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난 경선 때 개편 입장에서 선회 “국가‧사회 위하는 일”
김부겸 “여가부는 양성평등에 혁혁한 공…20대 잘 몰라”
이준석 “여가부 폐지는 당 주요 결정권자들이 공유하는 생각”
누리꾼 “준비 소홀” “세금 낭비” “갈등 유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밝힌 뒤, 여권에서는 청년 지지율을 얻기 위해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야권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밝힌 뒤, 여권에서는 청년 지지율을 얻기 위해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야권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정치권에서 ‘스윙보터’로 꼽히는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그 일환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가부 폐지’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전부터 내세웠던 방침으로, 지난 6일 두 사람간 극적 갈등 봉합 뒤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내에서 의견이 일치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며, 여권에서는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5시20분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글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경선 당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힌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그걸 더 원한다는 판단에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며칠 전 전향적으로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8일 윤 후보는 서초구 예술의전당 발달장애인 전시회 관렴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관해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날 페이스북 글은 공교롭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여성 인권 관련 유튜브를 녹화한 뒤,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시점에 올라왔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 윤 후보의 행보를 비교한 기사를 링크하면서는 이 후보를 향해 "복어 요리에 도전 중인 듯한데, 무운을 빈다"고 에둘러 비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며 ‘여가부 폐지’ 주장을 밝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며 “여가부는 거의 무임소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해 버렸다”고도 말한 바 있다.

■ 원희룡 “‘여가부 폐지’ 공약, 정책본부에서 안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대표 모두 ‘여가부 폐지’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대위 대선 정책을 총괄하는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당내 의견 여러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솔직히 그 공약은 우리 정책본부에서 한 건 아니다"라며 "발표하는 당시에는 몰랐다. (발표) 직후에 후보와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후보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며 "내용에 대해서는 이 양론이 많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결정한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깊은 내막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 직후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튼 이 결을 하나의 결로 가는 과정의 그런 맥락은 있겠구나 생각하는 것도 짐작일 뿐, 거기에 대해서는 후보가 결정한 거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후보가 설명해 주지 않는 한 다른 모든 건 추측일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 정부‧여당 “국민의 대한 예의 아니다” “젠더갈등 부추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의원들은 윤 후보의 주장이 젠더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 의견을 내놨으며, SNS에 짧은 문구로 발표하는 형식도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청년들과 진행한 '국민 반상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숫자 많은 쪽, 표 많이 되는 쪽을 편들어서 갈등을 격화시키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여성'이라고 하지 말고 성평등가족부 등으로 하자고 이미 발표했다"며 "기성세대 내의 페미니즘 (문제의식은) 타당성이 높은데, 청년세대 간에는 사실 페미니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라고도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역사에 분명한 족적이 있는데 20대 층은 그 부분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씀드린다"면서 "출범된 지 20년이 조금 넘은 여가부가 호주제 폐지 등 양성평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서 "폐지보다 확대 개편과 같은 부분이 토론됐으면…"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공약을 내걸 수는 있는데 왜 그 공약을 내걸었는지 설명해주지 않고 일곱자 공약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대단히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여가부를 폐지한다면 왜 폐지하려고 하는지, 그럼 정부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진지하게 다뤄 주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며 “이준석 대표하고 화해하고 복귀한 이후에 제가 볼 때는 선거운동을 너무 장난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무엇을 쇄신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일곱자 ‘여성가족부 폐지’를 올려놓은 것을 보며 선대위와 이 후보가 오가며 수시로 말을 바꾸더니 SNS 한 줄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주 국민의힘 선대위의 ‘묻지 마 봉합’ 이후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준석 대표의 감독 아래 대놓고 막장 연기를 하는 것 같다”며 “지지율을 얻겠다고 국민 분열과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여성가족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7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을 통합하고 보편적인 기회 빈곤을 해결할 생각은 없이, 성별로 편을 갈라 20대 남성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게으른 사고가 지겹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 후보가 여성 인권 문제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인 '닷페이스'에 출연해 일부 지지자들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20대 남성 유권자가 큰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해 2030 여성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척이나 소중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 이준석, 송영길에 ‘공개토론’ 제안…宋 “후보들이 주도할 문제”

이 대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여가부 폐지’를 주제로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이슈를 확산시키려 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입장이 확실하게 정해지고, 우리 당 입장과 다르게 존치를 할 경우 각 당을 대표해 송영길 대표와 이 사안에 대해 방송에서 공개 토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서는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관련 발언을 조작한 게시물이 유포됐다며 형사 고발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송 대표가 "이 문제는 후보들이 주도할 문제"고 반박하자 이 대표는 10일 "민주당의 입장이 여성가족부 존치라는 것을 확인해준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후보와 저뿐 아니라 우리 당의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에 아바타라고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후보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바타라서가 아니라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후보들 간의 문제라고 한 것은 민주당의 입장이 결국 여성가족부 존치라는 것을 확인해준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 누리꾼 “준비 미흡한 채 내놓아” “여성인권 후려치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 후보의 발언 이후 계획 없이 던져놓은 정책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남녀로 나뉘어 여가부 찬반에 대한 입장을 두고 다퉜으며 ‘젠더갈등’이나 ‘갈라치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뽐뿌’에서 ID ‘금연하고싶어요’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거면 여성가족부에서 했던 여성관련업무 제외하고 나머지 한부모가족지원이나 소년소녀가장 지원 같은 업무는 어떻게 이관하는지 등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지른다. 무슨 대선정책을 계획도 없이 지지율 떨어졌다고 하루만에 지르나”라고 질타했다.

ID ‘팝카드잇으세요’는 “이거 완전 젠더갈등 유발자 아닙니까? 페미니스트 이재명 후보처럼 꼴페미 닷페이스 인터뷰도 나가고 대통합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죠”라고 올렸다.

‘네이트판’에서 익명의 한 누리꾼은 “여가부는 폐지 당할만하다고 생각함 여성한테 도움되는거 체감 전혀못느끼고 세금만 엄청 낭비하는거 차라리 어려운사람들 복지에 돈쓰는 게 훨씬 이롭게 쓸 듯”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익명의 누리꾼은 “남성표심을 얻는 방법이 남성인권 확대가 아니라 여성인권 후려치기라는 것부터가 어떤 인간인지 보이는데…”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도 나왔다. ‘MLBPARK’에서 ID ‘글번호’는 “저는 허경영뽑으려다 여가부 폐지하는 윤석열 찍으려구요... 이재명도 폐지한다그러면 고민되겠지민... 확실히 폐지할 수 있는 후보를 밀어야겠어요”라고 밝혔다.

ID 파드마는 “윤석열은 실체도 없는 안개속 페미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23대 30대 아들 둔 엄마들을 공략하면 훨 승산 있다고 봅니다”라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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