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했다” 제재 계획 발표
문재인, NSC 주재해 “한반도 프로세스에 영향 없도록”
이재명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능한 대통령 필요”
윤석열 “북한 국지도발 가능성…한미방위‧핵우산 강화해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독립 승인 이후 정부가 23일 우크라이나 현지 교민 철수와 안전 확보를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국방부도 유사시 재외국민 이송을 위해 적시에 군 수송기 등을 투입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부산 김해공항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모습. <사진=연합뉴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독립 승인 이후 정부가 23일 우크라이나 현지 교민 철수와 안전 확보를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국방부도 유사시 재외국민 이송을 위해 적시에 군 수송기 등을 투입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부산 김해공항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모습.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라고 지시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간스크주)에서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며, 이곳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병력을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 때처럼 돈바스의 두 공화국을 합병해 러시아 연방에 편입하고자 해, 이곳에서 전면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이나, 친러 성향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부터 장악한 곳이다. 지리적으로 러시아 국경과 접해 러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국가 수립을 선언,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8년째 저강도 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은 ‘주권 침해’라며 즉각 제재를 선포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교민 대피‧철수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에너지 원자재 등 공급망 및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적 제재에 우리 기업들도 동참하게 될 경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위기가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차기 정부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란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서 교민 안전과 경제와 군사‧안보 등에서의 현명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美 바이든 “러시아가 침공 시작”…EU 만장일치로 제재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정하며 제재 조처를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력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많이 점령할 근거를 만들고 있다며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 위반임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돈줄을 조여 들어갈 계획이다. 재무부는 연설이 끝난 후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2곳,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어 "미국은 동맹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토를 속속들이 방어할 것"이라며 미 보병 800명과 8대의 F-35 전투기, 32대의 AH-64 아파치 헬기 등이 동유럽에 배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가 공격을 계속 할 경우 추가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독일은 미국과 협의해 러시아와 유럽 간 천연가스 공급망인 ‘노르트 스트림-2’ 승인 중단 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등 추가 경제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구소련 3국의 방어 강화를 위해 추가 병력과 장비 이동을 승인했다고도 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27개국 외무장관들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제재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대표는 "이번 제재안은 러시아에 매우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제재가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지역에 러시아군 배치를 승인한 러시아 하원 의원들과 일부 러시아 관리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EU의 자본과 금융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푸틴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로, 볼셰비키가 우크라이나의 자주권을 보여한 것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현대 우크라이나는 전적으로 러시아, 더 구체적으론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과정은 사실상 1917년 혁명 직후 시작됐고, 레닌과 그의 동지들이 러시아의 역사적 영토 일부를 분리하고 떼어주는 아주 거친 방식으로 이 과정을 추진했다”며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스탈린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에 속했던 일부 땅을 우크라이나에 넘겼고, 1954년에는 흐루쇼프가 러시아에서 크림반도를 떼어내 우크라이나에 선물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영토는 이렇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러시아가 어떻든 국경선 바뀌지 않을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돈바스 독립 승인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온전성과 주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결정하든 우크라이나 국경선은 현재에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조처는 2015년 체결한 민스크 협약에서의 전면 탈퇴를 의미, 평화적 노력과 기존 협상 체계를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은 실제로는 2014년부터 돈바스에 주둔하고 있던 자국 병사의 존재를 합법화한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원하며, 정치적·외교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해 2015년 열렸던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의 4자회담을 언급하며 “서방 파트너들의 확실하고 효과적인 조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우크라이나 주권‧영토 보존 존중돼야…한국도 동참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러시아의 군 투입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세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직접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 제재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와 경제 관계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하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이 미친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전쟁 위협으로 100달러 육박…2014년 이후 최고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반군 지역에 대한 병력 투입을 명령한 뒤 미국이 제재로 모스크바를 타격할 준비를 하면서 국제 유가가 뛰어올랐고 각종 물가들 역시 상승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알루미늄, 니켈, 기타 금속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국제 에너지시장의 기준은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4% 오른 배럴당 98.65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2014년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99.50달러까지 올랐다. 유럽에서는 난방과 발전용 연료 가격이 6% 올라 ㎿h(메가와트시)당 76.90유로(10만4144.90원)를 기록했다. 

최근 유럽은 2020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으로 전체 가스 수요의 38%를 충족했다. 유럽 북서부 지역의 경우 물가가 1년 전보다 5배 가까이 올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최근 몇 달 동안 수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의 수출 중단은 전 세계 석유, 가스, 금속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 국영통신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가스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연료의 화물에 대한 자금 조달 및 지불을 어렵게 만드는 등 관련 제재가 러시아 경제와 상품 시장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 우크라이나 리스크 반영돼 전월 대비 11.3% 감소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리스크로 인한 변동성 장세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월별 일평균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18조3075억원으로 전월(20조6509억원) 대비 11.3% 감소했다. 전년 동월(32조3692억원)에 비해선 43.4% 줄었다. 42조964억원대를 기록한 지난해 1월에 비해선 무려 56%나 줄어든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예고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거래대금도 줄어들었다. 러시아의 독립 승인 이후 장 초반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같은 날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해 불확실성 확대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찬우 수석부원장도 "러시아에 대한 주요국의 금융·수출 관련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석유 등 원자재 가격급등·교역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결합해 금융시장의 신용·유동성경색 위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평화적 해결 촉구…국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 최소화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민의 안전이다.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동시에 국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국제경제 변동성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의 금융·자본 시장과 에너지·자원 분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번 사태가 지역 분쟁을 넘어 새로운 냉전 시대를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그래서 더욱더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하다"며 "사드 배치, 선제 타격과 같이 안보를 정쟁화하는 것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통령은 이런 위기를 해결한 유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부가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서 원유 등 원자재 공급망을 우선 재점검해야 한다.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곡물 가격 상승을 예상한 대응도 요청된다"며 "수출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과 자금 지원 등 애로 현황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를 부탁드린다. 특히 수급 우려가 큰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 산업을 각별히 살펴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경제안보 확보 방안 마련…확장억제 강화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며 "우크라이나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시급하다. 정부는 유사시에 대비하여 이 분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즉시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경제적 영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미국 등 주요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상황 악화 시 국제유가 폭등, 금융시장 불안, 글로벌 공급망 급변 등으로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겪게 될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경제 안보 확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미국이 유럽에 집중하는 사이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전략 도발, 국경 근처에서의 국지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물샐 틈 없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억제(핵우산)를 더욱 강화해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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