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과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간 '후보단일화'가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진 이후 '여론조사'는 더욱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후보 지지자들의 경선장 시위장면이 대표적 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이 대선후보를 도둑맞았다고 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 후보가 0.33% 앞섰으나 '여론조사'에서 9% 가까이 앞선 이명박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당심'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졌다. 또 도둑맞은 것일까? 

여기서 잠시... 여론조사 방법 중 '할당추출법'이란 게 있는데 많은 언론사들이 이 방법을 선택했다. 
사실 여론조사기관에서는 '할당추출법'은 부정확한 기법이라 '무작위추출법'을 사용하는 게 일반이다. 여론조사 기법을 설명하려면 길고,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과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정도의 품질 차이를 생각하면 되겠다. 여론조사 '품질의 차이'는 여론조사원들의 숙련도, 여론조사 문항... 등 여러 '비표본오차'의 구성에 따라 결정된다. 

“이명박 후보측은 누가 대통령후보가 되는 게 좋은가라는 선호도방식을, 박근혜 후보측은 투표일에 누구를 찍겠느냐는 지지도방식의 질문을 내세우며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선호도방식일 경우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지지도방식일 경우 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는 2007년 MBC가 한 보도의 예다. 2007년 여러 언론사들이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이명박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공영방송인 MBC조차 두 후보가 싸우는 것에만 포커스를 두지, 여론조사의 품질, 즉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보수후보 적합도'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대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다. 이런 식의 보도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보수진영을 꿰찰 것처럼 보인다.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당시 YTN이 조사 의뢰, 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 '적합도' 질문에 유승민 의원이 32.9%로 1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9.2%로 뒤를 이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순이었다.

하지만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1위 유승민은, 실전에서 꼴찌를 했다? 왜?  

답은 간단하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에서 '선호도'와 '지지도'를 절충했기 때문이다. 선호도는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방식이고, 지지도는 누구를 대선 후보로 지지하느냐고 묻는 방식이다. 유승민 후보가 1위를 한 ‘적합도’ 방식, 이명박 후보가 1위를 한 ‘선호도’ 방식 모두 ‘실제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내용이 아니기에,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결과와 괴리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7년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대선후보를 강탈당했다고 항의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대선,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후보 단일화’에 원칙적 합의를 했고,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일화는 진척이 없었다.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양측이 합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할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 방식을 고집했다. 2017년 대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채택한 여론조사 1위를 한 방식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누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문항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것은 실제 투표결과와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는 방식이고, 물론 안 후보 측이 고집했던 방식이 실제 투표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내용으로 구성됐다는 것도 아니다. 

결과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 정치권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 다반사로 일어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2021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한국정치권 여전히 후지다~"

이는 2021년 가을, 여야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에게 가져다준 생각이다. 

한국 정치인들 이상할 정도로 억지스럽다. 해를 두고 달이라 우긴다. 지구는 돌고, 여전히 물은 위에서 아래도 떨어진다.  이런 당연當然과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네편 내편', '패싸움' 밖에 안된다. '생물은 나이가 들면 죽는다'는 자연법칙이 통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입으로는 정치가 생물이라면서...

기업이 '시장조사'에 생사를 걸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모두 바보라서? 한국 정치권은 '여론조사'라는 절박한 <현실real>을 외면한다. 입으로는 "이미 디지털혁명시대에 진입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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