 원전을 당장 없앨 수 없다고 말한다.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발전원으로 봐야하고 재생에너지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국내 원전은 현재 24기가 가동되고 있고 추후 4기가 새로 들어온다. 

홍 교수는 “당분간 원전은 우리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고 재생에너지를 빨리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고 원전의 노후화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안전 투자를 당부했다. 그는 “1980년대에 지어진 원전들은 2020년 즈음 설계 수명이 도래한다. 전력 수급이 더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투자로 원전의 가동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원전을 확대하다 보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힌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에서는 탈원전 기조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 캠페인을 장려하고 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는 ‘RE100’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홍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온전히 수용해서 어떤 방향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한국 사회와 경제에 정착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2050 넷제로’(탄소배출 0)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부문별로 감축 목표치를 설정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목표 달성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홍 교수는 “2018년도 기준으로 12년 만에 40% 감축한다는 건 선진국 기준으로라도 쉽지 않다”며 “전환·발전 부문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고 가장 많은 목표치를 할당한 곳이 발전 부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업종은 철강이나 시멘트, 반도체, 석유화학 등으로 원료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다 보니 산업계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목표 또한 충분하지 않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홍 교수는 “한국에 주어진 사회 경제 상황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인 건 분명하지만 이미 국제사회에 공표를 했고 가야할 길이다”며 “달성은 못하더라도 일로매진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산업계가 처한 상황을 보면 적극적으로 탄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석탄·가스·원전을 전통 발전원으로 삼고 전력 에너지원 믹스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OECD 38개국 중 한국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신규 석탄발전소 7기가 건설 중이고 일부는 가동되고 있다. 

홍 교수는 “탄소중립에 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추게 되면 투자 대비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또 일자리 등 지역경제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법적인 문제도 복잡하다. 그러다 보니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짓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부문에 국제 기업들과 금융사들도 있다 보니 정치권이 법을 만들든 변화의 조짐을 보여야 하지 않나 싶다. 세계적 흐름과 우리 목표와 반대로 가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택소노미(녹색분류 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면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국내 여건과 맞지 않는 조건이다. 

홍 교수는 “한국이 달성하기 힘든 규제 조건들”이라며 “(EU의)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한국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인 한국에서 계속 원전을 짓자는 건 후손들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현재 임시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지만 점점 더 현실화될 문제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차원에서 에너지 믹스의 의사결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치적 성향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친원전은 보수, 친재생에너지는 진보란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홍종호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어떻게 생존하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건지에 대한 문제다”며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을 지적했다. 

특히 홍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이란 부적절한 표현으로 갈등이 증폭됐다고 말했다. 그는 “점진적으로 원전을 줄여나가는 거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일이나 대만 하듯이 1~3년 사이에 우리 원전을 다 없애겠다는 게 아니었다. 용어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력 수급의 안정성은 중요한 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원전의 역할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홍 교수는 “목표는 좋았지만 정책 수단을 구체화하고 현장에 접목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년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대에서 7%대로 4%p 증가하는데 그쳤다. 

홍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은 빠른 공사가 가능함에도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지난 일 년 간 전 세계에 신규로 들어온 발전 설비의 84%가 재생에너지로, 석탄·원자력·가스를 합친 것보다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석탄발전소가 워낙 많을 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8%다. 가까운 일본도 20%를 넘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황이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의 생태계에 대한 과감한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농형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 해상 풍력 등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탈탄소 무역 규범이 현실화 되고 있다. 2030년까지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이 엄청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글로벌한 흐름이다”고 재차 강조하고 “한국은 1차 에너지원의 93%를 수입하고 에너지 자립도가 7%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금부터 속도를 내야한다. 안정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홍종호 교수는 1963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대학원 응용경제학 박사(환경에너지경제학 전공) 학위를 받았다. 1994년 한국개발원(KDI) 전문연구원, 2015년 한국환경경제학회 회장, 2018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 위원, 2018년 환경부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18년부터 (사)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2019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아시아환경자원경제학회(AAERE) 회장·한국재정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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